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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부자 아빠가 보육원 아이의 1,500원 식사를 짓밟는 나라



1월 15일 천안시 홈페이지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저소득층 초,중,고교생이 방학에는 학교 급식을 먹지 못해 도시락이 배달되는데, 그 아이들이 먹는 도시락 사진이었습니다. 도시락을 보면 이것을 과연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감자튀김 몇 개, 단무지 3조각, 김치 몇 조각, 썩은 부위를 도려낸 듯한 귤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추운 겨울 아이들이 이런 부실한 도시락을 먹고 하루를 버틸 수 있는지 한숨이 나옵니다.

이런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부실도시락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건빵도시락'이라 불리는 허술한 도시락이 아이들에게 배달된 적도 있습니다.

▲2005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배달됐던 군산 건빵도시락과 서귀포 부실 도시락, 출처:연합뉴스,미디어제주.


2005년에 서귀포 저소득층 아이에게 배달됐던 도시락이 메추리알과 단무지, 빵 등으로 부실하게 구성돼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군산에서도 결식아동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에 건빵이 들어가 있어 많은 시민의 분노를 자아낸 적도 있습니다.

당시 군산시 송웅재 시장 권한대행은 건빵도시락이 문제없다는 발언을 해 항의를 받기도 했는데, 송 부시장은 "제도적인 문제(현재의 가격 2,500원)가 있기는 하지만 운영비 500원을 제외하고 2,000원으로 만든 도시락이 이 정도면 양호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2,500원짜리 도시락이 저 정도였는데, 2013년 한 끼 1,500원짜리 식사는 과연 어떨까요?

' 김밥 한 줄도 1,500원인데, 한 끼 식대가 1,500원이라니'

최근 확정된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보육원 아동 1만 6천명에게 한 달간 지원되는 금액이 15만 9천 원입니다. 그런데 그 중 의복비 등으로 2만 원을 제외하면 한 끼 밥값은 1,500원 정도가 됩니다.

▲부실한 식사와 김밥천국 1,500원짜리 김밥,출처:인터넷커뮤니티


요새 김밥천국의 저렴한 김밥도 1,500원은 하는데, 1,500원으로 한 끼 먹을 음식을 만든다면 완전 맨밥만 먹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국아동복지협회'에 따르면 피복비에는 신발,양말,가방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식대로 도저히 더 많은 돈을 쓸 수가 없다고 합니다. 철마다 크는 아이들에게 작은 신발이나 구멍 난 양말을 계속 신길 수가 없으니 피복비는 그대로 써야 하고, 시설비도 난방비가 있으니 손을 못 대고, 결국 무조건 1,500원 한도 내에서 식사를 제공해야 하니 어려움과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합니다.

시설이 크거나 후원이 많이 들어오는 보육원, 자원봉사자가 활발한 보육원은 그나마 낫지만, 소규모에 지방이나 시골에 있는 보육원은 원장들이나 시설 종사자들이 텃밭을 직접 가꾸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 

' 제주 국제학교 4,500원 한 끼 식대와 비교하니'

한국아동복지협회는 지난해에 복지부에 보낸 공문에서 "보육원 아동에 대한 급식 단가를 최소 지역아동센터와 동일하게 3,000원으로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의 한 끼 1,500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금액이 지원된다는 이유로 이것을 거절했습니다.


보육원 1,540원의 한 끼 급식비는 지역아동센터 3,500원보다 적습니다. 여기에 제주 국제학교의 한 끼 급식비 4,500원과 비교하면 과연 2013년 보육원이 1960년대 고아원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국가의 지원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원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복지부가 제시했던 2013년 보육원 아동 한 끼 급식비 200원 인상안을 거절하고 100원 인상으로 확정지었는데, 이유는 재정이 문제였습니다. 보육원 아동에게 3,000원짜리 한 끼 식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295억 원이 소요되는 데 이 예산이 없어서 복지예산에 포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돈이 없어서일까요?

' 제주 국제학교 1인당 지원금 1억 9천만 원'

2011년 개교한 제주 국제학교는 건립부터 국가의 세금이 투입된 교육시설입니다. 그런데 국가의 세금이 투입된 공공 교육시설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귀족학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개교한 NLCS(노스 런던 컬리지잇 스쿨)의 입학인원 436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6%인 212명은 서울출신이며 그 중 76%인 161명이 강남3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 ‘강남부자들을 위한 학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말이 국제학교이지 외국인 학생은 겨우 4.4% 19명에 불과한 국제학교를 세우기 위해 공공투자와 국비 지원은 총 4,824억 원이 소요됐는데, 계산하면 1인당 건립비용으로 5,630만 원이 지원된 것입니다.

국제학교지만 교육부 특별교부금 등의 지원을 받는데 이 지원금액만 무려 1억 9천만 원에 달합니다.(건립비 5.360만원+특별교부금 1억3,600만 원)

문제는 앞으로 일부 국제학교에서는 본교에 로얄티를 지급하는데 그 금액이 612억 원에 달하고 그 금액을 국가에서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NLCS는 2016년까지 179억 원의 누적 적자가 예상되는데, 학교 측은 2025년에서야 흑자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어줘야 하고 그 금액이 한 해 전체 보육원 아동 한 끼 식대를 올려줄 수 있는 295억 원이 넘습니다.


▲2011년 9월 개교한 제주 국제학교 식사 배식 장면, 출처:연합뉴스


부자들이 자신들의 돈으로 '귀족학교'를 세우고 보내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왜 부자들만의 자녀를 위한 학교를 세워주고, 지원까지 해줘야 하나요? 그것도 말이 교육이지, 외국에 로얄티를 지급하면서까지...

지금 우리는 보육원 아이들의 한 끼 1,400원 식사를 200원조차 올려주지 않고 100원만 인상해준 정부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부가 부자 부모를 둔 아이에게는 연간 1억 9천만 원을 지원해준 사실을 보면서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까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제주 국제학교 아이들은 밥이 부실해도 빵을 사 먹을 수 있지만, 보육원 아이들은 한 끼 밥을 먹지 못하면 그대로 굶는 것입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도와주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저버리지 않도록 여러분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