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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장인들이여 '재테크 달인 이동흡'에게 배워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습니다. 정말 까도 까도 이렇게 많은 의혹이 나오는 법조계 인물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수많은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후보자의 전형적인 공식을 숙지한 이 후보자는 여전히 '태연'하면서도 '당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의 가장 특이할 만한 사항은 그가 직장인으로 보여준 탁월한 재테크였습니다. 헌법재판소 사건에 대한 이동흡 후보자의 의견이 진보측에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의견이었지만 보수 측에는 환영할만한 의견이기에 그것으로 논해봤자 논쟁거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6년간 재임하는 동안 보여준 '직장인 재테크'의 기술은 직장인이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재산증식과 생활형 가장의 노하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놀라운 '직장인 재테크' 노하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월급은 절대 쓰지 않고 무조건 저축하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

이동흡 헌법재판소 후보자는 전형적인 직장인입니다. 별도의 수입이 있지도 않거니와 재산이 많지도 않고,( 모친 상속 재산 2,483만원) 부인 또한 전업주부입니다. 한마디로 남편 월급이 가계 경제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런 이동흡 헌재 후보자의 가정은 정말 알뜰하게 이 후보자 월급을 대부분 저축하는 놀라운 신기술을 보입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2006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6년간의 재임 동안 총 6억9,821만 원을 급여로 받았습니다. 2006년 이동흡 후보자의 예금액은 1억5,700만원이었는데 2012년 예금액은 본인 5억9,360만원, 부인 1억6,535만원으로 늘어납니다. 2006년 예금했던 1억5,700만원을 제하면 6년 동안 무려 6억195만원을 저축한 셈입니다.

재임 기간 6년 동안 받은 총급여액 중 세금과 연금을 제외한 실소득액 6억7천만 원과 비교하면 6년 동안 5천만 원만 쓴 것입니다. 1년에 830만 원, 한 달에 약 70만 원만 쓰고 나머지는 저축을 한 셈입니다. 아주 대단한 저축왕 같습니다.

② 생활비는 업무경비로 쓰면서 사는 노하우

이동흡 후보자가 월급 대부분을 저축하면서 살았지만, 진짜로 생활비를 한 달에 70만 원만 쓰면서 산 것은 아닙니다. 차도 사고, 외국 유학하는 딸아이 학비로 2년 동안 5,274만원도 보내주고, 카드도 쓰고, 개인 보험도 들면서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돈은 어디서 났을까요?

비밀은 매달 20일을 전후로 200~500만 원씩 들어오는 '업무추진비'에 있습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6년 동안 약 2억 5천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받았습니다.

▲ 1월22일, 오늘 청문회에서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가 3억2천만원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동흡 후보자는 이 '특정업무경비'가 들어오는 계좌를 자신의 카드와 보험료 자동이체 통장으로 사용했는데, 신한카드 대금 1억3100만원, 아이엔지(ING)생명 종신보험료 5944만원, 교보생명 연금저축 1485만원 등이 이 계좌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가장 많이 지출되는 카드대금이나 보험료를 업무경비로 사용하니 앞서 말했듯이 급여에 굳이 손을 댈 이유가 없었습니다. 매달 200~500만원씩 받는 '특정업무경비'로 생활비를 쓰다보니 급여 대부분은 저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말과 공휴일에 업무추진비로 식사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2007년에만 무려 13차례에 걸쳐 경기도 분당과 서울에서 주말과 공휴일에 99만9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2010년에는 주말에 사용한 업무추진비만 113만 7000원이나 됐습니다.

주말에 집근처와 분당,광주,용인 등 한정식집에서 40만 원짜리 밥을 5번 이상 먹으며 공무원 카드로 긁고, 업무추진비라고 하면 괜찮습니다. 물론 원래 업무추진비는 주말과 근무지인 종로구 이외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나,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고 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법정 공휴일과 토,일요일에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고, 불가피한 경우엔 휴일근무명령서나 출장명령서 등 당일에 일을 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으며, 업무와 관련해 불가피한 경우, 소명자료를 제출애햐 한다.


③ 나랏 돈은 내 돈, 찾아 먹는 자가 장땡

직장인이 급여말고 벌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요새는 보너스나 상여금 등이 모두 연봉에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이동흡 후보자처럼 재판관이 되기 전에 선관위 업무 봐주고 수당 한 번 받은 것으로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찾아 먹을 수 있는 돈은 무조건 찾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가장 쉽게 빼먹을 수 있는 돈이 유류비입니다. 실제 운행하지 않고도 대충 운행했다고 킬로미터 수만 적어서 내면 한 달에 수십만 원씩 유류비가 나오기 때문에 이 돈도 생활비에 아주 유용합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매달 '관용차량 유류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이 후보자는 16일간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2008년 12월 1950㎞를 운행해 전달 1980㎞와 비슷한 거리를 운행하고 유류비 6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후보자는 또 11일간 독일 출장을 떠난 2009년 11월에도 전달보다 100㎞ 정도 많은 1670㎞를 운행하고 동일한 금액의 유류비 60만원을 받았습니다.

한 달에 10일 이상 운행하지 않고도 킬로미터는 지난 달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운행하는 계기판 조작을 한다면, 충분히 유류비 60만원을 수중에 챙길 수 있는 것입니다.

④ 악착같이 살아야 잘 산다

사람이 돈을 벌려면 조금 악착같아야 합니다. 그냥 순진한 사람처럼 법과 규정을 지키다 보면 돈도 못 벌고 그저 멍청하다는 소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불법도 자꾸 눈감아주고,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욕 먹을 각오도 해야 합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6년간 6억이나 저축하는 저축왕이지만 대출을 받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대출이자가 얼마나 비싼데,물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이자 대출'이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총 9차례에 걸쳐 6,679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이렇게 지독해야(?) 잘 살 수 있습니다.


보통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을 하는 경우 일반병실을 사용해야 합니다. 4~6인실까지는 보험 적용이 되지만 2인실이나 1인실 등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차액을 그만큼 환자가 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2012년 10월 경기도 화성 봉담~동탄 고속도로에서 3중 추돌사고를 당해 부인과 함께 2인실에서 11일 동안 입원했습니다. 원래 보험약관에는 기준병실 입원료만큼만 보험사에서 지급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2인실 입원료 등의 비용을 보험사에 전액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헌법재판관이자 앞으로 헌법재판소 소장이 될 사람이 서민들과 6인실에서 지낼 수 있습니까? 격이 떨어지잖아요. 원래 규정에 안된다고 해도 감히 헌법재판소 소장이 될 사람에게 보험사가 함부로 하겠습니까?


해외여행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사실 10일 넘게 해외여행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돈이 문제죠. 그러나 재테크를 잘하는 직장인은 출장을 잘 이용하면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2008년부터 총 9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이 중 5번이 부인과 똑같은 날짜에 다녀왔습니다. 비행기값이야 업무추진비 카드로 긁고 따로 출장비가 나오면 그것으로 부부가 함께 여행하면 충분히 내 돈 안 들이고 부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체재비도 헌법연구관 같은 직급이야 179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동흡 후보자야 재판관이니 보통 천만 원 가까운 돈이 나오기 때문에 이돈으로 마음껏 먹고 마시면 됩니다. 참고로 금요일 오후는 근무한다고 해놓고 가까운 해외로 여행가는 꼼수를 부리면 휴가 신청하지 않고도 여행을 다닐 수 있습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2009년 일본, 2011년 싱가포르로 근무시간 중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관련 비위의혹, 출처:한겨레


이동흡 후보자를 보면 한 나라의 헌법재판소 소장이 되려고 하는 후보자 치고는 의혹이 참 많습니다. 아무리 생계형으로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재테크 노하우를 부리며 살았다고 넘어가려고 해도 정말 너무 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모친의 조의금 7천만 원으로 재산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나 (아무리 조의금이 많이 들어와도 대부분은 장례식 비용으로 반 이상은 나가는 것이 보통이지 않나요?) 미혼의 자식들에게 매달 생활비 250만원을 받았다는 (그렇게 돈을 받고 매해 천만 원 이상은 왜 또 송금해줬을까요?) 주장을 보면 정말 우리 같은 보통 사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의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디케'는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법을 관장하는 상징으로 여기는 '디케'는 왜 저울을 들고 눈을 가리고 있을까요? 재판의 공정함을 위해 다른 것을 보지 말라는 뜻도 있지만, 세상에 대해 눈을 감고 오히려 법과 반대로 판결을 내리는 현실을 풍자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도중 눈을 자주 감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향한 국민들의 의혹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삶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눈을 감았을까요?

법의 공정함은 상식에서 벗어나면 안 됩니다. 법이 누구나 생각하는 상식과 어긋날 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등의 판결을 다시 받기도 합니다. 법의 기준을 정하는 헌법재판소장이 상식과 어긋난 인생을 사는 인물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법과 상식 모두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재테크를 잘하며 처세술이 뛰어난 헌법재판소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법의 공정성을 위해 재판을 방해하는 것을 보지 않는 '정의의 여신'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