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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대선으로 재미 본 '종편' 어찌하오리까



이번 18대 대선에서 가장 재미를 본 곳이 있습니다. 바로 조중동이 만든 종편채널입니다. 종편은 대선 기간 시청률도 오르고,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어쩌면 종편이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해볼 정도로 이번 대선 기간 종편은 박근혜 후보 전용 선거방송의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과연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슨 방송을 누구에게 했는지 분석해봤습니다.


'대선 기간, 온종일 선거방송만 했던 종편'

종편이 대선 기간 어느 정도 선거 관련 방송을 했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종편 대선관련 프로그램 편성 비율. 출처:언론연대


대선 기간이었던 12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종편을 조사한 언론연대의 분석을 보면, 종편 4사의 보도(시사)프로그램 편성비율은 55%~66%에 달했습니다. 하루평균 시간을 따져보면 채널A는 약 16시간, MBN은 15시간, TV조선은 13시간, JTBC는 6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채널A는 하루 방송 내용 중 보도프로그램을 65%이상 편성했는데, 말이 보도프로그램이지 거의 대선 특집 방송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종편이 아무리 대선특집 방송을 했다고 해도 시청률이 낮은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대선 기간 종편의 시청률은 역대 종편 시청률 중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종편의 대선 기간 전과 대선 기간 시청률 비교. 출처:오마이스타


2012년 11월까지 0.5%대 시청률을 기록하던 종편 시청률은 1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12월 들어서 1%를 넘기도 했습니다. 종편이 이렇게 시청률이 높아진 이유는 많은 사람이 대선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정치에 매우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준 방송은 종편이 유일했습니다.

'박근혜는 칭찬하고 문재인,안철수는 헐뜯던 종편'

이렇게 시청률이 높아진 종편에서는 어떤 선거 방송이 나왔을까요? 대부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유리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깎아내리는 편파적인 방송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종편의 안철수,문재인 후보 죽이기 사례는 손을 꼽지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는 주로 보수성향의 시사평론가(?)들이 나오는데 그 중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젖비린내 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그대로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시대 흐름 패턴상 지금 여성지도자가 나올 타이밍이며,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눈이 자신감이 없다, 대권을 잡을 수 없다"면서 "박근혜 위원장의 눈은 살아있다"라는 대놓고 박근혜 후보 띄워 주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특히 화면 구성에서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면은 많은 사람들을 잡아주고, 문재인 후보는 일부 화면만 보도하는 등의 편파적이고 지능적인 보도구성은 전문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면서 창피할 지경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진실은 알려주지 않고,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왜곡하는 식의 모습은 과연 이들이 저널리즘을 가진 언론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50대 이상만 봤던 종편채널'

이렇게 종편의 편파적인 선거방송을 누가 봤을까요? 대부분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었습니다.  

▲종편 시청연령 분석. 출처:미디어오늘


종편을 보는 시청자 중에서 20~49세의 시청률은 10월까지도 0.2%도 되지 않습니다. 종편 개국 초 시청률이 0.1%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대선 기간 종편의 시청률은 급증했고, 이 당시 시청자의 연령대를 보면 대부분 49세 이상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치켜세워주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헐뜯는 선거 방송을 온종일 종편은 보도해주고 그 방송을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열심히 봤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저널리즘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던 종편'

종편을 언론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종편은 언론사입니다. 언론은 저널리즘이라는 언론 본연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종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종편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태생부터가 편파적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개국 이후 흔들리는 그들의 존립 여부 때문이었습니다.

종편은 개국 이후 0.5% 미만의 시청률로 애국가 시청률보다 나오지 않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체 드라마 방송은 조기종영되고, 제작비와 출연료 미지급 사태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은 부도설까지 나왔는데 대선이 극적으로 살려준 것입니다.

▲ 종편에 출연자가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는 장면, 출처:채널A


종편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와 탐사,취재 프로그램은 모두 줄이고,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자칭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앵커와 둘이서 정치현안에 대한 말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제작비가 거의 들지도 않거니와 자극적인 말만 조금 하면 시청률은 바로 올라가니 종편에는 일거양득이었습니다.

이렇게 종편이 제작비는 줄어들고 시청률이 올라가는 프로그램이 히트를 치자, 아예 대놓고 박근혜 후보 편들기에 나섰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만약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들에게 칼날을 들이댈 것을 충분히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과 특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고, 이것은 더 나아가 모 기업인 조중동에게 결코 유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편 채널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내용. 출처:미디어스


종편은 18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총 18건(12월 4일 기준)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재허가시 감정요인인 법정제재(주의,경고)는 7건이나 됩니다. 그런데도 종편은 선거가 끝나는 12월 19일까지 연일 편파보도를 했는데,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재허가시 누가 방송위원회를 장악하느냐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들에게는 수백억 원의 적자로 말미암은 부도 위기와 어차피 기존에도 재허가 위험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특정 후보에게 올인했고, 결국 그 전략은 성공했다고 봐야 합니다.

' 종편, 어찌하오리까'

대선에서 재미를 보고, 투자(?)를 잘해 종편이 살아남는다고 해도 종편의 갈 길은 멉니다. 일단 대선이 끝난 후 사람들의 관심은 정치에서 멀어질 것이고, 이는 종편의 재정 위기를 초래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다음 대선까지도 버틴다면 그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중립성 잃은 공중파 방송과 TV만 틀면 나오는 종편의 근접성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이것은 인터넷과 SNS의 파급력과 마찬가지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야권이 무조건 종편에 출연하지 않고 놔두자니 편파적인 정보만 계속 종편에 나올 것이고, 출연하자니 그런 이유 때문에 시청률이 올라가면 그 또한 문제이고, 참으로 난감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해도 결국 나이 많은 유권자들은 전원버튼만 켜는 TV를 선호할 것이고, 그렇다면 최소한 케이블 방송을 인수하는 '국민방송'을 하나 개국해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담 프로그램이나 보도프로그램을 위주로 유권자에게 정확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TV토론과 같은 형식을 통해 진보와 보수가 가진 각자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시간제한 없이 토론하는 방식은 시청률을 높이는 데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국민방송'을 만드는 노력을 전문가와 시민단체,해직언론인들이 나선다면 '아이엠피터'는 충분히 많은 시민들이 힘을 합쳐 개국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도 품습니다.

우리가 그냥 5년을 기다리면 다음 대선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5년동안 눈감고 귀 닫고 산다고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