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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입도세'추진에 분노하는 제주도민



제주도가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환경자산보전 명목으로 '입도세'라는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이렇게 '입도세'를 만들겠다고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제주 환경을 보전하겠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재정자립도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제주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으로 제주에 오는 사람에게만 부과하는 '입도세'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런 제주도의 어이없는 행정은 분노마저 들게 합니다.

도대체 제주도민으로 제주도가 신설하려는 '입도세'를 왜 반대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제주여행, 과연 저렴할까?'

관광 산업과는 별 관계가 없이 제주에 살고 있지만, 제주는 관광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늘 관광 산업에 관한 조사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 관광산업을 조사할수록 맹점과 허점을 자주 발견합니다. 그중에서 제주가 그리 저렴한 여행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말에 제주에 오는 것은 일단 비행기 요금부터 비쌉니다. 저가항공도 예전에는 7만 5천 원 선이었는데 이제 가격이 올라 주말은 9만 3천원이 기본 가격입니다. (제주항공 기준) 할인도 되지 않기 때문에 유류할증료13,200원과 공항이용료 4,000원을 포함하면 1인당 편도 요금만 11만 원이 됩니다. 4인 가족이라면 항공 요금만 77만 원입니다.

숙박은 1박 기준 주말 펜션 요금이 12-15만 원 정도인데, 문제는 렌터카입니다. 제주 교통 여건상 가족이 버스를 타고 다니기는 불가능해 반드시 렌터카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차량 빌리는 가격은 56시간(대략 2박3일)에 2-3만 원 선인데 반해, 보험료만 무려 11만 원이 넘습니다.

제주도 식당들 맛없고 비싼거야 두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좋아하는 테마 공원 입장료는 쿠폰을 이용해도 4인 가족 기준으로 3-4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평균 1일 2,3군데 간다고 치면 1일 입장료만 10만 원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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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주도 여행 경비를 대략 계산해보면 4인 가족 기준으로 2백16만 원 정도인데, 이 정도 비용이면 일본이나 중국,동남아를 갈 수 있는 금액과 비슷합니다.

제주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가 자연경관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저가항공을 통한 저렴한 여행경비에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모든 요금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입도세까지 포함되면 누가 제주를 찾겠습니까?

' 환경보전을 위해서? 누가 볼까 두려운 제주도 환경 보전 정책'

제주에 살지만 정말 제주는 아름답습니다. 세계 다른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유네스코 3관왕으로 생물권 보전지역지정,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제주가 홍보하고 있는 자연유산. 출처: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이니 홍보나 예산 배정만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그 효과가 좋았겠지만, 제주도는 전혀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제주도가 유네스코를 무시하고 자연 보전 행정이 주먹구구식인지 보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제주는 지난 2002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로고개발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로고를 만드는 이유는 유네스코로부터 인증은 받았지만 상업적 용도로 쓸 수 없기에 별도의 로고를 만들어 관광지를 홍보하는 등의 상업적인 이윤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년이 지나도록 로고도 개발하지 못했는데, 상표 등록하겠다고 예산 2,000만 원을 배정한 곳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로고도 없는데 상표등록 예산부터 책정하는 이런 행정력으로 여태껏 제주도는 유네스코 지정보다 제주7대 자연경관 선정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제주7대 자연경관을 비판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은 자연유산만 잘 활용해도 충분한데 왜 굳이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서 예산을 낭비하고 행정력의 손실을 주느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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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의 세계 자연유산 지정은 세계적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 가치를 홍보하기 위한 팸플릿 제작이나, 지도, 영문 사이트 제작, 관광지 개선에는 등한시하면서 오로지 이상한 단체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환경보전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토익시험 만점 받고도 사설학원에서 주는 자격증 하나 취득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는 듯한 제주의 환경보전 정책은 환경보전이라는 명목으로 제주 입도세를 받을 명분 자체를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관광수입, 누구를 위해서?'

제주도가 '입도세'를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에는 중국 관광객 등의 대규모 단체 관광객을 노린 것입니다. 사실 제주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늘어나면 제주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단체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제주도민의 수입이 늘어날까요?

▲ 제주공항 내에 있는 면세점, 출처:미디어 제주


제주를 찾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이용하는 곳은 대부분 면세점입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제주에서 쇼핑으로 향수와 화장품(63.1%)를 구입하는데, 이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곳이 신라 면세점(74.3%)과 롯데 면세점입니다. 숙박시설로는 호텔(92%)입니다.

명품향수와 화장품,면세점,호텔, 이 모든 곳이 바로 재벌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결국, 지역상권은 오로지 가족이나 홀로 여행족들의 내국인 덕분인데, 이런 내국인을 '입도세'라는 명목으로 발을 돌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 수천 명에게 몇천 원씩 입도세 받아서 챙기면 단순한 재정 수입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상권을 살리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제주의 재정자립도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관광객이 많은 도시는 세금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행세가 높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시카고가 여행세가 가장 높은 도시) 지역은 그 지역을 방문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여행지를 바꾸거나 소비를 아예 줄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관광객이 늘어남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부과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 절감 노력과 장기적인고 체계적인 정책 시스템을 가동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세금만 부과해서 재정을 높이겠다는 생각은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모두 쫓아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서양속담에 '어리석은 자의 돈은 금방 없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환경보전과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황당한 '제주 입도세'와 같은 일들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제주도민이나 제주를 찾는 사람 모두가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