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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현동 마님' 실제 주인공 백혜련 검사가 뿔났다.



어제 페이스북에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되고 조선일보의 거친 사상 검증
(?)의 도마에 오른 최은배 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시사] - 최은배 판사와 벤츠여검사,그리고 컴맹당의 한계

그런데 최 판사를 공격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한 명의 판사가 이와 비슷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 '튀는 판사' 이정렬의 이유 있는 고집스러움

“대한민국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신 구국의 결단. 그런 결단을 내리신 국회의원님들과 한-미 안보의 공고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것도 정치편향적인 글입니다

정치 편향적인 글을 올렸는데 어쩔거냐고 묻는 글을 과감하게 올린 사람은 현재 창원지법 부장 판사로 근무하는 이정렬 판사입니다.

이정렬 판사는 그동안 톡톡 튀는(?) 그리고 아무도 상상 못할 판결을 내렸던 인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특정 종파에 속하는 사람이 종교상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 선고.
▷예배방해혐의로 약식기소된 목사에게, 신앙생활에 정진하기보다 세속적인 이익만 추구했으며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특히 교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하는 목사가 오히려 범행을 주도했고, 교회소유의 부동산을 임의로 매각하는 등 교회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으며 교단심판위원회에서 면직처분까지 받았음을 이유로, 검사의 약식기소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
▷네차례나 예비군훈련에 불참하여 벌금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또 다시 늦잠자다가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사안에서, 양심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사람들도 1년6월씩 징역형을 선고받는데, 단순히 늦잠을 자느라 모든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4개월의 실형 선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급식비 수천만원을 가로챈 어린이집원장에게, 피고인의 어린이집은 구에서 위탁받아 저소득층어린이를 위하여 운영되는 지극히 공적인 목적이 있는데도 어린이들의 먹거리 구입비용에 사용해야 할 돈을 횡령한 것은 죄질이 무겁다는 이유에서 실형을 선고
▷억대의 내기골프를 하다가 도박죄로 구속기소된 사람들에게, 내기골프는 우연성이 아닌 기량에 따라 승패가 갈리므로 도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 선고.


그의 판결을 놓고 그를 진보 판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어떤 이념적인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내기 골프 무죄 판결도 있지만, 예비군 훈련 불참 실형 선고와 어린이집 급식비 횡령 사건을 봐도 어떤 상식의 기준을 높이 적용한 점이 있을 뿐 굳이 진보와 보수 편향이라는 말을 적용하기는 곤란합니다.

이정렬 판사가 단순하게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일을 벌이고 판결을 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길더라도 아래에 이정렬 판사가 올린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그가 무조건 튀는 행동으로 살았던 법조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렬 판사는 '진보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된다는 말이겠지,그럼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두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라며 자신을 진보 편향적인 사람으로 부르지만, 사실 그는 어쩌면 저런 잣대조차 왜 나누어야 하는지 답답했을 사람입니다.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자꾸 진보라 부르는 모습을 저는 싫어합니다. 제가 왜 진보와 보수를 나는 것을 우려하느냐면,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순간.이정렬 판사는 빨갱이로 둔갑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튀는 판결을 해도 그는 진보정치에 투표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법과 상식의 잣대로 판결했지만,대한민국 대통령과 사법부는 그에게 닥치고 명령복종을 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사법부의 개혁을 원했지만, 일개 판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고작.

대한민국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의 문제점은 정치권력의 노예라는 점을 떠나, 기득권 세력들이 포진해서 권력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썩어가고 있어도, 수십 년 동안 정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한미FTA 비준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밝혔던 판사 중에는 변민선 서울북부지법 판사도 있었습니다.

“법관 개인이 사적으로 얘기한 것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와 그 글과 소속된 단체만을 근거로 최 부장판사의 재판에 대한 공정성을 단죄하고 법관 개인의 의사표현을 위축하려는 시도가 잘못된 게 아니냐,법관 개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 마땅한데 최 부장판사의 개인적 글을 모두 검열하고 신상을 조사하고 사상검열까지 해 외부에 공개하는 것, 이것이 잘못된 게 아니냐”

변민선 판사는 법관 개인에게 사상검열까지 요구하는 이 시대의 사법부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사실 변민선 판사는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 재판 개입에 대해서 '신 대법관의 행위는 판사들에 대한 명백한 재판권 침해행위이고 판사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던 판사였습니다. 

그는  '각급 법원의 평판사회의, 법관회의 나아가 전국 평판사회의, 전국 법관회의 개최를 요청한다"며 "신 대법관의 사퇴 문제를 넘어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면서 '침묵하던 판사'에서 사법부의 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로 바뀐 진정한 사법부를 생각하는 법조인이었습니다.

'사법부를 보호할 든든한 방패로 믿어왔던 대법원장의 신뢰에 큰 금이 오기 시작했다'라는 변민선 판사의 지속적인 사법부 개혁 요구는 누가 참으로 법을 판결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법관으로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 '아현동 마님' 실제 주인공 백혜련 검사가 뿔났다.

예전에 '아현동 마님'이라는 MBC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여자 검사로 검찰에서 일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로 주인공 여성의 차분함과 일에 대한 열정이 엿보였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현동 마님'의 실제 주인공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대구지검 형사3부 백혜련 수석검사입니다. 백혜련 검사는 2006년 인간극장에서 'TV판 공공의 적2'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8부의 검사들' 편에서도 나왔던 인물입니다.


백혜련 검사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라며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난 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백 검사는 "최근 몇 년간 검찰의 모습은 국민들이 볼 때 결코 정의롭게 보여지지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았다" 면서 지금 대한민국 검찰이 얼마나 정의와는 먼 집단이면서 법을 수행하는 기관인지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녀는 '정말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점은 없었는지, 저희 검찰의 기준과 상황 판단이 시대흐름에 너무 뒤쳐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점은 없었는지, 실체적 진실은 별론으로 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상 공정성의 문제는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며 검찰 내부의 반성과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백혜련 검사는 재직 당시 '삼성물산 재개발비리','국세청 비리' 등 치밀하면서 끈질기게 수사해야만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을 수사했던 유능한 검사였습니다.

검찰을 너무나 사랑했고, 드라마의 롤모델과 다큐멘터리에 나올만한 열정과 자질을 가진 여 검사가 결국 사표를 던진 사실은,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가 말기암 환자처럼 시한부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 진정한 국민을 위한 법의 수호자들은 사법부를 떠나고...

저는 어제부터 최은배 판사,이정렬 판사,변민선 판사,백혜련 검사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의 가치관과 행동 모두를 동조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이런 사람들이 사법부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 대부분은 법복을 벗어야 하고, 백혜련 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정한 사법부의 개혁을 외치거나 부조리에 항거했던 판검사들은 사법부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PD수첩 사건을 수사하던 임수빈 부장검사도 결국 사표를 던지고 떠났습니다.

[정치] - 한명숙의 눈물,그리고 노무현과 임수빈 검사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자, 아직도 검사와 판사들에게 악몽과 같은 치욕으로 남아 있는 '인혁당' 사건에서 양심에 충실했던 이용훈 검사는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의 시신이 공산당의 사주가 아닌 용공조작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한 명의 검사가 해낸 일입니다. 이처럼 한 명의 검사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좋은 방향이나 나쁜방향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에는 백혜련 검사만을 거론했지만, 지금도 숨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양심 있는 검사와 판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판검사들이 지금 사법부를 떠나고 있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픕니다.

 


이정렬 판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옳은 일은 반대 있어도 해야죠'를 거론하며, 진짜 살아있는 사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백혜련 검사의 사표가 총선 출마를 위한 꼼수라고 폄하했습니다. 저는 그녀가 총선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강용석이 있는 마포구에 나와서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위하는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이정렬 판사,최은배 판사,변민선 판사,백혜련 검사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사법부는 여러분을 버려도, 대한민국 국민은 당신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