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청와대 '여왕과 환관내시'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의 주거 공간이 아닙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중심부는 '청와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청와대가 대한민국 행정,입법,사법부의 인사권력을 쥐고 있으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은 대략 1,250명입니다. 여기서 경호처 직원 700명여명과 기타 직원을 제외하면 470여명이 청와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의 행동을 분석하면 현재 대한민국 권력의 성격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가 과연 지금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대통령 옆자리에도 서열이 있다' 

청와대에는 수석, 비서관,행정관,기능직이 함께 근무하는데, 그들의 직급을 보면 쉽게 청와대가 얼마나 권력의 중심부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청와대의 비서실장과 정책실장,국가안보보좌관은 장관급입니다. 정무,민정,홍보 등 수석비서관과 외교,국방,경제,인사 보좌관은 차관급입니다. 대통령 부속실장,국정상황실장 등은 1~2급이며, 행정관들도 기본 5급이상 공무원입니다. (참고로 장관급 연봉은 1억1,259만원입니다.)

우리가 흔히 5급 공무원부터 공무원 내부에서 성공한 케이스 내지는 중심축이라고 말하는데, 청와대는 5급은 직급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장,차관 1,2급 등이 청와대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박근혜의 청와대에는 '직급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고령의 나이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부르면 무조건 오는 친박계의 스타일에 따라 차관급을 했던 인물이 1급으로 오기도 하고, 국회의원도 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보면 청와대에도 서열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옆자리에는 원래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의 실세로 불렸습니다. 그러다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자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옆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전형적인 인사 돌려막기의 전형이자, 자기에게 충성을 다하는 인물은 결코 권력 중심부에서 내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현재 청와대의 실세는 그 누가 봐도 김기춘 비서실장입니다. 원래도 비서실장이 청와대 서열 1위였지만, 그의 행보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무소불위 권력의 비서실장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대통령을 위해 없는 외교관례도 만드는 청와대' 

청와대는 대통령이 거주하다 보니, 기자라고 함부로 출입할 수 없거니와 청와대 출입기자라고 청와대 내부를 마음대로 취재할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행사에 다니거나 외국 순방을 다닐 때에도 기자가 따라가지만, 기자가 봤던 내용이나 촬영했던 사진을 무조건 보도할 수 없습니다. 

10월 10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존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동행한 기자들에게 '케리 장관과는 환담한 것이니 관례에 따라 악수하는 사진말고, 되도록 마주앉은 장면만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있지도 않는 외교관례를 말하며 보도를 청와대 마음대로 정하더니, 외교관례를 이유로 회담 내용이나 진행시간을 비공개로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케리 국무장관과 만나기 전에는 대화의제 등이 담긴 자료를 배포해놓고, 외신에는 나왔던 내용을 당사자인 한국만 모르게 해버린 청와대의 모습은 국민에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는데 비공개로 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청와대의 이상한 행동은 그전에도 계속 나왔습니다. 미 케리 국무장관은 '면담',리커창 중국총리는 '환담',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접견'이라며 그때그때 용어를 달리했습니다.

문제는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는 내용을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공개하더니,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던 내용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비공개'를 고집했다는 점입니다.

외교 관례상 면담이나 환담이나 만났던 내용은 미리 얼마큼 언론에 공개하느냐를 정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는 이 원칙을 깨고 보도를 했다가 미국에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는 외교 관례와 상관없이 자기들 입맛대로 대통령을 위해서만 공개,비공개를 정한다는 사실이고, 이런 박근혜 정권의 행태는 퇴임 후에 대화록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직면할 것입니다.

' 청와대의 2중대 새누리당'

대통령은 보통 정당에 당적을 두고 정당 정치에도 관여합니다. 여당 또한 청와대와의 조율을 통해 국회의 일정이나 정당 정치를 협의하기도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습니다. 명목상은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했지만, 사실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걸림돌이 되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적에 있으면 대선,총선도 위험하다는 신당창당파의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과의 갈등은 이전에도 존재해왔으며, 당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 대표는 청와대를 비판했으며, 이에 따라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자진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말하고 싶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이나 이광재 상황실장의 사퇴가 아닙니다. 아무리 여당이라고 해도 정치는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들이 비록 막무가내로 노무현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렸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저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최대한 듣고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새누리당은 아예 비판은커녕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살아갑니다.

얼마 전 김기춘 비서실장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 10여명을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것이 무슨 문제이냐고 하겠지만, 원래 공식적인 당·청 협의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몇 명을 만나는 것 이외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원내지도부를 한꺼번에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김기춘이 왕실장이며, 새누리당이 김기춘 비서실장 밑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10월 10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최고위원,사무총장,대변인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유민봉 국정기획수석,박준우 정무수석,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이 광화문에서 만났습니다.

새누리당은 공공기관 인사 문제를 거론하며 대선 승리에 기여한 인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냈지만, 최원영 수석을 제외한 김기춘 실장 등은 먼저 일어났고, 그냥 2차에서 소폭 (소주와 맥주 혼합)만 마시다가 끝났다고 합니다.

<윗분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새누리당의 이런 요구는 한마디로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무조건 윗분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역대 여왕들의 측근 참모들은 대부분 환관 내시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나라의 운명이나 미래와 상관없이 여왕의 안위를 지키며 여왕에게 충성을 다할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여왕의 잘못이 아니라 환관내시가 잘못해서라는 역사적 평가를 하는 경우도 봅니다. 그러나 그런 환관내시를 자신의 주위에 배치한 것 자체가 여왕이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는 구중궁궐보다 더 심하게 갇혀 있습니다. 야당이나 국민의 소리는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말조차 무시하고 오로지 대통령 그분의 뜻에 복종하며 살아갑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자신이 왕의 비서였던 승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청와대를 조사하면 할수록 마치 공주가 어릴 적부터 자신을 키워줬던 환관내시를 여왕이 되자 권력의 칼을 쥐여주고 자신의 곁에 둔 것과 같은 느낌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