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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람보르기니 수리비만 1억4천만원, 한국이 봉인가?

 

 

거제에서 SM7 승용차가 외제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와 추돌하여 수리비만 1억 4천만 원이 나왔다는 소식이 인터넷과 언론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통 자동차보험의 대물 한도가 1억원이라 가정할 때 SM7 차주는 1억을 제외한 나머지 4천만 원과 하루 렌트비 200만원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SM7 차주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외제차가 많아지면서 심심찮게 고가의 외제차와 추돌하여 엄청난 수리비를 물어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그저 사고 낸 사람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사고 낸 사람만 무조건 잘못했으며,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할까요?

 

'대물 배상 한도 올리면 되잖아, 보험회사의 이상한 마케팅'

 

고가의 외제차 추돌 사고 수리비 소식이 들리면, 대부분 사람들은 '대물배상 한도를 올리면 되잖아'라는 얘기를 합니다.

 

 

맞습니다. 대물배상 한도가 2억원이었다면 사고를 낸 SM7 차주는 별도의 비용을 추가로 낼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대물 배상 한도가 5천만 원인 경우 보험료는 18만8,180원입니다. 만약 1억 원으로 한도를 늘릴 경우 추가 비용은 9,260원에 불과합니다.

 

5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대물배상 보험료를 늘려도 14,550원만 더 내면 되니, 많은 사람들과 보험회사, 언론은 대물배상 한도를 늘리라고 조언을 합니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 입장에서 1만5천원은 별거 아니겠지만,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1천만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보험회사는 1천억의 매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고가의 외제차 사고가 나면 꼭 뒤따라 나오는 대물배상 책임 한도를 늘리라는 언론 기사가 진짜 조언이 될 수도 있지만, 보험회사의 맞춤형 마케팅이 되기도 합니다.

 

'전체 수리 건수의 7.4%. 수리비는 외제차가 18.9%' 

 

보험회사가 대물 한도를 늘리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실제로 외제차의 수리비가 나오는 이유도 있습니다.

 

 

 

전체 자동차보험 수리 건수 중에서 외제차가 약 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리비는 전체 수리비 5조 1,189억 원 중 9,673억 원인 1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자동차 수리비의 증가율을 보면 국산차는 7.5%였지만, 외제차는 23.5%였습니다.

 

외제차의 수리비가 늘어난 이유는 점점 국내에 외제차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유독 외제차의 수리비 금액이 높기 때문입니다.

 

'외제차 부품비, 국산차보다 17.2% 높아'

 

외제차의 수리비가 높은 이유는 부품 가격 때문입니다. 외제차의 부품비 비중은 국산차 부품비 비중보다 무려 17.2%나 높습니다.

 

 

외제차의 공임이나 도장 평균을 보면 국산차와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품비는 국산차의 42.6%에 비해 59.8%나 됩니다.

 

외제차의 부품비가 유독 한국만 비싸서,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부품을 사용하거나 국내에 들어오는 부품 가격을 다른 나라와 비슷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자동차보험의 대물 배상 한도를 늘려 가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5만 불 이상이나 10만 불 정도로 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차량 가격이 3만 불이며, 수리 부품비가 한국처럼 비싸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대물 배상 5만 불에 가입할 때, 한국은 3억, 미국 돈으로 무려 26만 불에 해당하는 대물한도에 가입하자고 합니다. 무엇인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는 “수입차 비중이 높아질수록 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평균 보험금이 커지고, 보험회사는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것” 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슬로우뉴스:범퍼에 매단 모나리자: ‘벤틀리 주차장 사고’에 관한 소고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위해 한국의 평범한 자동차 운전자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살아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평과 정의, 상식이 일그러진 나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 보강: 수리비만 1억4천 '람보르기니 사고'는 보험사기 (3월 18일 오후 10시)

 

연합뉴스가 3월 18일 오후 7시경 거제에서 발생한 람보르기니 사고가 SM7 승용차 운전자 A씨와 람보르기니 운전자 B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부화재가 사고 내용을 수상히 여겨 전직 형사 출신과 보상직원이 조사에 들어갔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커지자, 평소 아는 사이로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SM7 승용차 운전자와 람보르기니 운전자가 시인을 했다고 합니다.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 사기가 간혹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단 외제차만 보면 무조건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