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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급하다는 '민생법안' 실체는 재벌과 부자만을 위한 특혜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호소문 발표 자리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최 부총리와 함께 서 있기도 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8월 국회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번 회기에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길을 잃고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빨리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민생법안은 <관광진흥법>, <의료법>,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클라우드컴퓨팅법>, <기초생활보장법>, <신용정보법>, <국가재정법>등 9개입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힘들다고 주장하며 호소문을 발표했지만, 과연 그것이 민생법안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하나씩 따져 보기로 했습니다.
[각주:1]


빨리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관광진흥법>은 학교 근처라도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3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입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인이 관광호텔 설립 승인을 신청했으나 호텔이 초등학교 18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어렵다고 하자, 유진룡 문화체육부장관이 '전혀 예측 불가능한 기준을 가지고 규제를 해 우리도 미치겠다'고 발언을 합니다.

듣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시기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막고 있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호텔 객실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서울 소재 호텔 이용률은 79%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호텔 업계의 일용직 근로자가 79%이고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실 일자리를 가지고 '죄악'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이 학교 인근이라도 호텔을 건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원격의료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의료법>은 의사들도 반대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과 선택진료비 증가 등의 국민 의료보험 지출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격의료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급한 환자인 경우는 예약을 하거나 의사가 모니터 앞에 있어야 하는 연락망이 가동되는 시스템에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격진료를 대부분 당뇨나 혈압 등 관리가 필요한 질병 등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지금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원격진료 대상이 질병 치료가 아닌 관리 시스템에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진단장비,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세금 비용과 이익은 이런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에 돌아갈 것입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있는 의료 관광비자 발급 제출 서류 간소화와 환자 유치 업무 범위의 숙박시설 확대는 의료영리화를 위한 법안입니다.

이런 법안이 무슨 민생법안이라고 빨리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정부는 2천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하며, 3년간 세금을 면제하는 <소득세법>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136만 명입니다. 이들이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그만큼 근로소득자 (현재 10~36%)만이 세금을 부담하는 꼴이 됩니다.

'공평과세'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부는 136만 명만을 위해 그나마 있던 세금마저 내지 않도록 도와주고 '불로소득'을 조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조세특례법>에 적용되는 세입자의 월세 10% 소득공제는 오히려 집주인들이 소득의 노출로[각주:2] 세입자에게 월세를 올리거나, [각주:3] 불평등한 계약을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국민 4명 중의 한 명이지만, 공동주택 지분이나 공동 소유 등을 제외하면 집 구하러 다니는 국민이 태반입니다. 재건축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전세대란을 부추기는 꼴이 된 것입니다.

136만 명을 위한 법안, 이것을 민생법안이라도 불러도 좋은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9개 법안은 검토와 실효성을 다시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많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나온 지급 대상에 대한 기준은 오히려 117만 명의 수급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게 합니다.

<신용정보법>은 개인정보유출 사고 방지를 위한 과징금과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인데, '집단소송제'나 입증책임을 어떻게 하느냐의 후속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의미한 법안입니다.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설치하는 <국가재정법>은 이미 2013년부터 2조1,526억 원의 자금을 지급하는 등 시행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민생법안'에 대해 '당장 어려우신 분들께 혜택이 돌아가고, 세월호 참사로 얼어붙은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법들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빨리 통과시켜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는 '민생법안'의 실체는 재벌과 대기업, 부자들을 위한 혜택이지, 결코 일반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이 아닙니다.

'민생'이란 단어는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를 뜻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 그 어디에서도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가 나아지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민생법안'이라는 말로 포장한 '특정계층을 위한 특혜 법안'에 아직도 속고 있는 국민이 많으니 권력과 부를 지닌 재벌과 부자들만 살판나는 세상입니다.

  1. 박근혜정부 민생법안 평가자료:경실련,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새사연, [본문으로]
  2. 세입자가 공제 받기 위해서는 계약서와 월세 내역 등을 제출해야 한다. [본문으로]
  3. 월세 10%분에 소득공제분을 집주인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