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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기저귀도 안 떼고 유치원에 가는 딸, 어떡하나요


에스더가 다음 주면 드디어 유치원에 갑니다. 그동안은 어린이집에 갔지만, 올해부터 5세 입학 나이가 되어 오빠가 다니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입학을 합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고 포스팅까지 올리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에스더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빠,엄마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에스더의 유치원 입학을 걱정해야 하는 치명적인 문제는 에스더가 아직도 기저귀를 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저귀 갈 때 응가냄새가 난다고 손을 막고 있는 에스더.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만 입자고 해도 웃는 에스더. 에스더가 바지에 오줌을 싼 모습.


에스더는 2010년 12월에 태어난 아이라 지금 만 39개월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기저귀를 차고 생활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의 교육 때문에 기저귀를 차지 않고 볼일을 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아직도 아이 변기는 그냥 의자로 생각하고, 하루에 3~4번은 바지에 오줌을 쌉니다.


오줌을 싼다고 크게 야단을 치지는 않지만, 엄마,아빠가 노력해도 오줌을 잘 가리지 못해 여전히 기저귀를 차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유치원에 입학해서 선생님들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과 혹시나 오줌을 싸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왜 굳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아이엠피터 가족은 이번에 에스더를 유치원을 꼭 보내야 하는 사정이 있습니다.

▲송당초등학교 캠프에서 학생은 아니지만 오빠와 함께 체조를 하는 에스더.


시골 아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학교 행사는 마을 가족 행사와 같아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합니다.

특히 요셉이가 다니는 송당초등학교는 학생수가 50명이 넘지 않아, 대부분의 행사에는 병설 유치원생도 모두 참석합니다.

에스더 어린이집과 요셉이 초등학교는 방향이 완전 달라서 두 아이를 등하교 시키려면 왕복 30킬로씩 하루에 60킬로는 운전해야 합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가 올 경우에는 왕복 30킬로)

다른 방향의 어린이집을 계속 다니는 것보다 같은 학교에 보내면 등하교길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6월에 학교 앞으로 이사하면 어린이집 차량이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에스더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집에서 오빠가 무엇을 하든 꼭 같이 하려고 하는 에스더.


기저귀도 떼지 않은 에스더를 유치원에 보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오빠와 함께 무엇이든 해야 하는 에스더의 생활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사는 주변에는 집이 없어 또래 아이들이 없습니다. 놀고 먹고 뛰며 장난칠 때마다 요셉이와 에스더는 항상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요셉이와 에스더는 남매 사이를 떠나 무엇이든 함께 하는 친구입니다.

에스더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혹시나 힘든 것이 있어도 오빠가 챙겨줄 수 있다면, 에스더가 유치원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러 갈 동안은 학교 놀이터에서 요셉이와 에스더가 함께 더 많이 뛰어놀고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을 듯합니다.


에스더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출생지가 제주입니다. 2010년 11월 15일에 제주에 내려와 12월 3일에 에스더가 태어났으니 에스더는 아이엠피터 가족의 제주 이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풍랑주의보 속에서 배를 타고 내려와서 낳은 에스더가 벌써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됐습니다. 그동안 에스더는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이엠피터가 쓴 글보다 오히려 에스더 성장기를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2014년 2월에도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명단에 나오지 않거나 실명이 표기되지 않기 원하시면 impeter701@gmaiol.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매달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 중에는 '에스더 큰아빠'라고 하시거나 '에스더 까까값'이라며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를 위해 멀리 미국에서 장학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잊지 않고 아이들의 옷이나 먹거리를 챙겨주시고 건강까지 염려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어쩌면 아이엠피터의 글보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아이엠피터 가족이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더 대견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스더 어린이집의 체험활동 사진,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에 따라 손을 올리고 있지만, 에스더만 손을 안 들고 앉아 있다.


요셉이와 에스더는 그리 똑똑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밝게 웃고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잘 먹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요셉이와 에스더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남과는 조금 다르지만, 자기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아이들이 됐으면 합니다.


어린 시절에 아빠,엄마가 곁에 항상 있으면서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추억을 평생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학교 행사에는 늘 온 가족이 빠지지 않고 참여합니다.


다음 주부터 에스더는 오빠 수업 시간에 뒤에서 장난치거나 초등학교 행사라고 뒤에 서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송당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생으로 오빠의 뒤가 아닌 자신만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학교 행사에 참여할 것입니다.

비록 기저귀는 떼지 않았어도, 한글이나 숫자를 몰라도 아빠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에스더에게는 사랑하는 오빠의 손을 함께 잡고 같이 학교에 가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테니...

그런데 걱정이 있습니다. 학교 운동회 때 요셉이는 청군, 에스더가 백군이 되면 도대체 누굴 응원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