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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의 거짓말과 국정교과서 TF팀 비밀운영 과정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를 위해 교육부가 TF팀(태스크포스)을 비밀리에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교육부 산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에 교육부가 운영하는 TF팀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뉴스타파 등 언론사 취재진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김광진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도종환 의원은 교육 상임위 위원임을 밝히고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내부에 있던 직원들은 사무실의 창문을 닫고 불을 끄고 서류를 숨겼고, 황급히 몸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찰 100여명이 회관을 에워싸고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직원들 얼굴을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교육부 관계자가 논의해서 답을 주겠다고 기다렸을 뿐 대치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교육부가 당연한 업무를 해왔다면 등급상 기밀문서도 아닌 일반 행정문서를 새벽에 왜 치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현장 상황을 페이스북에 남겼습니다.

 

'BH(청와대) 국정교과서 개입했나?  '

 

뉴스타파 취재진이 교육부 TF팀 직원의 컴퓨터 화면을 촬영한 결과 'BH'라는 폴더가 있었습니다. BH는 블루하우스, 즉 청와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역사교육지원팀 업무 폴더를 보면 '09-BH'라는 폴더가 있었고, 교육부 'TF팀 구성,운영계획안'을 보면 상황관리팀 담당업무에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교육부 국정교과서 TF팀의 업무 중에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 있고, 컴퓨터에 BH 폴더가 있다는 증거를 보면, 청와대가 계속해서 국정교과서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진행 상황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TF팀 김연석을 주목하라'[각주:1]

 

교육희망 윤근혁 기자에 따르면 교육부는 TF팀 운영을 “10월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관련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연석 장학관은 이미 올 2월에 역사교육지원팀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습니다.

 

역사교육지원팀은 새누리당에 제출한 보고서를 교문위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캡처

 

김연석 팀장은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에 국정교과서 관련 교육부 보고서를 직접 제출한 인물입니다.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 이 보고서에는 교과서 집필자들의 성향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숫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당의원들이 김연석 팀장의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특정 정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교육부 김동원 학교정책실장은 "(보고서는) 강은희 의원실에서 역사교육지원팀장에게 자료를 요구했고, 팀원들이 2∼3일 소요해서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나와 장차관의 결재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원하는 맞춤 자료를 작성했던 교육지원팀 김연석 팀장은 '유관순은 없었다'는 교육부 광고 영상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제기되자, 이에 관련한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요새 교육부에서 나오는 국정교과서 관련 보도해명자료는 대부분 김연석 팀장의 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올 2월 역사교육지원팀장으로 임명된 김연석 팀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여론몰이와 국정화 지지 단체 지원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정교과서 TF팀은 교육부의 공식적인 업무보다 국정교과서 추진에 따른 여론조작이나 청와대의 명령과 지시를 받기 위한 비선조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의 거짓말'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은 10월 23일 열린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의 질문에 국정교과서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상일 위원: 이병기 실장님께 여쭙겠습니다. 역사교과서 논란이 자꾸 커지면서 또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따른 견해와 예단이 많이 표출되면서 많은 오해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좀 지장이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먼저 몇 가지 사실관계를 좀 확인하고 싶습니다. 경향신문 9월 10일자 1면에 이런 기사가 났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출발은 박 대통령 지시’ 이렇게 직접 지시한 것처럼 보도가 됐는데 이것 맞는 기사입니까?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제가 파악하고 있기로는 작년도 2월이라고 얘기를 들었습니다마는 대통령께서 교육․문화 분야 연두업무보고를 받으시는 자리에서 모두말씀 중에 아마 학생들 역사교육의 중요성․문제점 이런 것에 대한, 제가 알기로는 원론적인 입장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일 위원: 그러니까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여요. 청와대 차원에서 지금까지 국정교과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육부하고 협의를 했습니까? 한 적 있습니까?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국정화 관련해서는 당․정․청 회의를 했다든지, 제가 당․정 회의는 한 것으로 얘기를 들었습니다마는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어떤 지침을 내리거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

◯이상일 위원: 그러면 통합교과서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청와대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작년에 교육문화 연두업무보고 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과연 진행사항이라든지 또는 의견수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든지 또는 국사편찬위의 정비는 어떻게 됐다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개략적인 내용을 저희가 교육부로부터 보고받은 것은 있습니다마는, 그러나 최종적으로 말씀드려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교육부가 주체가 돼서 각계각층으로부터 의견도 수렴해 가지고 자체적으로 최종 결론 낸 것으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상일 위원: 얼마 전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본인의 가족사를 위한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본 적이 있는데 글쎄요, 어떤 근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이런 생각을 해 봤고. 만에 하나 문재인 대표나 다른 분들의 주장처럼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가 특정 개인의 가족사를 미화한다, 또 우파정권의 업적만 굉장히 치장하고 좌파정권이 했던 일에 대해서는 폄하하고…… 이렇게 해서 지금 편향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편향되게 만든다면 국민들이 이것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용납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지금 여러 가지 오해를 낳고 있는데 이런 문제 등에 대해서 청와대비서실의 분명한 입장을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어제 안 그래도 대통령님과 양당 대표님들 모이신 자리에서도 똑같은 지적들이 있었습니다마는 어제도 똑같은 결론들을 내셨습니다마는, 지금 아직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집필진도 제대로 구성이 안 되어 있고, 또 실제 교과서가 여기 나와 있는데 그 내용 중에 무슨 친일이라든지 누구를 미화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여러분들 지적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 그 시작도 안 했고 집필진도 아직 구성이 안 된 상태 아닙니까? 그래서 제 개인 생각으로는 교육부를 중심으로 해서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데 교육부 자체로서도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상일 위원: 그런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 주시기 바라고요.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잘 알겠습니다.

출처:국회 회의록

 

 

 

불과 지난주 금요일입니다.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어떤 지침을 내리거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주장했습니다. 이병기 비서실장의 말이 옳다면 교육부 TF팀의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 업무는 누구에게 한 것일까요?

 

국정교과서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주장해도 방법이 유신시절과 똑같다면 과연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가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제를 권유하는 이유가 국정교과서가 주는 이런 폐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하는 청와대가 어떻게 수백 년의 역사를 담은 역사교과서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비밀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TF팀이 과연 어떤 업무를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역사를 조작한 정권은 결코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1. 내용 중에 이상일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는 국정교과서와 관련이 없기에 수정했습니다.10월 29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