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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곽노현 '사후매수죄 합헌' 만약 미국이라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사후매수죄' 선고에 대한 위헌소원 판결이 났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 후보 사퇴의 대가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금품을 제공했을 때 처벌하는 '사후매수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지난 9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에게 유죄를 내렸던 대법원의 판결은 그대로 유효합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사후매수죄'를 말하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진보진영조차 이것은 곽노현이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곽노현이라는 인물을 교육자로 만나기보다 철저하게 시사블로거로 만나 조사한 '아이엠피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은 무죄라고 봅니다.

그것은 곽 교육감의 유죄는 대한민국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법이고, 그 또한 전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사후매수죄? 매수가 무엇인지 알고 합헌인가?'

'사후매수죄'는 말 그대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자에게 금전 또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는 행위를 한 자'라는 뜻입니다. 법은 법률 안에 있는 정확한 의미를 해석하고 판결해야 옳습니다. 매수는 후보자의 사퇴를 위한 범죄 행위로 규정했는데, 만약 후보자의 사퇴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범죄 요건의 성립 자체가 안됩니다.

그렇다면 곽노현 전 교육감은 박명기의 후보 사퇴를 위해 돈을 건넸을까요?

검찰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2010년 5월18일 박명기 후보수와 점심을 같이 먹으며 경제적 약속을 지원한 것으로 기술했습니다. 그러나 팩트는 이렇습니다.

"진영의 대의를 위해서 하는 단일화인데 이로 말미암아 피고인 박명기가 경제적 곤궁과 궁핍에 빠진다면 진영이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 나라도 나서서 사람들을 움직이겠다" (2012년 4월 17일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13쪽)

곽노현 전 교육감은 단일화 합의를 위한 일체의 돈을 줄 생각이 없었고, 대신 진보진영이 합법적으로 단일화 합의에 대한 박명기 후보의 어려움을 도울 것이라는 말만 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회담에서 상대 진영의 선거비용이 문제가 될 경우 야권이 함께 힘을 합쳐 그런 문제를 이겨낼 수 있으며, 이는 단일화 합의에 걸림돌이 아니라는 뜻과 같은 맥락입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최측근을 만나서 취재했지만, 후보 사퇴 조건으로 돈을 줬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곽노현 전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준 사실은 맞지만, 후보를 매수하거나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는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 곽노현은 박명기에게 돈을 줬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의문이 듭니다. 왜 곽노현 전 교육감은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줬을까요? 곽노현 전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줬던 이유를 알려면, 박 후보에게 돈을 주자고 했던 강경선이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음을 봐야 합니다. 강경선 교수는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주자고 곽노현 전 교육감에게 말했던 사람이고, 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강경선 교수가 왜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줬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강경선 교수와 나누었던 대화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 천정배: 왜 바보같이 돈을 줘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친구 곽노현을 곤경에 빠뜨렸느냐?
● 강경선: 그럼 박명기 교수가 그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고 자살할지 모를 지경에 있는데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했다는 말이냐?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냉혹할 수 있느냐?
천정배: 박명기 교수가 뭐 그리 중요했느냐? 우리 친구 곽노현을 잘 보호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박명기 교수가 어찌 되든 친구를 지켰어야지
강경선: 너 같은 사람은 박명기 교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몰라도, 곽노현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다. 당시 상황은 박 교수가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컸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 곽노현은 교육감직을 수행할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었다.[각주:1]


강경선 교수와 곽노현 전 교육감이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면 강경선 교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강경선 교수와 곽노현 전 교육감은 세속의 법과 시선을 떠나 영적,도덕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한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지켜줘야 할 가치였습니다.

▲방송통신대 동문들이 마련한 환송연에서의 곽노현,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


혹자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언론사 기자이자 강경선 교수의 동생은 그들을 가리켜 "정말 세상물정이나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병신들"이라는 탄식과 욕설을 했습니다.

강경선 교수는 법대 지도교수가 마련해준 해군사관학교 법학 교수직을 마다하고 해병대 장교로 자원입대했던 사람입니다. 또한, 서울대 법대 교수로 오라는 자리도 마다하고 방송통신대학이 서민을 위한 평생 대학이라며 방송통신대 법학부로 갔고, 그런 강 교수를 따라 곽노현도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방송통신대학교 법학부 교수가 됐습니다.

강경선 교수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수백만 원을 주기도 하고, 남몰래 보육원 등의 아이들에게 학비를 대어주면서 늘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강 교수의 친구 곽노현은 친구 동생의 박사과정 학비를 남몰래 내주기도 하고, 돈이 없어 고생하던 강 교수에게 1억 2천만 원짜리 집을 사주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선의와 도덕적 가치를 말하면 사람들은 웃을 것입니다. 그래도 진보교육감이라면 진보 세력을 책임진 사람인데, 그깟 정에 휘둘리면 되겠느냐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절대 지지 않는 것이 전부겠지만, 인간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는 '특별한 인간' 강경선과 곽노현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였습니다.

'만약 사후매수죄가 미국에 있었다면'

특별한 인간처럼 여겨지는 강경선과 곽노현이 미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미국에는 이런 선의가 아닌 진짜 대놓고 상대방 후보를 매수(?)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던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2008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버락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를 사퇴하고 11월 본선에서 러닝메이트로 나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힐러리 진영에서는 본선에서의 적극적인 협력을 조건으로 선거비용 보전을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러닝메이트 제안을 거부한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하고, 빚더미에 안게 된 힐러리에게 제3자 기부행위를 요청하는 방식 등으로 선거비용을 갚아줬습니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온 깅그리치(좌)와 롬니(우)


2012년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 뉴트 깅그리치는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막대한 선거 빚 때문에 더 이상의 경선 참여가 어렵다고 언론에 실토했습니다. 깅그리치는 선거 부채의 이전 등을 포함한 향후 정치적 지분 확보를 위해 미트 롬니 측과 물밑 협상을 벌였고, 결국 깅그리치는 대선 후보 경선레이스에서 사퇴하고, 롬니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만약 '사후매수죄'가 미국에 있었다면 아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벌써 잡혀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미국 공직선거법은 정치연합을 통해 상대 후보자의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행위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합니다.

'사후매수죄'는 세상천지에 없는 해괴망측한 법입니다. 대한민국조차 53년동안이나 적용사례 없이 사문화된 법입니다. 진짜 이런 법이 필요했다면 왜 구미선진국은 물론이고 정치후진국에조차 없겠습니까?

매수란 돈으로 후보자 지위를 사는 것인데 선거 후에는 매수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아예 매수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선거 전에 사퇴한 후보자를 영원히 원수로 지내라는 '패륜적 법조항'을 합헌이라고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각주:2]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와 박빙을 이룰 때 열린 대법원 판결이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듯이 내린 헌법재판소의 합헌을 보면서 이들이 진짜 법리적으로 합헌 결정을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기소 전에 사퇴했다면 선거비로 지원받은 35억 원을 내놓지 않아도 됐습니다. 이제 그의 집과 재산에는 압류 절차가 진행되고, 그를 향해서 보수는 물론이고, 진보진영조차 잊은 듯 말조차 꺼내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엠피터'는 곽노현 교육감과 강경선 교수를 '곽노현버리기'라는 책의 원고 일부를 쓰면서 한번 만났습니다. 그들은 겸손했으며, 어디에서도 정치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았습니다. 정치와 검찰의 부당함을 얘기하기보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과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에만 목소릴 높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정치인은 남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을 아예 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지르고도 떳떳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교육자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소중한 삶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강경선,곽노현이라는 두 인물이 교육자가 아니거나 "정말 세상물정이나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병신들"이 아니었다면 추운 겨울날 교도소 마룻바닥에 있을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곽노현에게 이로운 것은 진실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가 곽노현에게 이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곽노현은 무죄이고,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땅의 교육자들은 인간의 가치보다 오로지 자기를 지키는 처세술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1. '곽노현 버리기'259쪽 [본문으로]
  2. 이재화 변호사의 트위터중에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