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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임에스더]나의 딸이 해준 내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나의 사랑하는 딸 에스더야.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기억하니?
그날은 아빠 엄마가,제주도로 내려온지,한달이 채 안 되는 날이었단다.
지금 우리가 사는 집에서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은 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곳이라서,
아빠와 엄마에게는 산부인과 진료일이 제주 시내를 가는 큰 행사였단다.

원래 진료일이 있는 날에,갑자기 밤새 비바람이 몰아쳐서 도저히 운전이 힘들어
다음 날 병원을 갔는데,다행히 너는 건강했었단다.
의사 선생님이 집이 멀어,일단 오늘 출산을 유도해보자고해서,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아니?

바로,엄마와 밥을 먹은 일이다.
아빠와 엄마의 식성은 전혀 다르단다.아빠는 고기를 싫어하고,엄마는 고기를 좋아하고,
제주도 와서 제대로 고기 먹은 적이 없는 엄마가,은근 출산 전에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해서
아빠가 정말 애써서 맛난 집을 데리고 갔단다.



너의 엄마,,, 무려 갈비 3인분에 공깃밥에 된장찌개.그리고 사이다 1병까지 깔끔히 비우더라.
평소 너의 엄마는 삼겹살 2인분이 정량이었는데 ㅠㅠ

에스더,너도 엄마 닮아서 고기 좋아할까봐 큰일이다.아빠는 고기가 아니라 회를 좋아하는데....



고기를 먹을 때와의 사뭇 진지한 너의 엄마 표정이 보이니?
에스더 너를 낳을 때,너의 엄마 장난 아니었단다.
"선생님 죄송합니다.저 더 이상 못하겠어요"를 계속 중얼거리며,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엄마를 보면서,무통 분만 시술은 해주지 않겠다는 의사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엄마가 오랜 시간 고통과 울부짖음,그리고 외로움에 힘들어서
과연 너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까 봐 아빠는 걱정을 많이 했었단다.

외할머니도 없이 오로지 이 낯선 제주땅에서 엄마는 아빠 손만 붙잡고 울면서
고통 속에서 결국 너를 낳았단다.

[韓國/소시어컬쳐] - 만삭의 아내와 풍랑속에서 제주행 배를 탄 사연.



그렇게 긴 시간을 고통 속에서 버티던 엄마가 안쓰러운지,결국 에스더 네가 이 세상에
소리 소문 없이 나오더라.아빠는 솔직히 네가 태어난 것도 기뻤지만,더 이상 엄마가
고통받지 않는 것이 더 기쁘더라............

너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은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왜 엄마를 괴롭혔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탯줄을 자르면서 행여 네가 아플까 봐 걱정을 했지만,씩씩한 너를 보면서 아빠는 너무 행복했단다.


아무리 지 자식이 무조건 예쁘다고 하지만,아빠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너의 코가 문제더라,
엄마 코를 닮아서 걱정이지만,머 네가 미모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그깟 코 수술이 문제야?
아빠가 딱 코수술까지만 책임져주마.
물론 그 비용은 나중에 아빠에게 물질적,정신적으로 갚아야 한단다.

병실에 채 두시간도 있지 못하고 간호사 선생님의 밤새 간호를 받은 너를 보면서
행여나 아프면 어떨까 걱정도 많이 했었단다.
단지 젖을 먹지 못해서 칭얼댄다고 하는 말에 안심이 들었지만,.....

네가 있으면 시끄럽고 귀찮고
없으면 보고 싶고 자꾸 그리워지고.........

객관적으로는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된 아이라 얼굴이 볼품없어도,
그 얼굴이 그리워서 밤새 아빠는 핸드폰 속의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지새웠단다.


사랑하는 나의 딸 에스더야.
아빠는 네가 태어날 때부터 아빠에게 너무 큰 선물을 해주어서 너무 고맙단다.
네가 태어난 날은 2010년 12월 3일,아빠의 생일은 1970년 12월 3일.

아빠가 평생 받았던 생일 선물 중에서 어제 네가 태어난 선물은
아빠 인생에서 가장 최고의 선물이었단다.

물론,아빠와 에스더의 생일 같으면 우리 에스더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좋았단다.
설마 지 딸내미 미역국 끓여주면서 한 그릇 정도는 아빠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ㅎㅎ

아빠가 어렸을 때에는 아이 생일보다 어른 생일을 더 챙겼지만,이제는 손자,손녀 생일만 챙기는
너의 친할머니의 성격상,아마 아빠 선물은 없어도 네 선물은 더 많을 것 같구나

사랑하는 나의 딸 에스더야...
아빠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네 이름으로 된 블로그 하나밖에 없을 것 같구나.
(아이엠 에스더의 소셜 라이프.빨리 네가 얼른커서, 네 손으로 포스팅 쓰는 날이 오면 좋겠다)

하지만,아빠는 에스더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학교 공부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고,
경쟁하는 사람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쁜 얼굴의 여자보다는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치는 아이지만,
늘 예의와 상식을 실천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학원도 보내기 싫고,학교 공부도 시키기 싫어서 아빠가 제주도에 내려 온 것을 아니?
아마 제주도에서 살다 보면 서울 사촌처럼 놀이동산도,치킨도,피자도 먹지 못할 수 있단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과 들.그리고 바다
동물원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뛰노는 말도 볼 수 있단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집,멋진 차,화려한 학벌이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과 늘 깨어 있는 머리란다.


사랑하는 나의 딸 에스더야.
아마 아빠는 어제 생일 선물이, 아빠 인생에서 그전에도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 것 같단다.

2010년 12월 3일.
사랑하는 나의 딸이 아빠 품으로 들어온 날.
에스더야.
생일 선물 고맙다.
어제 딸을 출산했습니다.그래서 어제부터 댓글과 이웃 방문은 전혀 못했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아마 일요일까지는 병원에 있기에 힘들것 같네요.
이 포스팅도 쭈그리고 앉아서 쓰는 바람에 힘들어 죽겠네요.카메라 케이블도 가져오지 못해서
사진도 전부 스마트폰으로 찍은것만 올렸습니다.제 딸이 코만 좀 이상해서 그렇지 못난 외모는
아닌것 같은데 ㅠㅠ

에스더는 별이라는 뜻도 있는 성경 속의 인물입니다.아름다움과 지혜로 자신의 민족을 구한
여인입니다.저희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지만,저는 신앙생활을 잘 하지 못해서,제 딸만이라도
신앙 생활을 잘하라는 뜻과 우리 딸이 정말 우리 민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영어 이름이지만,과감하게 지었습니다.(솔직히 저희 집 돌림자가 이번에는
녕이랍니다. 안녕할 때 녕이요.도대체 쓸 이름이 없어서,그래서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다음뷰 블로거 대상 후보에 관한 댓글과 칭찬,격려의 글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제가 잘나서 그런 글들에 대한 답글을 쓰지 않는것이 아니라,과연 제가 그런 후보로 자격이
있을까 하는 고민과 생각을 하고 살기에 겉으로 표현하기 힘들어서 공식적으로 이야길
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습니다.그래서 다음뷰 블로거 대상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 딸 아이가 제 블로그를 보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웃분들의 방문과 댓글과 답글은 울 에스더의 사진으로 대처하시길..
제 가족들도 보지 못한 귀한 사진입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