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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태풍 볼라벤 정말 무섭다'공포에 떤 제주도



태풍 볼라벤이 제주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인터넷은 벌써 끊어져, 휴대폰에 연결해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는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하고 있어 노트북이라 버텼지, 그냥 컴퓨터 같으면 글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처음 볼라벤이 상륙할 때만 해도 그저 평소보다 바람만 세게 불어 별거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밤새 창문을 뒤흔드는 소리는 그저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무언가 창문을 부실 것 같은 광폭함이었습니다.


나름 준비도 열심히 했습니다. 남들이 신문지를 창문에 붙인다고 해서 저도 신문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쓰레기처럼 나돈다는 조중동 신문도 찾으려니 없다는.진짜 개똥보다 못하다는 ㅠㅠ

▲ 화장실 문과 현관문에 테이프를 붙여놨다.


신문지를 구하기 어려워 테이프를 사다가 창문에 붙여 놨습니다. 제주도 농가주택이라 화장실 바깥문은 덜덜거리기 일쑤라 아예 문을 봉쇄했습니다. (실내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주도는 여닫이문이 별로 없습니다. 그것은 바람이 워낙 강해서 문을 열기도 힘들거니와 잘못하면 다치는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현관문도 하나짜리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 테이프를 붙여 놨습니다.현관문이 불안하지만, 방충망과 보온용 커텐이 있어서 최악의 경우 거실쪽으로 유리가 오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장실입니다. 문 바로 옆이 좌변기인데, 만약 돌풍에 나뭇가지나 돌멩이가 날라와 유리창이 박살난다면 ,,,, 그래서 화장실 갈 때마다 불안과 공포에 떨었습니다. 바람 소리가 마치 귀신소리처럼 음산하고, 한번 바람이 불 때마다 창틈과 문틈사이로 물이 들어올 정도의 강풍이 지금 제주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밤새 태풍 볼라벤이 어느 정도였는지 먼저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제주의 소리)

 

태풍 볼라벤이 제주를 덮치면서 제주에는 현재 시간당 최대 50mm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라산 윗세오름이 280.5mm, 유수암리198.5mm,제주시 118.7mm,서귀포시 88.0mm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람입니다.

지난 태풍 나비는 일최대순간풍속이 49.3m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관측된 태풍 볼라벤의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9.6m로 관측됐습니다.

▲태풍 볼라벤의 강풍으로 건물의 벽돌이 도로에 떨어지고, 가로수가 쓰러지기도 했다 출처:제주의 소리 김정호 기자


우리 집은 산간지방이라 물의 배수가 빠릅니다. 마당에 물이 조금 고이지만, 집 자체도 약간 높은 편이라 비는 어느 정도 와도 걱정이 없는데, 바람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마당에 있는 작은 돌들이 돌풍으로 유리창을 때리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져 혹시라도 유리창이 깨질까 겁이나 죽을 지경입니다.

 

 


현재 우리집도 계속 정전이 됐다가 복구가 됐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시내는 전신주가 강한 바람 때문에 이상이 생겨 조천리 1576가구,노형동 440가구를 비롯해 서귀포시 4566가구 등 총 4만1704가구의 전력 공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3만4351가구가 암흑 속에서 태풍 볼라벤과 싸우고 있습니다.

▲ 태풍 볼라벤으로 가로수,현수막,신호등이 파손되고,주차된 자동차를 담벼락이 덮쳤다. 출처:제주의 소리,제이누리


현재 제주도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창문을 모두 닫고 (창문 전문가의 조언으로는 창문에 신문지나 테이프를 붙이는 것 이상으로 창문을 모두 닫고, 잠그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작은 창문이라도 열려 있으면 갑자기 돌풍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나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 새벽 5시인데, 사진이라도 몇 장 찍으려고 나가려고 했다가 바로 바람에 얻어터지고 들어왔습니다. 우산은 들지도 못합니다. 서 있기조차 어렵습니다. 중산간이 이 정도인데 해안가는 엄청납니다. 정박된 배들도 요동치고 있으며, 파도가 해안가를 넘어 마을 쪽으로 덮칠 기세입니다.


제주도는 어제 오후 3시부터 전면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오늘까지는 여객선과 항공기가 운항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주를 찾아왔던 관광객은 물론이고, 육지에 일이 있어 나가야 하는 사람들 (저도 민주당경선 인터넷 방송으로 가려다가 포기했습니다) 모두가 발이 묶여 있습니다.

고립무원의 땅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는 제주도입니다.

▲태풍 볼라벤의 진로 출처:제주의 소리


더 큰 문제는 태풍 볼라벤의 진로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북상하여 육지로 올라갈 텐데 이런 기세라면 도심지역은 돌풍으로 유리창 파손과 하수구 역류로 인한 침수가 우려됩니다. 농촌지역은 비닐하우스 파손과 농작물 피해가 심각할 정도입니다.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들도 어느 정도 튼튼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태풍이기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태풍 볼라벤을 겪고 있는 제주도민으로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 정전 대비
- 양초, 랜턴 준비
- 휴대폰 배터리 완전 충전,노트북,아이패드도 미리미리 충전

○ 돌풍 대비
- 유리창에 신문지,테이프 붙이기 (없으면 키친타올을 물에 적시는 것도 가능)
- 창문을 꼭꼭 잠그고 빈틈이 없도록 할 것,만약 덜렁거리는 창문이 있으면 창호와 유리창에 테이핑
- 커텐을 모두 닫아 혹시라도 유리창 파손에 대비
-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아파트는 철저히 점검

○ 단수 대비
- 식수와 화장실용 물을 미리 받아 놓을 것
- 라면과 버너 챙길 것

○ 미리 대피 준비
- 간단한 옷가지와 귀중품을 미리 가방에 챙겨 놓을 것
- 우산보다 우비가 더 효율적임
- 비상약품 (특히 붕대와 아이용 해열제는 미리 미리)

"SNS에 거짓으로 재난 소식 알리지 맙시다. 제주에 유리창 파손으로 병원에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데, 아직 그런 피해는 없습니다.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하면 진짜 큰일이 나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가 겪습니다. 재난트윗은 신중하고 조심히, 그리고 사실을 정확히 알아보고 올립시다"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마을 회관으로 대피해 응급구호물품을 받은 아이 출처:제살모 써남


제주에 입도 한지 3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태풍을 봤지만 이번 태풍 볼라벤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민 중에 태풍 나리의 피해를 기억하는 사람도 그에 못지않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밤새 보지 못했던 태풍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도 촛불 켜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빨리 전기가 들어와야지 노트북 배터리도 얼마 없는 데 걱정입니다. 제주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육지에 도착하면 얼마나 큰 피해가 나올지 상상이 안 갑니다. 태풍이 소멸하는 행운이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현재 시작 오전 7시, 밖에 나갔다가 왔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참했습니다. 밖의 화장실 유리창은 깨지고 문은 작살이 났고, 현관 바로 앞의 나무는 부러졌습니다. 텃밭에 심어 놓은 콩들은 모두 쓰러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 크기 나무가 부러졌는데 집으로 덮치지 않고 텃밭으로 쓰러졌다는 정도일까요?

▲ 만약 나무가 쓰러지면서 슬레트 지붕의 화장실을 덮쳤다면 아마 오늘부터 급한 볼일은 텃밭을 이용해야 했을 듯..


돌담도 곳곳이 무너졌고, 제일 큰 문제는 현재 나뭇가지가 전선에 걸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혹시나 나뭇가지가 전선을 끊고 우리 집쪽으로 덮치면 감전의 위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전에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정도 피해라도 괜찮으니 빨리 태풍이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 전선에 나뭇가지가 걸려있는 모습, 바람이 불 때마다 전선이 끊어질 듯 위태롭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오늘 오후부터는 되도록 회사도 학교도 가지 마시고 그냥 집에서 가족과 함께 계시길 바랍니다. 하루 직장 상사한테 욕먹는 것이 낫지, 아이들과 가족이 정말 공포에 떨 정도의 태풍입니다. 알다시피 정치 블로거라 거짓말 하면 큰일납니다.

태풍 볼라벤을 경험하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아 더 걱정 ㅠㅠ)  나에게 덮치기도 전에 공포를 주는 자연의 위력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태풍 볼라벤이 부디 무사히 대한민국을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태풍 볼라벤을 대비하고, 피해를 당하였다면 함께 노력해서 하루빨리 복구하도록 합시다. 힘을 냅시다.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