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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승민 연설, 야당이 좋아하기엔 이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이 야당의 박수를 받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라고 브리핑하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보면 기존 여당 입장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경제가 위축되거나 경기 활성화 위해 단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전혀 다른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와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다'거나 '박 대통령 공약가계부 더 이상 못 지킨다, 반성한다'는 박근혜 정부 비판도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새누리당의 노 전 대통령 비판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통찰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좌클릭이며 야당의 언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은 여당이 아닌 야당 원내대표의 연설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실제 여당의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보면서 야당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연설이 얼마나 새누리당이 효과적으로 정치하는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① 원내대표의 연설, 그러나 당의 방침은 아니다.

 

아이엠피터가 보기에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은 명연설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명연설을 새누리당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 우리 모두 고민하자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며, 당의 방침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각주:1]

 

야당조차 명연설이라고 칭찬한 연설이지만, 그저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하며 새누리당은 한 발 뒤로 물러섭니다. 이유는 현재 새누리당이나 박근혜정부의 방침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고민과 소신을 표현했다.'면서 '새누리당은 유 대표의 연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그저 '참고용'으로만 보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브리핑했습니다.[각주:2]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말 그대로 정당의 방침을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하는 말입니다. 원대대표의 연설을 당의 방침으로 볼 수 없다면, 왜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당보다 야당이 좋아하는 연설을 했을까요?

 

② 선거용 립서비스인가? 소장파의 부활인가?

 

새누리당 입장과 다른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선거용 립서비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선거용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선거용+소장파의 부활'을 노린 것으로 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4.29재보궐선거에서 영향력을 보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 대비한 새누리당의 이미지 변신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은 기득권 세력만을 위한 정당, 공약과 복지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중도층에게 보여줬습니다. 이는 내년도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새누리당을 믿게 하는 힘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소장파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은 새누리당 초선의원 등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소장파가 당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당권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발판과 당위성을 보여줬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연설 하나로 새누리당의 이미지와 소장파의 부활을 한 방에 해치웠다고 봐야 합니다.

 

③ 여전히 사드와 종북은 포기할 수 없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 것이냐”며 기존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 로즈 차관보의 사드 관련 입장 ⓒ 중앙일보

 

미 국무부 로즈 차관보는 한국 특파원에게 '현재 한,미 간에 사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협상하게 된다면 사드는 북한 노동,스커드 미사일에 대처하는 결정적 전력'이라고 밝혔습니다.[각주:3]

 

협상도 하지 않은 사드에 대해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드만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드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보여준 것입니다.

 

다른 것은 양보해도 사드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그의 모습을 보면, 좌클릭으로 가던 연설이 무색해집니다. 안보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굳이 사드가 있어야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김기종 미 대사 피습사건 논평 ⓒ YTN

 

보수정당이라 안보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김기종씨의 미 대사 피습사건을 종북세력의 사건으로 규정했다는 논평이 떠오릅니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진보적인 얘기를 해놓고 안보를 포기할 수 없다고 못을 받은 것은 선거나 정치에서 종북과 안보는 가장 효과적인 야당 공격의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진짜 안보를 논의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국방능력'을 망치고 있는 '국방비리'와 '전작권 환수'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는 안보만큼은 보수가 더 잘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또다시 안보문제를 거론하며 야당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연설 마지막에 "좋은 생각, 옳은 생각을 가진 선량들이 모인 이 국회가, 우리 정치가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라며 자신이 말한 '진영을 넘어 미래을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와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생각, 옳은 말 모두 좋습니다. 그러나 실천이 없다면, 그저 공허한 말에 불과합니다.

 

'정의는 실천해야 이루어집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문의 반이라도 국회에서 이루어지기를 저 또한 소망합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했던 발언을 그대로 실천하는 여야 합동기구를 만드는 제안을 하는 야당의 유연함도 필요할 듯 보입니다.


 

  1. 김무성, 유승민 ‘중부담 중복지’ 발언에 “당 방침은 아냐" 민중의소리, 2015년 4월 8일. http://www.vop.co.kr/A00000870986.html [본문으로]
  2. 권은희 대변인 현안관련 브리핑.새누리당 2015년 4월 8일. http://www.saenuriparty.kr/web/news/briefing/delegateBriefing/readDelegateBriefingView.do?bbsId=SPB_000000000715308 [본문으로]
  3. 미 국무부 차관보 "사드는 북 미사일 막을 결정적 전력" 중앙일보 2015년 4월 9일.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546990&ctg=100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