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뉴스를 접하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TV뉴스를 젊은 세대는 인터넷 뉴스를 통해 그날의 뉴스를 접합니다. 그런데 보통 많은 사람이 보는 네이버 메인의 뉴스 제목을 보면 항상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충격','경악','결국'이라는 단어입니다. 1
1월 12일 오후 5시경 네이버 메인의 톱뉴스입니다. 한 페이지에 '충격'이라는 단어를 쓴 언론사가 세 곳이나 있습니다.
'소녀시대 하이힐 포기, 안무에 '충격'
'수원역 사탕할아버지 16년간 거리 내몰려 '충격'
'톱아이돌女, 아동학대 노출 화보 논란 '충격'
소녀시대가 선보인 안무가 어려워 하이힐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그리 무에 '충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기자가 볼 때에는 충격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볼 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속성상 클릭률이 승패를 좌우하는 언론사로써는 기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제목을 포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언론사의 이런 낚시성 제목에 한두 번 속아본 독자는 으레 제목만 보고 대충 어느 수준의 기사인 줄 짐작하기도 하지만, 앞서 봤듯이 한 페이지에 서너 개씩 나오는 저런 '충격적인 제목'을 독자가 무조건 피할 수는 없습니다.
' 낚시 기사 감시 사이트' 고로케'
언론사의 낚시 기사에 화가 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이런 언론사의 낚시성 기사를 모아 놓은 사이트를 오픈했습니다. 이준행씨는 ‘충격고로케(hot.coroke.net)’라는 사이트를 통해 낚시성 기사를 자주 사용하는 언론사 목록을 분석했습니다.
▲고로케 사이트 캡쳐 이미지
이준행씨는 '최근 가장 충격받은 언론사는 '중앙일보'입니다'라는 설명을 통해 중앙일보가 '충격'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기사를 50개 발행했다는 사실을 집계했습니다. 이처럼 '고로케' 사이트는 '충격'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언론사를 집계했는데 2위는 한국경제 (30개) 3위 스포츠조선(27) 4위 아시아경제(21) 5위 동아일보 (20개)였습니다.
'충격'과 함께 많이 사용하는 '경악'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언론사는 어디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로케 사이트 캡쳐 이미지
'경악'을 자주 남발하는 언론사는 '매일경제'입니다. 2위는 동아일보, 3위는 한국경제,4위 디지털타임스,5위는 중앙일보가 차지했습니다.
이준행씨는 '충격,경악,이럴수가'라는 단어의 정의를 '부디 꼭 클릭해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보기 위해 언론사가 기사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밝혔는데, 이처럼 언론사가 기사 자체보다는 제목만으로 독자를 낚는 모습을 신생 인터넷 언론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언론이라고 자칭 주장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선두에 나서 한다는 사실을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한민국 언론이 저널리즘보다는 상업성, 그것도 아주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삼류잡지와 같은 수준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시청자를 바보로 만드는 TV 뉴스'
신문이 낚시성 기사를 통해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면 TV는 화면과 내용을 통해 시청자를 조정하거나 바보로 만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어떻게 TV가 저널리즘과 동떨어진 뉴스를 보도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KBS 2012년 7월23일 뉴스 캡쳐이미지
KBS 뉴스는 <정부 “총부채상환비율 DTI 일부 완화”>라는 보도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노력을 보도했습니다. 앵커는 첫 화면에서부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라는 표현을 쓰고, 이어진 화면에서는 늦은 밤 청와대의 모습과 시계를 보여줌으로 마치 '나 지금 밤새도록 공부하고 있어요' 자랑하는 학생처럼 보도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재계와 민간 관계자들의 얘기를 꼼꼼하게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는 뉴스에서 '꼼꼼하게 경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런 식의 기사는 그저 멍하니 보면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 저널리즘에서 보면 기사가 아닌 마치 청와대 대변인과 같은 어법과 같은 모습입니다.
즉, 기자가 아닌 청와대 대변인으로 국민에게 '홍보 뉴스'를 보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2012년 5월17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화면(위) /16일 밤 권재홍 앵커가 청원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아래)ⓒMBC노조
MBC뉴스데스크는 자사의 메인뉴스에 "권재홍 앵커가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배현진 앵커가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어젯밤 10시 20분쯤 본사 현관을 통해 퇴근하려는 순간 파업 중인 노조원 수십 명으로부터 저지를 받았다”며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고 그 뒤 20여 분간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권재홍 앵커는 청원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퇴근을 했으며, 부상도 처음에는 신체 일부라고 주장했지만 '정신적 충격'이라는 해명을 다시 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뉴스가 진실과는 거리가 먼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MBC뉴스 화면 캡쳐 이미지
런던올림픽 기간에 MBC는 재벌, 특히 한화와 SK가 운동선수를 후원해서 금메달을 땄다는 뉴스를 내보냅니다. 화면에는 계속해서 한화 김승연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의 치적이 소개됩니다. 이 기사가 나오고 3일 뒤 김승연 회장은 구속됩니다. 김승연 회장의 구속을 보도하면서 기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이라크 사업이 안 될 것처럼 걱정해주는 의도는??
“재계에 대한 반감이 커 경제단체마저도 우군이 돼줄 수 없는 상황, 한화는 물론 SK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기자의 눈에는 범죄자의 구속과 재판이 외롭고 힘든 싸움?
MBC뉴스를 보면 재벌의 홍보팀이 운영하는 '한화뉴스'나 'SK뉴스'인지 '공영방송'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보면 재벌 처지에서 아주 유리한 뉴스가 나오는데 우리는 멍하니 그저 진실인양 그 모든 것을 보고 사는 것입니다. 아마 이래서 TV가 바보상자로 불리는가 봅니다.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대한민국에서 저널리즘이 과연 존재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모호합니다. 그것은 실제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참다운 기자와 언론인은 존재하지만, 그들이 보도하는 기사는 묻히기 일쑤이고, 데스크에서 킬 당하거나 열심히 준비한 취재가 엎어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널리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기자연합회'는 '저널리즘특별위원회'를 조직해서 저널리즘의 문제를 자신들 스스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널리즘특위에서는 현재 방송언론이 가진 문제점이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위의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보고서,
저널리즘특위가 분석한 현행 저널리즘의 문제 유형을 보면, 특정 정파와 특정인에 관한 노골적 찬양기사나 철저한 팩트 확인보다 무조건 보도를 해대는 무검증으로 발생하는 오류 기사,출입처와 기자의 동화로 발생하는 홍보성 기사, 관행적으로 철마다 쓰는 매년 똑같은 기사를 손꼽았습니다.
언론에 나오는 뉴스를 그대로 믿기보다 아래의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에 대입시켜 보면 그 기사가 과연 진실을 전달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속보를 그대로 베껴다가 온 나라에 거짓을 퍼트리는 언론들'
'특정 정파에 불리한 사안은 감추고 다른 정파를 공격하는 정치 방송'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행동이 마치 나라 경제를 위협한다고 불안을 조성하는 재벌 홍보지'
'경찰이나 검찰,청와대의 의중을 그대로 전달하는 나팔수'
'자사의 이익이라면 뉴스거리가 되든 말든 목소리를 높이는 방송사와 종편,신문사'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이라도 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여과 없이 방송하는 몰지각한 방송'
'매년 똑같은 기사를 그대로 써먹으면서 마치 자신이 가본 듯한 전지전능한 도술을 부리는 기자들'
사실 대한민국 언론에서 참언론인은 있었어도 참언론사는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예전 신문,방송,잡지를 보면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을 선전하고 독립지사를 '테러리스트'로 비난했으며, 독재 시절에는 그들을 미화하고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1980년대 전두환이 해외순방을 끝내고 오자 '지루한 장마를 끝내고 남국의 화사한 햇빛을 안고 귀국'했다는 KBS의 뉴스나 조선일보의 '인간 전두환'을 보면 우리는 정말 위대한 지도자, 신적인 지도자를 대통령을 모신 민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무슨 민족지라고 떠들고 있지만 그들의 친일언론 만행은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고, 이런 언론의 왜곡은 독재자를 '위대한 지도자'로 둔갑시키는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언론사와 방송사가 권력에 기생하여 국민을 기만할 때도 참언론인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주와 언론사가 그들을 지켜주지 않아 그들은 쫓겨났고, 계속해서 저널리즘이 자꾸 무너져 지금은 언론이라 부르지 못할 지경이 된 것입니다.
블로거를 1인 미디어로 부르지만 사실 그런 점에 대해서 늘 부끄러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진짜 저널리즘 관점에서 보면 부족한 점과 오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블로거를 1인 미디어로 부르는 이유는 진짜 언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앞으로 언론을 비판하는 동시에 '아이엠피터'의 블로그가 가진 문제점 또한 처절하게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합니다. 블로그는 뉴스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뉴스처럼 본다면 블로그도 그와 똑같지는 않아도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을 논하는 글을 쓰면서 많은 반성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방송기자연합회의 저널리즘특위를 보면서 희망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제 언론을 믿기보다 그 언론을 제대로 판단하는 시청자와 독자의 수준이 더 높아져야 쓰레기 언론이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보는 '뉴스' 그대로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전지전능한 기자가 아니라 마치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믿기보다는 여러분의 냉철한 판단력과 지혜, 그리고 양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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