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대법원은 최종 판결을 결정하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가장 투명하면서 법치주의를 완성하는 표본으로 볼 만큼 아주 중요한 기관입니다. 6년 임기로 연임할 수 있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4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국회와 대통령의 임명을 받을 만큼 중요한 대법관 후보 13명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대법관 후보자들을 보면 사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맞추어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고,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번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 대법관 후보자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것이 주는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BBK 수사팀 검사가 대법관 후보에 오른 이유'
이번에 발표된 대법관 후보자들의 명단을 보면 검찰 측 인사로 선정된 한 명의 인물이 유독 눈에 띕니다.
그 인물은 바로 김홍일 부산고검장입니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김홍일 부산고검장은 BBK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책임자였습니다. 사실 김홍일 부산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BBK 관련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2007년 서울 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와 BBK 의혹 사건을 지휘한 수사책임자로 결론을 '무혐의'처분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김홍일 검사의 대법관 후보 선정이 주는 의미를 단순히 보면 안 됩니다. MB정권에서 BBK 수사책임자들이 요직을 맡아 권력의 핵심 세력으로 일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조세조사1부 소속으로 BBK특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장영섭 검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2비서관실의 2급 행정관으로 일했습니다. 알다시피 검사가 청와대로 간다는 것 자체가 승진을 보장받았다고 할 정도로 권력의 줄을 잡은 것입니다.
최재경 당시 BBK 수사팀장은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로 구설수에 올랐는데, 수사팀장 이후에 '대검 수사기획관'을 거쳐 중앙수사부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총장과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보좌하면서 전국 주요 수사 현안을 조율하는 보직으로 검사장 승진 등 검찰에서 가장 노른자위 요직 중의 하나입니다.
첨단범죄수사부 소속이었던 김후곤 검사는 BBK 특별수사팀 이후에 '방송통신위원회 파견 검사'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법률 자문관으로 재직했습니다. 알다시피 MB정권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고의 중심 세력 중의 하나였습니다.
BBK 수사팀에서 일했던 검사들은 모두 승승장구하며 살았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청와대,검찰총장 보좌,방송통신위원회,대검중수부장 등 MB정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구에 몸담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김홍일 부산고검장이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겠습니까? 지금도 계속해서 BBK 사건에 대한 증거가 나오고 있어, 나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은 퇴임 후 청문회까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사 당사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돼 대법원의 판결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면, 결국 BBK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도 명확한 법의 판결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BBK 사건'
국민 대다수는 BBK 사건이 당시 BBK 특별 수사팀의 결론처럼 '무혐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검찰이 당시 수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국민으로 이해될 수 없는 여러 가지 불충분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BBK 사건 관련 김홍길 검사의 이야기와 검찰의 당시 수사 답변을 정리해봤습니다.
▲ 이명박 명의의 BBK 관련 명함
①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
인터뷰나 명함 등은 결국 BBK 소유자가 누구냐의 문제인데 여러가지 증거로 객관적으로 BBK가 김경준 소유이고 이 후보가 무관하다는 것이 확인이 돼서 더이상 수사할 필요가 없어서 확인안했다.
② 도곡동 땅
▲ 월간중앙에 나온 BBK 설립 관련 이명박 인터뷰
③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언론인터뷰
우선 인터뷰에 대해서 이 후보는 그와 같은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고 설명과정에서 그 뜻이 잘못 전해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에 보도된 인터뷰 내용은 <중앙일보>나 <월간 중앙>과 달리 BBK가 김경준이 설립한 것으로 되어있다. 사건 수사의 핵심은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에 관여했느냐는 것이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BBK의 자금이 관여됐기 때문에 BBK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부분이다. 검찰은 자금 추적과 회계 자료 등 물증의 분석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이미 BBK는 김경준이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더 이상 인터뷰 진위를 확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BBK 사건과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글을 쓰자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수사 검사가 이 사건을 대했던 자세와 왜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지가 오늘 글의 관건입니다. 그것은 검찰이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이지, 혐의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사할 필요가 없어서','진위를 확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이라는 수사 검사의 답변을 통해 우리는 BBK 사건을 대하는 국민의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증거가 없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던 검사들이 모두 MB정권에서 출세를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검사가 기소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했으면서 대법관 후보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정치 검찰', '권력 유착'이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 허위사실 유포로 수감 중인 정봉주의 운명 '
우리는 이번 김홍일 부산고검장의 대법관 후보 선정이 가진 의미와 한 사람을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 인물은 바로 정봉주 전 의원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12월, 17대 대통령 선거기간 중 "검찰이 BBK가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김 씨의 자필 메모를 수사과정에 누락했다. 짜맞추기식 부실 수사다"라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BBK 저격수'로 알려졌습니다.
▲ BBK 사건 의혹을 조사 발표하는 정봉주 전 의원
대한민국 검찰은 정봉주 전 의원의 이런 주장에 대해 2억 8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했습니다. 이런 검찰의 기소와 관련한 재판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에 대해 1심 및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2011년 12월22일 대한민국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계속해서 증거가 나오고 있는 BBK 사건에 대해서 검찰은 '무혐의'처리를 했고, 대법원은 무려 3년 동안의 BBK 재판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가 맞는다는 판결을 냈습니다.
대한민국 재판제도는 3심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민·형사 사건 중 단독사건은 지방법원(지원) 단독판사 →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항소부) → 대법원의 순서로, 합의사건은 지방법원(지원) 합의부 → 고등법원 → 대법원의 순서로 각 심급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 판결은 법적인 판단과 근거자료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루어질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BBK 사건을 '무혐의'처리했던 검찰 기소가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 재수사를 통해 진실로 밝혀질 경우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대법원 판결로 교도소에 갇혀 있지만, 나중에 이런 재판을 통해 그의 진실은 밝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조차 'BBK 사건'에 대해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정봉주 전 의원은 말 그대로 끝까지 '허위사실 유포자'가 되어 버립니다.
결국, 우리는 이번 김홍일 부산고검장이 대법관에 임명되면 정봉주 전 의원의 진실 규명은 물거품으로 끝나고, 차디찬 감옥에서 고통받았던 그의 인생 또한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관 한 명이 대한민국 사법부에 끼치는 영향은 많습니다. 단지 하나의 판결이 아니라 그 판결을 통해 법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주면서, 진실과 정의는 승리한다는 원칙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부가 그런 믿음을 주려면 외부의 부당한 압력과 결탁하지 않는 법관의 자질을 갖춘 인물이 법정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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