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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박근혜' 취임식, 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를까?



오늘은 박근혜 당선인이 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는 날입니다. 이미 오늘 새벽 0시부터 대통령의 임기는 시작됐지만, 공식적인 취임식은 오늘 오전에 열릴 예정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보지 않는 사람도 일부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아직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빨갱이’,'분열과 갈등을 조장'해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비단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날 기가 막히게 저의 마음을 표현해준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나머지 1300만명의 절대적 박탈감, 그 깊은 상처를 덧찌르며 지난 두 달여간 새 대통령과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TV 또는 매체를 통해 온갖 수사적 표현의 남발과 열정 혹은 솔직함으로 미화시키려는 미숙함과, 자신들 패거리 이외의 모든 사람과 매체를 적으로 간주해 국민들을 단순 이분법해서 분열시키는 비논리적·일방적 언어의 테러를 보면서 우리에게 과연 내일이 있을지 암담해질 뿐이다. ” (2003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날 조선일보 사설)

18대 대선이 끝나고 나왔던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말이 2003년 2월25일 조선일보에도 나옵니다. ‘자신들 패거리 이외의 모든 사람과 매체를 적으로 간주해 국민을 단순 이분법해서 분열, 과연 내일이 있을지 암담해질 뿐이다’라는 말은 지금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마음과 똑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대선 패배의 상실감에서 상처를 깊이 느끼는 절반의 국민들 역시 아직은 정신적 소외계층이다. 15년 전의 ‘땡전(全) 뉴스’를 상기시키며 떠들썩하게 전국을 도는 당선자의 웃음에 승자로서 나머지 1300만명에 대한 아량과 위로와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TV를 껐다고 한다."(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날 조선일보사설)

이말은 2013년 그동안 TV와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과 어찌 이리 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2002년 2월25일 조선일보 사설. 출처:조선일보


조선일보 진성호 사회부 차장대우는 ‘조선데스크, 노무현식 언론개혁’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22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인터뷰를 가진 사실을 언급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난했습니다.

진성호는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지금 정권과 인터넷, 혹은 방송매체와의 유착이 혹시라도 진행 중은 아닌가 하고. 만약이라도 노 대통령이 당선에 ‘마이너스’가 됐다고 느끼는 매체는 기피하고, ‘플러스’ 역할을 했다고 판단되는 언론만 상대할 때 그는 스스로 권·언유착의 수렁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역으로 특정 언론도 정치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순간부터 타락은 시작될 것이다.”(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조선일보)

노 대통령이 당선에 ‘마이너스’가 됐다고 느끼는 매체는 기피하고라는 대목을 오늘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지난 22일 금요일까지 오마이뉴스에는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성호가 주장했던 당선에 ‘마이너스’ 됐던 매체는 기피한다는 사실을 대입하면 오히려 지금 비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권.언 유착을 운운했지만, 진성호 조선일보 기자는 이 사설을 쓰고 난 뒤 불과 4년 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인터넷본부 본부장으로 정치에 입문하고, 이듬해 중랑구에 출마 18대 국회의원이 됩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평정했다고 발언하며 권력을 좇던 진성호가 2002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 썼던 사설은 그가 진정으로 언론의 중립을 지키는 수준의 기자였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비단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盧, 당선 기여한 매체 외엔 부정적>
<국민 10명 중 4명 '이민가고 싶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논란, 무엇이 쟁점인가> (2003년 2월 25일자 동아일보 기사들)


동아일보도 똑같이 노무현 대통령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던 내용을 문제 삼았고, 취임식 전날에 '국민 10명 중 4명 이민가고 싶다'라는 여론조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날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2003년 기사를 끄집어 낸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 무조건 '빨갱이'이고 '좌파'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조,중,동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통령은 철저하게 비호하거나 감싸줬으며, 그들과 다른 성향의 대통령들은 철저히 배격하고 비난했습니다.


조선,동아는 전두환 시절에는 사설이나 논조의 98%가 긍정적,희망적으로 보도했지만, 참여정부에서는 89%가 부정적,비판적으로 돼 있었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당일부터 조선과 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는데, 조선은 37건 가운데 19건이, 동아일보는 35건 가운데 21건이 참여정부를 부정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런 조선,동아의 한쪽은 칭찬하고 한쪽은 죽이는 이런 왜곡 보도는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2013년 2월 25일 조선,동아일보 기사. 출처:조선,동아일보


오늘 아침 동아일보는 '새 정부에 재뿌린 국회'라는 기사 타이틀을 통해 마치 새 정부 출범을 국회가 반대하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2003년 2월 25일 조선일보는 '기업 개혁'이 기업 위축' 안 되게라는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견과(남과는 다른 의견) 경직성이 기업을 더 움추려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 아침 신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원칙주의자로, 그리고 실천하는 대통령으로 묘사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믿는 만큼만 하면 좋겠지만, 벌써 공약을 수정하고 있기에 그것이 과연 이루어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중에서)

그렇습니다.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고, 원칙만 세워지면 분열과 갈등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원칙에 어긋난 것을 범죄로 처벌하는 사회가 된다면 대다수 국민이 올바른 정의만을 추구하는 풍토 속에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날에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린 이유는 그 당시의 상황을 통해,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처럼만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라는 의미입니다.

"국민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당선자 시절 그의 말과 행동, 인사(人事)와 정책 등 모든 것을 마음속에 기록하고, 이를 판단해온 국민들은 앞으로도 엄정하고 무서운 역사의 판관(判官)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볼 것이다."(2003년 2월 1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 조선일보 사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무서운 역사의 판관으로 꼭 박근혜 정부를 지켜보기 바랍니다. 그들이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할 것이고, 그녀에 대한 심판 또한 국민이 반드시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