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전교조는 왜 '명령불복종 교사'와 함께하나

 

 

헌법재판소가 5월 28일 해직 교사의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전교조는 합법노조가 아닌 법외노조로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5월 28일이 전교조 창립일이었다는 점을 본다면, 전교조는 생일날에 더욱 큰 시련을 맞은 셈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합법노조', '법외노조'라는 용어도 잘 이해 못 하고,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정리하면, 전교조가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이는 자체가 노조법을 위반했으니 정식 노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노조가 될 수 있는데, 왜 굳이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해직 교사와 전교조의 관계가 왜 중요한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전교조를 막아라, 재벌기업까지 동원된 전교조 탄압'

 

전교조와 해직 교사들과의 관계를 알려면 전교조의 역사부터 알아야 합니다. 전교조는 1986년 5월 10일 '교육민주화선언'을 이끌었던 교사들이 '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갑니다.

 

 

전교협은 사립학교 민주화 투쟁과 교육악법 개정 투쟁 등에 나서면 학교와 교육 민주화에 앞장서다가,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전교조가 창립되자, 노태우 정권은 '불법노조','좌경의식화 교사'등으로 전교조 교사들을 매도합니다. 전교조 결성으로 무려 1,572 명의 교사들이 파면 내지는 해임됩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자, 전국적으로 해직교사의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집니다.

 

 

당시 전교조 서명운동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1989년 이철 의원은 문교부 감사에서 삼성그룹이 작성한 비밀문서 '89비상노사관리지침'(부제 전교조 서명운동에 대한 대책)을 공개했습니다.

 

문서에는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전교조를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며 체제부정 교육을 시도하며 계급투쟁을 유발하는 단체로 규정, 삼성직원들이 지지서명을 벌이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이 혼자서 이런 문서를 만들어 전교조 서명운동을 막은 것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행정기관,언론,기업 등을 동원한 것입니다.

 

'전교조가 추구하는 방향이 뭐길래?'

 

전교조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단체이길래 이토록 전교조를 탄압하고 막으려고 했을까요? 전교조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박정희 정권이 만든 '국민교육헌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68년 발표된 '국민교육헌장'은 1970~80년대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끝에 나오는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단어까지 외워야 혼이 나지 않는 필수 암기 내용이었습니다.

 

반공사상과 국가주의를 강요하기 위해 만든 국민교육헌장은 일제가 1890년 발표한 '교육칙어'와 유사합니다. 일제는 조선인에게 신민사상을 강요하기 위해 교육칙어와 천황의 초상화를 전국 학교에 내걸었고, 아침조회나 행사 때마다 낭독하게 했습니다.

 

1948년 폐지된 일본 천황이 발표한 '교육칙어'라는 일제의 잔재가 20년 뒤인 1968년에 또다시 부활한 셈입니다.

 

 

1978년 전남대학교 교수들은 국민교육헌장에 반대하며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합니다. 교수들은 지금의 교육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인간다운 사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마구 누르고' 있으며 '진실과 인간적 품위를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우리의 교육지표>

 

1.물질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하여 교육의 참 현장인 우리의 일상생활과 학원이 아울러 인간화되고 민주화되어야한다.

2.학원의 인간화와 민주화의 첫걸음으로 교육자 자신이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현실적 정열로써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배워야 한다.

3.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며, 그러한 간섭에 따른 대학인의 희생에 항의한다.

4.3.1정신과 4.19정신을 충실히 계승전파하여 겨레의 숙원인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민족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한다.

 

전교조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지표'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교육지표'가 1980년대 교육 민주화 운동과 전교조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창립선언문을 보면 '역대 독재정권은 자신을 합리화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교육을 악용하여 왔다. 그 결과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을 공동체적인 삶을 실현하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게도 이기적이고 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듦으로써 민족과 역사 앞에서 제구실을 잃어버렸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전교조 교사들의 해임은 교육 민주화와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하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그래서 전교조는 결코 해직 교사들을 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명령불복종 교사,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살았던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내지만, 사회는 변한 것이 그다지 없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교육은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인간보다 '경쟁에 이겨, 성공하는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받아 들이지 말라고 하는 해직 교사들이 누구일까요?

2008년 10월 초등학교 6학년, 중등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일명 '일제교사'가 시행됩니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일부 교사들은 '담임편지'를 보냅니다. '일제교사'를 원치 않을 경우 체험학습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며 해임,파면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내가 6학년 2반이 돼서, 내가 체험학습 가서, 선생님이 우리랑 헤어지게 됐구나란 생각하지 말 것.'

-일제고사 파문으로 해임된 교사가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했던 말

 

학생들에게 시험 선택권을 주었다는 이유로 해직된 선생님들은 과연 국가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아이들을 위한 교육자여야 할까요?

 

전교조는 결코 해직 교사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교사이며, 한 사람의 아이라도 버릴 수가 없는 스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는 '명령에 복종하는 공무원'보다 우리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학교에 있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