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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폭설로 집이 고립,라면먹는 새해 첫날.




새해 첫날이지만,저희 집은 우울합니다.현재 상황,집이 고립된 지 벌써 삼일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곳이 산간 지방이냐고요?아닙니다.아스팔트 2차선 도로가 완벽하게 있는 평야지대
펜션 단지입니다.그것도 눈이 안 오기로 유명한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입니다.
그런데도 현재 나가지도 못하고,오지도 못하고 고립되어 살고 있습니다.



눈이 집 앞에도 발목까지 쌓였습니다.위에 올린 사진들은 집 앞과 제가 거주하는 펜션 단지
도로만 갔다 오고 찍은 사진입니다.여기에 눈보라까지 쳐서 사진을 찍는 내내 손이 시려
셔터를 누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눈이 얼마나 왔는지 감흥이 오지 않으시는 분들은 아래 사진을 비교해 보시죠


카메라가 똑딱이라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저희 집 데크가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졌습니다.데크 바로 밑으로만 내려가도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습니다.그저께 다행히 문에
문풍지를 발랐는데, 안 그랬으면 눈보라가 그대로 집 안까지 들어올 뻔 했습니다.

이 정도 눈에 무슨 고립이냐고 하시는 분들에게 다시 아래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저희 집에 오기 위한 도로입니다.꽁꽁 얼었습니다.그런데 제설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설 장비도 없고,기껏해야 모래주머니 두개 있습니다.문제는 저희 집에서 마트가 있는 구좌읍까지
10킬로를 가야 합니다.제주도를 내려가면서 집에 있던 체인도 놔두고 왔습니다.제주도에 무슨
눈이 오고,와봤자 얼마나 내리겠느냐고 했던 저였기 때문입니다.

도로에 차가 다니면 눈은 금방 녹습니다.그런데 가뜩이나 외진 곳이라 차량 통행도 없고,햇빛도
없으니 도로는 계속해서 얼어있고,차량도 몇 대 지나가고 이제는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여기는 제설 차량이 제설 작업도 해주지 않는 도로와 지역입니다.


우체국 택배: 못 온다고 전화 왔습니다.아마 1월 3일 이후에 도로가 녹으면 온답니다.
가스 가게:차량 전복 사고 난다고 절대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치킨 가게:원래 배달비 삼천원주면 배달해주는데 이 날씨에는 힘들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펜션 단지입니다.일출을 보기 위해 연말에 손님들이 오는 게 정상인데,제주도 비행기
결항 사태로 손님들 세팀 이상 오지 못해서 펜션 사장님 내외분의 걱정이 가득합니다.여기에 그저께
펜션에 들어온 투숙객들도 나가질 못해서 계속 펜션에만 머물고 있더군요.

사륜구동 차량이라면 올 수도 있지만,누가 이 눈보라를 헤치고 체인까지 배달을 해주겠습니까?



제일 큰 문제는 식량입니다.먹을 것이라고 하지 않고 식량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은 실감하실 수 있나요? 아무것도 없으면 정말 걸어서라도 나가거나 펜션 사장님 내외에게
어떻게든 조달하겠지만,무슨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만,새해 첫날 떡국은커녕, 오늘 아침은 라면을 먹어야 합니다. ㅠㅠ


아니 미리미리 장을 봐야지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저희 집은 보통 제주 시내에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데,무슨 제주도가 눈이 흔하게 내리는지 모르겠습니다.저번 주도 눈이
왔었고,아이 병원때문에 시내에 겨우 간 날도 눈이 왔었습니다.

[韓國/소시어컬쳐] -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솔직히 서울에 살 때보다 제주도에서 눈을 자주 봤습니다.제주도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10년만에
처음이라는데,저희는 제주도 오는 첫해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했습니다.

생후 28일 아기가 있기 때문에 솔직히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운전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체인이 없어서,차량 통제구역이 있으면 나갈 수도 없습니다.


야자수에 눈이 내립니다.낑깡나무와 꽃이 피는 나무에도 눈이 오고,열대성 식물에도 눈이 내려서
흡사 무슨 이상 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사는 곳이 산중턱도 아니고 평야 지대에 저런 열대성 식물이 자라는 곳이었는데,올해는
무슨 일인지 눈이 오고 난리를 칩니다. ㅠㅠ


제일 큰 걱정은 추워지는 날씨 속에 가스가 떨어질까 걱정입니다.가스 50킬로 두통중에 한통은
벌써 다 썼고 한통을 사용하고 있는데 가스가 떨어지면 다시 전기요금 폭탄을 꺼내야 할지 모릅니다.

[韓國/소시어컬쳐] - 전기난로 한달 사용,전기요금만 120만원 폭탄.

가스 가게는 배달도 해주지 않고,날이 풀려서 도로가 녹아야 하는데,오늘 아침 날씨를 보면 전혀
눈이 녹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아기가 아플 까봐 많이 걱정됩니다.특히 반경 40킬로 이내에는 소아과가 없어서 아기가
아프면 정말 목숨을 각오하고 제주 시내까지 나가야 합니다.언덕이 없는 서귀포도 30년만에

폭설이 내려서 도로가 마비되었기 때문에 이도 저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2011년 새해 첫날부터 왜그리 힘든 포스팅을 올리느냐고요? 혹시나 새해 첫날 우울하다고 생각하고
별로 다를 게 없는 새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서입니다.아마 제 포스팅을 보시면 새해 첫날
나보다 더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도 있구나 하고,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흔히 자기 걱정과 고통이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얼마든지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은 있습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새해 첫날 고립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연평도 주민처럼 암흑의 밤이나 생수 한 통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연탄도 없어서 정말 냉골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주무시는 독거노인이나 쪽방촌 사람도 있습니다.
목도리가 있는 사람은 장갑이 없다고 투덜대고,점퍼가 있는 사람은 거위털 점퍼가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여러분 곁에 행복이 지나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2011년 새해에는 언제나 여러분 옆에 있는 행복을 잘 잡아서 가슴에 담으시고
축복과 기쁨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서 댓글창을 닫아놓습니다.새해 모든 분께 일일이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아야 하지만
제가 멀리 있어서 그냥 이렇게 인사로 대신합니다.저의 새해 인사를 보실 분들은 공지글을 보시면 됩니다.
2011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