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하기 전 청와대에서 러시아 뉴스전문채널 '러시아TV24'와 단독 인터뷰를 했고, 지난 4일 (현지시간) 방송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아버지(박정희)는 저에게 있어서 국가관이나 정치철학을 형성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신 분"이라면서 "아버지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하면 가난에서 벗어나서 우리 국민이 한번 잘 살아보나' 오직 그 하나의 일념으로 모든 것을 바치고 가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러시아TV24'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터뷰 내내 아버지 박정희를 찬양하는 말을 들으니, 그녀가 아직도 유신독재의 꽃에 취해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세계는 지금, 잘못된 권력과 역사를 반성 중'
지금 세계는 과거의 잘못된 역사와 정치인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이 대학살을 저지른 프랑스 오라두르 쉬르 글란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독일 나치군은 1944년 6월 10일 이 마을 교회에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주민을 가둔 채 불을 질렀고, 이 마을에서만 642명을 학살했습니다.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학살 현장인 교회를 방문해 당시의 참혹했던 진실을 듣고 위로했으며, 기념비에 화환을 바치고 참배를 했습니다.
독일 대통령으로는 처음 프랑스 나치 학살 마을을 찾아 참배하고 용서를 비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치의 학살과 만행을 겪은 프랑스인들은 이제 과거에 대한 화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칠레에서는 쿠데타 발발 40주년을 맞아, 피노체트 독재 시절, 정권의 도구가 됐던 판사들이 반성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칠레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치안판사협회'는 "희생자들과 칠레 사회에 용서를 구할 때가 왔다. 사법부는 국가 권력 남용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사법부의 개입을 요구한 피해자들이 처한 곤경을 판사들이 외면했다."고 사죄를 했습니다.
피노치오는 1973년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1990년 물러날 때까지 3,200명을 죽이고 3만8천여명을 고문했던 악랄한 군사독재 정권이었습니다. 많은 시민과 피해자 유가족들이 사법부에 피노치오의 만행과 불법을 호소했지만, 판사들은 외면했고, 이들은 절망 속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독재와 잘못된 과거 등을 반성하는 추세입니다. 그것은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이념과 사상을 떠나 보편적인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화해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서 가정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 과거로 돌아가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역사가 아닌 다른 역사가 됐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찾아 볼 수는 있습니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생 4천여 명은 '독재타도, 유신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어 동아대를 비롯한 인근 대학교 학생도 시위에 참여했고, 저녁에는 수만 명 (5~7만명)의 시민과 고등학생까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을 지지했던 부산과 마산 지역이 왜 '독재타도','유신철폐'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을까요? 단순히 박정희 정권의 독재뿐만 아니라 박정희 정권이 벌였던 산업화 정책의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1979년 박정희 정권의 경제 성장률은 6.5퍼센트로 내려갔고, 이후 전기요금 35%인상, 물가 22% 인상 등으로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고, 부산지역은 전국 부도율의 2,4배에 달하는 등의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참아라'는 독재자의 명령 앞에 참고 희생했던 시민들도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거리로 나온 것이 부마항쟁이며, 이것은 그토록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내세웠던 '개발 독재'의 논리가 무너지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는 시위가 확산하자, 대검을 착검한 공수부대와 해병대를 투입해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펼쳤습니다. 왜냐하면, 박정희 정권에게는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 정책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생각도 없었고, 총칼로 집권한 정권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의지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내면에 수많은 노동자와 서민의 피땀은 외면했고, 이는 박정희 정권을 위협하는 무기이자,시민들의 자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박정희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직접 확인한 민심은 외면하고, 오로지 이 모든 시위가 빨갱이들이 사주한 국가 반란이라는 식으로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박정희는 부마항쟁이 일어나고 정확히 열흘 뒤에 죽었습니다. 만약 그가 죽지 않았다면 분명히 부마항쟁보다 더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을 것이고, 박정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학살을 자행한 대통령이 됐을 것입니다.
박정희가 설마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말을 수없이 바꿨고, 헌법을 바꾸기 위해 부정선거까지 저질렀던 인물입니다.
한번 범죄의 길에 들어서면 그 범죄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범죄자의 수법이고, 박정희는 이승만의 몰락을 봤기 때문에 결코,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정희는 부마항쟁과 같은 소요가 다시 일어나면 국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고 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죽음이 대학살을 막을 수 있던 사건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경찰과 정부는 그동안 사망자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에 확인된 첫 사망자가 나왔고, 아직도 찾지 못한 사망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유신의 꽃은 국민에게는 독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과거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모든 것이 '잘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의 주장은 사과가 아닌 변명에 불과했으며, 이는 대선이 끝난 후 그가 임명한 사람들이 모두 유신정권 인물이나 2세들로 구성된 정권 인사들로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TV24'와 가진 인터뷰에서 '권력이 가진 큰 장점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보지 못했던 것은 한 사람의 권력자가 만약 잘못된 권력욕을 가지고 있다면 수천만의 국민을 죽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 박정희를 대놓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박정희의 개발독재에 희생된 사람들은 무시하고 오로지 '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은 마치 '먹고 살기 위해서는 노예로 살아도 된다'는 논리와 유사합니다.
국민은 노예가 아니라 그 나라의 주권을 쥐고 있는 주인입니다. 그 주인들이 왜 한 명의 권력자와 소수의 재벌을 위해서 희생을 해야만 할까요?
지금 세계는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화해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아버지 박정희의 독재를 찬양하며, 그 향기에 취해 똑같은 정권 유지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TV24'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고 수백 편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외국 방송에서 '유신 독재'를 찬양하는 모습이 창피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자를 홍보하는 언론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제2의 유신시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민의 손보다 유신의 손을 잡고, 유신의 향기에 취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그녀에게는 청와대 뒤뜰에 핀 아름다운 꽃이겠지만, 국민에게는 독초인 '유신 독재'가 더는 그녀의 입에서 자랑거리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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