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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해외에서 '복면시위'를 금지한 이유는 극우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특히 복면시위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IS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며칠 전 조선일보는 '인권 선진국으로 꼽히는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복면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조선일보 카드뉴스를 보면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보다 인권이 더 잘된 국가에서도 하니 한국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해외 선진국들은 복면시위를 금지하고 있을까요? 금지한다면 왜 금지하고 있을까요?

 

'독일 집회법 복면 착용시 형사처벌, 그러나 왜?'

 

독일 집회법(Versammlungsrecht)은 복면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가하거나 집회 장소로 향하는 경우 형사처벌하고, 신원 확인을 막는 물품을 소지하는 경우 질서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오스트리아 집회법은 복면을 하고 집회·시위에 참석하면 행정청이 구금이나 금전적 제재 처분을 부과하고, 참석자가 무장을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부과합니다. 스위스에서는 베른을(수도) 포함한 6개의 칸톤에서 복면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습니다.[각주:1]

 

인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이들 국가가 왜 복면을 금지하고 있을까요?

 

 

몇 해전 독일에 갔을 때 노동절 시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노동절 전날에 주요 집회 시위 장소에는 경찰 장갑차와 경찰들이 배치됐었습니다. 왜 독일은 복면을 금지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독일에는 극우 나치주의자나 홀리건 등의 시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시위는 과격하고 훨씬 폭력적입니다.

 

2010년 신나치 수천 명은 연합군의 폭격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 드레스덴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나치주의 반대하는 시민 1만여 명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그들의 진입을 막았습니다. 독일 경찰들은 엄청난 유혈 사태가 벌어질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나치 지지자들의 집회는 방화와 폭동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독일경찰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집회나 시위 자체가 아닙니다. 극우 나치 세력의 폭동이나 유럽 내 반 이슬람주의자들의 보복 테러 등입니다. 한국의 집회나 시위에서는 상상도 못 할 극우 테러와 폭동이 벌어지는 유럽국가이기 때문에 집회 때 복면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것입니다.

 

'복면착용 금지 이유는 KKK 때문'

 

미국도 연방과 주차원에서 복면을 착용하고 집회나 시위를 벌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법은 헌법에 보장된 타인의 권리나 특권을 침해할 목적으로 하는 집회와 시위에서 복면을 착용하는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한국처럼 단순히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 때 복면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아닙니다.

 

왜 미국에서는 이런 복면시위 법안이 나왔을까요?

 

 

미국에서 이런 법안이 나온 이유는 백인우월주의 극우 단체 KKK 때문이었습니다. KKK는 하얀 고깔 두건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흑인을 학살하거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린치나 테러를 자행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KKK는 미국 공권력의 옹호 속에서 대낮에도 흑인이나 동양인들을 공격하거나 가게를 기습하는 등의 폭력을 자행했습니다.

 

KKK의 폭력 시위는 도를 넘어서 1960년 인종분리정책을 규탄하기 위한 미국판 희망버스 'Freedom Riders'의 버스를 피습하고 화염병을 던져 방화하고, 인권 활동가들을 폭행했습니다. 오죽하면 군인들이 프리덤 라이더를 보호해서 미시시피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복면시위 금지법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범'이 구성요건입니다. 한국처럼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어정쩡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위헌 판결을 받은 복면금지법'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복면착용 자체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법들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1978년 미국 법원은 이란 영사관 앞에서 복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다 캘리포니아 형법 제650a에 의해 기소된 시민 판결에서 '공공장소에서 복면을 쓰고 집회·시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규의 문언이 모호하므로 위헌이고, 복면을 착용하지 않는 집회·시위에 비하여 복면을 착용한 집회·시위를 차별하므로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복면의 규정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x자를 표시한 마스크를 착용한 침묵시위도 복면시위에 해당할까요? 정치인의 가면을 쓰고 그들을 비난하는 시위를 쓰는 것도 복면시위라고 봐야 할까요? 동물보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코끼리 분장을 하고 시위를 해도 복면시위일까요?

 

동성애자나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시위를 한다고 합시다. 그들이 신분 노출을 피하고자 복면을 착용하는 자체를 금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박근혜 대통령과 조선일보는 '복면착용 집회·시위 = 불법폭력 집회·시위’ 라는 아주 단순한 논리로 복면시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집회나 시위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처벌할지 법안에 다 나와 있습니다. 단순히 그럴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회,시위 참가자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억압 받을 것입니다.

 

 

  1. 출처:국가인권위원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