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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완구는 왜 한밤에 전격 사퇴했는가?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결국 사퇴했습니다. 이완구 총리는 4월 20일 한밤에 페루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이완구 총리의 사퇴를 수용했고, 귀국 후 정식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예정입니다.

 

아이엠피터는 20일 밤에만 해도 이완구 총리는 사표를 던지지 않으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완구 총리는 전격 사퇴 의사를 표명했을까요?

 

① 도저히 버틸 수 없던 증거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거짓말이 더는 통할 수 없는 증거가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과의 관계에 대한 답변을 하는 장면, SBS가 보도한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전 의원과의 착발신 내역ⓒ SBS

 

이완구 총리는 계속해서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별로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성완종 회장과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부부나 연인 이외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217건의 착발신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친분이 없다는 이완구 총리의 주장은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완종 리스트'가 신뢰할 만한 증거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② 대선 자금으로 가기 전에 막아라

 

이완구 총리는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해서 사퇴를 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사퇴할 사람이었다면 인사청문회 당시에 이미 총리직을 사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사퇴했을까요? 핵심은 대선자금 때문입니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홍문종에 대선자금을 줬다고 보도한 경향신문 ⓒ 경향신문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신뢰가 높아진 가운데, 이제 대선자금까지도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선자금을 받았거나 규모가 드러나면 가뜩이나 흔들리는 박근혜 정권은 레임덕이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완구 총리를 향해 새누리당이 자진 사퇴를 요구했던 이유나, 박근혜 대통령이 페루에서 신속하게 이완구 총리의 사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유 또한, 걷잡을 수 없이 터질 대선자금 의혹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③ 버티기보다는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완구의 운명

 

아무리 이완구 총리가 버티려고 해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자금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상처받게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굉장한 압박이 이완구 총리에게 쏟아졌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이완구 총리는 국회의원으로 돌아가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버티고 있다가 국회의원조차 못하거나 새누리당에서의 입지조차 무너진다면 아예 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굴복이 그나마 목숨이 연장될 기회일 수 있다고 봤을 것입니다.

 

▲이완구 총리 일정, 4월 21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국무총리실

 

이왕 굴복할 거라면 4월 21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는 편이 낫기 때문에 4월 20일 한밤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4월 21일 국무회의는 최경환 부총리가 주재할 예정입니다.

 

충남 홍성에서 대권을 꿈꾸며 총리 자리에 올라 비리 척결을 주장했던 이완구는 불과 63일 만에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낙마하게 됐습니다. 

 

사퇴하지 않고 버틸 줄 알았던 이완구 총리, 그러나 결국 그도 박근혜 대통령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기에 가차 없이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언젠가 그는 또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