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방

'입대동기 분-소대' 자살 병사 나온 '동기생부대'의 재탕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과 윤일병 가혹행위 사건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병영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자, 국방부와 장군들은 '병영문화 개선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8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지휘관회의를 통해 19개 병영문화 혁신방안 발표를 했습니다.

다양한 정책과 개선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허접하고 실효성이 제로에 가까운 보여주기식 대책에 불과합니다.

안보 대통령 밑에서 장군들이 내놓은 병영문화 개선 방안이 얼마나 허접한지,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군대 밴드. 카페 만들어 부모와 소통? 인터넷을 사용 못 하는데?'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는 SNS를 통해 부모와 부대 간의 소통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중대급 부대는 네이버 밴드를 대대급 부대는 인터넷 카페를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밴드와 카페를 이용한 부대-부모 간 소통 대책은 병사들의 현실은 전혀 알지도 못한 탁상행정에 불과합니다.

밴드와 카페를 이용하려면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데, 현재 한국 군대에서 병사들이 사지방(부대 내 PC 방, 사이버지식정보방) 이용은 너무 어렵습니다.


가장 먼저 군대 내 사지방의 PC는 숫자도 적고 인터넷과 PC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요금은 2007년에 비해 무려 300%가 넘게 인상돼 고참급이나 이용할 수 있지, 정작 이병과 일병 등 후임병들은 사용하기 힘듭니다.

[국방] - 군인만 갈 수 있는 '사지방'을 아시나요

인터넷과 PC를 아예 사용 못 하는 환경에서 '밴드'와 '카페'를 이용해 부모-부대 간 소통을 하겠다는 이런 정책을 낸 사람을 보면 아예 사지방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 같습니다.

'GOP 평일 면회, 과연 고참들이 좋다고 할까?'

국방부는 GOP 부대의 평일 면회를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 GOP 근무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GOP근무는 주.야간으로 나눠서 근무합니다. 만약 후임병이 야간근무를 마치고 주간 취침 시간에 부모가 면회를 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주간 근무 나가야 하는데 오면, 고참이나 다른 병사가 대신 근무를 나가야 합니다.

밤새 근무서고 들어와 자야 하는데, 후임병 때문에 다시 근무하러 가면 좋아할 고참은 한 명도 없습니다. 여기에 군대에서 면회 오는 사람은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면회를 자주 오는 사람은 계속 오고, 면회 한 번 하지 못하는 병사도 많습니다.[각주:1]

매번 면회 때문에 빠지는 후임병을 면회 한 번 못하는 고참이 곱게 봐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불만이 쌓이다 보면 가혹행위와 구타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입대동기 분-소대, 자살 병사 나온 동기생 부대의 재탕'

지난 8월 26일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306보충대 창설이래 처음으로 입영식에 참석했습니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내무반에서만 동기끼리 생활하고 다시 일과 시간에는 상하관계로 가는 게 아니라 모두 동기들끼리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일명 입대동기 분-소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동기생활관 제도는 2012년,입대동기생 소대는 2005년 시범 운영됐다.


'입대동기 분-소대'제도는 언뜻 보면 좋아 보입니다. 동기끼리 내무반 생활을 하면 구타와 가혹행위, 병 상호간 명령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훈련소는 말 그대로 기초 훈련소이기 때문에 기초 훈련만 끝내면 됩니다. 그러나 자대는 기초 훈련이 아닌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임병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선임병들이 구타와 가혹행위를 해서 문제이지, 그들이 가진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각주:2] 또한 입대동기 분-소대를 운영하다 같은 날짜에 모두 제대를 하면 그 공백은 부대 전력에 차질을 가져옵니다.


'입대동기 분-소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2008년 폐지된 '동기생부대'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육군은 2005년 병 상호간 구타와 가혹행위를 막기 위해 '동기생부대'를 도입했습니다.

2008년 12사단 동기생부대에 근무하던 이모 일병은 근무중 K-2소총으로 자살했습니다. 이모 일병의 자살 원인은 평소 훈련을 잘하지 못하고, 반찬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동기생들로부터 면박이나 폭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동기생부대라고 따돌림이나 폭언이 없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의 실수로 연대책임을 받는 군대 특성상 훈련이나 내무반 생활이 부족한 병사는 동기라고 해도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모일병의 자살 사건 이후 폐지된 '동기생부대'를 2014년에 다시 운영하겠다는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의 생각은 딱 하나만 생각하는 참 단순한 발상입니다. [각주:3]

'가혹행위 신고전화를 막는 국방부' 

 군대에서 가혹행위나 폭언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살,총기 난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고 제도'가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실제 신고가 접수되어 개선되는 일도 없습니다. [각주:4]


국방부는 가혹행위나 성범죄 예방을 위해 '국방헬프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국방헬프콜'의 주간 근무자는 2명, 야간은 1명에 불과합니다. 전용회선이 2개다 보니 빨리 신고하고 끊어야 하는 데 통화조차 어렵습니다.

국방헬프콜 신고,상담 건수는 114건에[각주:5] 불과했지만, 국방부가 조사한 구타와 가혹행위 적발건수는 3900건이었습니다. '국방헬프콜'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이등병의 성범죄 신고 전화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을 본다면 '국방헬프콜' 제도는 유명무실한 신고 시스템입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민간인 가혹행위 신고 상담 전화인 '아미콜'을 이용하는 것은 '군인복무규율 위반'이라며 오히려 방해하고 있습니다.

말은 군대 인권 대선대책을 논하지만, 시스템 보완보다는 그저 문제를 은폐하고 보여주식 홍보에만 치우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쉽고 빠른 방법: 국방 옴부즈만 제도'

군대 병영인권 개선 방안을 하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국방 옴부즈만(국방감독관)' 제도를 시행하는 일입니다.


이미 스웨덴,독일,덴마크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방 옴부즈만'제도는 부대 내 가혹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부대를 통보 없이 방문하고 자료 등을 통해 조사할 수 있는 국방 감독관 시스템입니다.

군 옴부즈만의 핵심은 병영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문서,정보,자료 등의 요구에 대해 해당 부대가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의문사진상위나 인권위원회에서 군대 문제를 조사하려면 자료 제출 거부는 물론이고 군대 방문조차 불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군대 문제는 지휘관에 의해서 은폐되고 자살 등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 옴부즈만 제도를 시행하면서, 강력한 조사권과 자료 제출 요구권이 갖추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병영문화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군리셋' 이거 하나만 끝~~~~'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제안 중의 하나가 바로 '군리셋' 제도입니다. 이 방법만 쓰면 군대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나 구타, 은폐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동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군리셋' 제도는 한 마디로 가혹행위를 한 병사들은 훈련소로 재입소하여 이등병부터 다시 군생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론 복무기간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계산됩니다. 부사관도 훈련소로 재입대, 호봉 및 급여도 처음 입대 수준으로 지급됩니다.

가혹행위나 인권침해 사례 등을 은폐하거나 묵인한 장교와 장군들은 이등병으로 강제 전역시킵니다. 이럴 경우 연금이나 방산업체 재취업, 공무원 임명 등을 무조건 금지합니다. '

'군리셋'과 같은 극단의 방법 이외에는 현재 대한민국 군대 내 벌어지는 가혹행위나 성범죄, 인권침해를 막을 길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좋은(?) 제도를 놔두고 쓸데없는 탁상행정, 보여주기식 정책만 한다면 대한민국 군대는 10년이 지나도 똑같아질 것입니다. [각주:6]

  1. 아이엠피터의 경험상, 군 생활 하는 동안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던 병사 5명 정도나 됐다. (총 40명 중에서) 특히 면회의 특성상 후임병들이 고참들보다 면회를 자주한다. [본문으로]
  2. 훈련을 많이 경험한 선임병의 능력은 갓 임관한 소대장이나 부사관보다 훨씬 뛰어나다. [본문으로]
  3. 2008년 폐지됐던 동기생부대는 2012년 '동기 단위 생활관' 제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시범 운영되고 있다. [본문으로]
  4. 국방헬프콜에 전화하면 오히려 부대에 통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본문으로]
  5. 2014년 1월~6월까지 집계 [본문으로]
  6. 아이엠피터 이런 얘기를 10년 전에도 블로그에 했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