더워서 에어컨 앞을 떠날 수 없는 무더위에 고생했던 기억은 까맣게 잊을 정도로 갑자기 서늘해진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작년 겨울의 아픔이 벌써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달력도 세 장밖에 남지 않은 10월이 됐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매월초에 블로그에 관한 이야기를 올립니다. 블로그 후원자와 구독자에게 아이엠피터가 한 달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려드리는 글입니다.
아이엠피터가 매달 빠지지 않고 블로그 이야기를 올리는 이유는 정치,시사 블로거로 글을 쓰는 '아이엠피터'가 어떻게 이슈를 바라보고 왜 그렇게 글을 쓰는지, 아이엠피터의 삶을 통해 그 배경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후원금을 통해 전업블로거로 살아가는 아이엠피터가 최소한 후원자에게 매달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글로 올려, 그 후원금이 사용되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려드리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2013년 9월, 어떻게 살았는지 낱낱이 알려드리겠습니다.
' 손주들을 바라만 봐도 좋은 할아버지'
아이엠피터가 제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 교통비입니다. 혼자 서울 출장이나 강의를 다닐 때는 그리 교통비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저가 항공을 이용하거나 시간대를 잘 선택하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부산-서울 KTX 요금보다 싼) 교통비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9월처럼 추석이라 온 가족이 함께 육지에 나가면 교통비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갑니다.
비행기를 타면 한 번에 가고 편하겠지만,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아이엠피터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컴퓨터와 모니터 등을 들고 다녀야 합니다. 여기에 하루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는 요셉이와 에스더의 기저귀 짐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요셉이 외할아버지 집은 대중교통이 없어서 가족이 움직일 때는 꼭 차를 갖고 가야 합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를 포함한 4인 가족이 제주에서 목포나 장흥으로 가는 배를 타고 갈 경우, 자동차를 포함해 편도 배편이 24만원입니다. 물론 이 비용도 제주도민 할인을 받아서 이 정도입니다. 왕복 배편과 육지에서의 기름값을 합산하면 거의 교통비만 60~70만원이 넘습니다.
특히 올해는 서울 본가에서 광양 처가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막혀 (4시간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무려 7시간 30분) 고생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힘들게 차를 갖고 온 가족이 육지를 가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어린 손주들을 바라만봐도 좋은 요셉이,에스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눈빛 때문입니다. 손주들이 오면 시끄럽고 용돈에 먹을 것 사주느라 쥐꼬리만한 연금과 힘든 농사로 번 돈을 아낌없이 써야 하는 불편함에도 요셉이,에스더 친할아버지,친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는 마냥 좋아만 하십니다.
여기에 오랜만에 제주에서 왔다고 모이는 사촌들과 신이 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무지막지하게 드는 돈을 바라보는 아빠의 한숨은 어느 순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잘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돈을 더 잘 벌어 그때 부모님 보러 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부모님들이 기다려주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엠피터는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다른 곳에 쓸 돈을 더 아껴서 부모님을 뵈러 올라가려고 하는 편입니다.
영화 '집으로'에서 유승호가 치킨 먹고 싶다고 하니 할머니가 닭을 삶아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 가족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없는 시골이다 보니 닭은 늘 백숙처럼 먹어, 따뜻한 치킨은 요셉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치킨에 짜장면 먹기가 어려운 탓에 서울만 가면 요셉이는 신이 납니다. 짜장면은 수저로 양념까지 싹싹 비우고, 스몰 피자 한 판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뚝딱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짜장면 한 그릇,치킨 한 마리,피자 한 판에 행복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요? 우리 요셉이 에스더를 보면 '음식 하나에도 이렇게 기뻐할 수 있다'는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에 행복을 느끼기도
손주들을 바라만 봐도 좋은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막힌 도로를 보면서 제주의 여유로움을 떠올리면
돈도 많이 들고 힘도 들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이엠피터의 육지 나들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 부족한 아이엠피터, 그래서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한 번 가면 돈이 많이 드는 육지 여행을 조금이나마 활용하는 아이엠피터의 노하우는 바로 모든 일정을 최대한 몰아서 하고 오는 것입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취재와 인터뷰, 세미나, 강의를 육지에 올라간 김에 모두 소화하고 오는 것입니다.
이번에 가서는 지난번에 계획했던 '온라인 시민토론' 테스트 방송을 하고 왔습니다. '온라인 시민토론'은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온라인으로 시민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해보겠다는 의도로 계획됐습니다.
추석 명절 전이라 그런지 참여도 낮았고, 온라인으로 토론하려고 하니 기술적인 문제에도 많이 부딪쳤습니다. 그래서 '아이엠피터의 능력은 역시 이것밖에 안 되는가?'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신 분들의 다양한 의견 속에 기술적인 부분과 진행, 홍보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치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토론이 아닌, 진짜 시민들의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어 봤습니다.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 아이엠피터에게도 가끔 강의 요청이 옵니다. 9월 14일에는 <체인지온@제주 컨퍼런스 >에서 '숫자보다 중요한 트윗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내용은 트위터도 소통이고 소통이 없는 SNS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트위터와 페북에 따라 다른 아이엠피터의 소통방식 노하우 등이었습니다.
강의를 끝내고 올 때마다,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전달 방식에 경험과 숙력도가 없으면 내용 전달이 잘 되지 못하는 것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명강의는 아니라도, 최소한 청중에게 필요한 정보만큼은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강의하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주에 살다보니 정치분야보다 시사쪽의 인터뷰 요청이 자주 들어옵니다. 특히 '제주 이민'에 관한 인터뷰가 많은데, 아이엠피터는 '제주 이민'을 보도하는 언론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인터뷰 요청을 거절합니다. (제주이민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기 때문에)
인터뷰를 잘 하지 않던 아이엠피터는 'SBS 모닝와이드 제주 이민의 빛과 그림자' 편에는 출연했습니다. 이유는 제주 이민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방송이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촬영을 하는 내내, 요셉이와 에스더는 거의 자기 집 안방처럼 (뭐 거실이지만 ) 너무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이제는 카메라도 겁을 내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보면 버릇없다고 생각할까 봐 아빠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지만, 요셉이와 에스더는 아랑곳하지 않고, 100%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에 잘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못 하는 것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아이엠피터는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10년 뒤에는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 세상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아이엠피터가 매일 글을 쓰면서 육지 나들이도 꽤 오래 하고, 강의,취재,세미나를 하면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늘 매달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세상에는 돈 천 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지금은 돈 천 원의 값어치가 떨어졌지만, 돈은 백원이라도 거저 얻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엠피터는 후원금을 보내주면서 오히려 '많은 돈을 후원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문자와 메일을 받으면 더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엠피터에게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써야 할 돈을 아껴서 보내주시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글은 비록 아이엠피터가 쓰지만, 그 글을 쓸 수 있도록 수많은 분들이 희생하기에 그래서 매일 글을 쓰면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채근하기도 합니다.
만 3살 나이 에스더는 아직도 장난감 코너만 가면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집어 듭니다. 그래서 가끔 아빠,엄마는 장난감 코너를 지뢰밭처럼 피하려고 애를 씁니다.
에스더와 요셉이를 생각하며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가끔은 장난감을 사주기도 하지만 매번 에스더는 자기가 원하는 장난감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울기도 합니다.
지금 거주하는 월세 펜션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전화로 글로 걱정을 해주십니다. 짐도 많고 작업공간도 필요해서 가격이 올라버린 제주에서 저렴한 가격에 집을 찾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다른 대안을 찾고 기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처한 자리에서 최대의 행복을 느끼며 살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 동안 썼던 글이나 강의 동영상,인터뷰를 돌이켜보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머릿속에는 땅을 사서 집도 지어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오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모두 이루어지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스더가 그 나이에 뛰어봤자 얼마나 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뛰면서 즐겁다면 그 달리기조차 행복한 시간이라고 봅니다.
아이엠피터도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냥 행복하게 달리려고 합니다. 다리가 짧고 운동신경이 없어 빨리 달리지도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마음 먹은 거리는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엠피터의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나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약속드립니다. 비록 빨리 뛰지 못해 시간이 더디고, 힘이 들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최선을 다해 달리겠습니다.
손으로 콕 찍은 저기까지 최대한 열심히 뛰어가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늘 아이엠피터의 글과 삶 모두를 지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인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 올 1월 '2014년 재난'은 예견됐었다? (13) | 2014.12.31 |
---|---|
왜 제2의 '1인 미디어-미디어몽구'는 나오지 않는가? (5) | 2014.12.20 |
'세상에 꼴찌는 없다' 1인 미디어 생존기 (5) | 2014.11.01 |
피사체를 가장 가깝게 촬영하는 '1인 미디어' (3) | 2014.09.27 |
2013년 아이엠피터 블로그 '최악의 포스팅은?' (28) | 2013.12.31 |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의 무모한 도전 (7) | 2013.09.01 |
'아이엠피터'정치블로그를 대하는 엉뚱한 독자들 (17) | 2013.08.03 |
2012년 아이엠피터 블로그 총결산 (6) | 2012.12.31 |
'2012 view 블로거대상' 대상 수상 소감 (93) | 2012.12.27 |
'청춘노가리' 인터넷 방송과 정치블로거 (7) | 2012.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