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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맛집' 아직도 믿고 가시나요?



제주에 살면서 제일 곤혹스러운 일이 '어디 맛있는 식당에 가자'라는 말을 들을 때입니다. 그와 유사하게 '제주도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일도 아이엠피터를 힘들게 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제주에 사는 아이엠피터도 '제주도 맛집'이라고 매번 검색할 정도로 제주도 맛집을 잘 모릅니다.

아니 '제주도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알고 있지만, 선뜻 소개해주기가 겁이 나거나 지인들과 함께 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 이유는 '제주도 맛집'이 진짜 '제주도 맛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 식당에 가서 먹어보고 맛있다, 아니다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립니다. 그런 입맛의 차이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주도 맛집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문제가 많습니다.

제주도 맛집이라고 알려주는 자료들과 실제 식당에 가서 경험한 내용은 대부분은 다른 경우가 태반이었고, 처음 오픈할 때 봤던 식당의 서비스는 온데간데없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제주도 맛집이라고 해놓은 식당들을 보면 단순히 맛의 차이를 떠나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오늘은 제주도민이지만 정말 육지인들에게 부끄러운 제주도 맛집의 실상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처음과 달라진 음식의 질과 양

보통 블로그에 '제주도 맛집'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사진들을 믿고 제주에 와서 그 식당을 가면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그 이유는 사진 속에 나왔던 음식의 가짓수와 양은 사라지고 전혀 엉뚱하게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의 집 근처에 '제주도 맛집','구좌읍 싸고 맛있는 횟집'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습니다. 이 식당에 처음 오픈할 때부터 다녔습니다. 이 식당에 관련된 블로그도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5월 이전에 올라온 블로그 포스팅의 메뉴들은 이제 없습니다.



계절 음식이나 여타의 음식은 없고, 오로지 정식과 회만 파는데, 그 가짓수도 처음보다 30프로가 줄어들었습니다. 맛을 떠나 음식값은 같은데 가짓수와 양이 줄었다는 사실은 제주도 맛집 어디에서나 공통으로 보는 일들입니다.

처음 손님이 없을 때는 이것저것 서비스도 주고, 가짓수도 많이 주다가 슬슬 손님이 오면 음식의 양과 질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특히 제주도 식당들은 속칭 말하는 뜨내기(관광객)손님이 많아서 '그래도 괜찮아, 뭐 지들이 또 올 것도 아닌데'라면서 양과 가짓수를 팍팍 줄입니다.

○ 메뉴를 강매하는 제주도 식당

제주에 오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는 것이 '갈치조림,갈치구이,고등어 구이,조림' 등의 메뉴입니다. 이런 메뉴는 대,중,소로 분리된 곳도 있지만 없는 곳이 태반입니다.

보통 10명이 식당에 가면 갈치조림을 두 개 정도 시킵니다. 3~5만원짜리 갈치조림을 시키면서 3개는 많고 두 개가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식당에서 별도로 성게 미역국과 같은 음식을 시키라고 권유합니다. 4인분이 기준이라는 (그 기준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참 궁금하기도 합니다.) 말에 9천원짜리 성게 미역국을 몇 개 시키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조금 크다 싶은 식당의 갈치조림은 대부분 5만원 정도 합니다. 그러면 10명이 1인분에 만원 이상의 음식을 시켰지만, 더 시키라고 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구좌읍의 싸고 맛있는 횟집으로 유명한 식당도 아예 정식을 권유합니다. 회와 매운탕, 돈까스, 활전복 등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음식의 질과 양을 보면 그냥 회만 먹는 것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이처럼 제주 식당들은 사람 명수에 따라 무조건 음식을 과하게 시키도록 유도합니다. 한 번에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법 중의 하나입니다.

○ 제주에서는 낯선 일이 아닌 반찬 재활용

서울이나 육지에서는 이제 반찬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반찬 재활용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특히 단체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보통 단체 손님들이 몇 팀씩 오면 한번 나갔지만,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을 그대로 다른 테이블에 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또한,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맛집에서는 단순히 음식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반찬 재활용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음식이 아깝죠, 남은 음식이 아까워 주인과 종업원이 먹는거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의 반찬 재활용은 위생상의 문제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모습이자, 관계 당국이 심각하게 생각하며 지속해서 단속할 일입니다.

○ 돈을 벌기 위해 양심을 파는 식당들

제주 식당을 가면 제주산 고등어, 생갈치라고 하면서 파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어는 노르웨이산이며, 갈치는 냉동 갈치가 대부분입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맛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원산지를 속이고 파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행위입니다. 또한, 제주 생갈치라고 파는 갈치들은 대부분 냉동이고, 크기도 현저히 작습니다.



큰 갈치는 비싸서 제주도민들도 못 사 먹습니다. 제주도 식당에서는 마치 엄청나게 큰 갈치를 가지고 조림을 해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보면 냉동에 크기도 아주 작은 (큰 갈치와 비교하면 서너 배의 가격차이) 갈치를 넣어줍니다.

제주도 맛집이라고 검색해서 본 커다란 우럭구이와 옥돔구이를 상상하며 주문을 해도 실제로는 새끼 우럭처럼 한 마리에 천 원도 안 되는 우럭을 구이로 내놓는 집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려운 제주도 식당

어제 오랜만에 아이들과 외식을 하러 구좌읍에서 싸고 맛있기로 소문난 횟집을 찾아갔습니다. 매달 한 번씩은 찾아갔던 곳인데 몇 번이고 단체 손님 때문에 발길을 돌렸던 집입니다.

어제는 다행히 단체 손님이 없는 것 같아 자리 잡고 앉았고, 종업원도 단체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식 음식이 몇십 분이 지나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메인 메뉴인 회와 매운탕은 포장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제주는 괸당문화라고 아는 사람이 얽히고 얽힌 지역 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식당에서 서비스가 안 좋다고 화를 내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이유는 음식이 늦게 나오고 탄 음식이 나와도 누구 하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식당에 있던 손님 대부분은 육지에서 '제주도 맛집'을 검색해서 온 관광객이었습니다. 5만원 이상의 식대를 지불하면서도 그저 식당 주인 눈치만 보는 모습을 보니, 같은 제주도민으로 식당 주인에게 화가 났습니다.



식당 주인에게 단체 손님이 있어서 이렇게 서비스나 음식이 엉망이면 사전에 일반 손님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화를 냈더니, 주방에 가서 자기들끼리 ' 저런 손님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하더군요. 이것이 제주 식당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뜨내기, 관광객이니 대충 해서 보내도 괜찮고, 한번 오지 두 번 올까라는 태도를 가진 식당 주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관광객들이 '제주도 맛집'으로 검색해서 오는 일이 많으니 한번 제주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은 베짱을 부리며 장사합니다. '너 같은 손님 안 와도 돼,어차피 관광객은 계속 오잖아'라는 식의 마인드를 비판하는 이유는 그런 식당이 많으면 많아질 수록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불만을 경험하고 다시는 제주도에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숙박,음식점은 인구 천명당 17.3곳으로 전국 평균 11.7곳을 웃돌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제주 식당은 과밀입니다. 그런데도 장사가 잘됩니다. 이유는 제주로 관광왔으니 비싸도 먹고, 서비스가 엉망이어도 참고 먹는 관광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 뉴스에서는 매일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려줍니다. 그만큼 제주 경제는 관광객이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광객이 오지 않을 이슈와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립니다.

아이엠피터가 종종 제주도 관광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나쁜 놈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은 제주도민으로 어떻게 제주에 먹칠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짜 먹칠을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도 그들은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문에 있는 미스제주라는 식당에서 8천원짜리 정식을 먹었는데, 쉰밥이 나왔다. 종업원과 사장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미안합니다'를 했고, 그날 저녁 쉰밥을 먹었던 장인 어르신은 배탈이 났다.



제주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제주도 참 멋있고, 음식도 맛나고, 꼭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해주면 정말 기쁩니다. 그런데 '제주도 볼 것은 없고 음식은 비싸고 맛도 없어, 다시는 오기 싫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제주를 좋아해서 제2의 고향처럼 살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좋은 식당이 많을수록 찾아오는 사람은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대로 가다가 관광 불황이 찾아오면 제주 경제는 무너질 수가 있습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제주 식당들, 관광객들이 올 때 잘해야 합니다. 그래야 안 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