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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국회의원이면 다냐, 이년아" 막가파 경찰의 배후



우리에게는 잊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기억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은 동료와 가족을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슬픔을 참고 그들을 추모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억울한 사연과 아픔을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작은 소망도 경찰의 전투화 발에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쌍용차 희생자 대한문 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파괴당하고, 이를 말리는 시민과 국회의원 당선자를 경찰은 구타하고 폭언까지 퍼부었습니다.

▲ 쌍용차 범대위가 분향소를 다시 세우려 하자 경찰이 재차 들어와 분향소 천막을 빼앗고 있다.ⓒ정상근

대한문 앞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는 분향소를 경찰은 24일 오전 강제철거를 했고,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는 오후1시경 경찰과 중구청의 분향소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150명은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기자회견장을 뚫고 들어와 천막을 뺏고, 노동자와 시민을 강제로 끌어 냈습니다. 당시 이 기자회견장에는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였던 은수미, 장하나씨가 있었지만, 이들마저도 폭언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은수미 당선자는 현장에서 "국회의원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국회의원이면 다냐 이년아'라고 말하며 팔을 잡아당겼고, 그 과정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막가파 경찰에게 법은 필요 없다'

이번 사건의 핵심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합법과 불법을 누가 판단하는가입니다. 이번 쌍용차 희생자가 분향소가 설치된 대한문 앞 일대는 합법적인 집회 신고가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경찰은 텐트가 불법이었기에 철거했다고 했지만, 집회신고서에는 텐트 등이 집회신고물품으로 분명히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법이 정한 집회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은 자의에 의한 해석으로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국회의원 당선자였던 은수미씨가 사건이 나기 전에 남대문 경찰서를 방문해 남대문 경찰서장에게 '집회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대한문 분향소 강제철거를 지휘했던 최성영 경비과장은 처음에는 "현장은 내가 책임진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서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당선자와 남대문 경찰서 서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 출처:# twitvid '북극 여우'

국회의원이 어떤 권력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가진 상징성과 권력의 실제 속성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사태는 경찰이 국회의원조차 무시하는 조폭식의 행동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해본다면, 은수미, 장하나 당선자가 경찰에게 당한 폭언과 폭행의 심각성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자신의 권력 집단에 속하지 않은 자들은 경찰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철구 남대문 경찰서장은 폭력진압의 달인?'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철구 남대문 경찰서장을 만나 6월24일까지 신고된 합법적 집회를 보호하며, 천막 재설치 여부는 경찰서의 소관이 아니라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기지회견 중 은수미 당선자의 팔을 잡고 밀치며 '국회의원이면 다냐, 이년아'라는 폭언과 함께 주먹으로 맞았고, 장하나 당선자도 주먹으로 뒷머리를 구타당했습니다.

사실 이들을 향한 강제 진압과 폭언을 최성용 경비과장이 임의로 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철구 남대문 경찰서장이 원래부터 폭력진압으로 유명한 경찰이기 때문입니다.


이철구 남대문 경찰서장은 2009년 6.10대회 경찰폭력 사태 당시 서울청 기동본부 4 기동대장으로으로 재직했습니다. 이때 경찰은 6.10 범국민대회 시민들을 방패로 폭행했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의 무차별 폭력을 구사했습니다.

특히,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을 땅바닥에 넘어뜨린 후 제압하여 연행하는 등의 인권을 짓밟았습니다.

비록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이철구 서울청 기동본부 4 기동대장에 대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에 대한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당시 고소인이 소지한 방송용 카메라에 경찰의 폭행 장면이 그대로 찍혔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항고했었습니다.

명백한 폭행 증거가 있는데도 구속되지 않았던 이철구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강제철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앞에서 약속하고 뒤통수 치기' 전법으로 과거 자신의 폭력진압 노하우가 그대로 경비과장에게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폭력경찰은 또다시 폭력으로 시민의 인권을 짓밟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입니다.

'막가파 경찰과 손잡은 중구청장'

경찰의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강제철거와 폭행,폭언 사건 뒤에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합법적 집회를 막무가내로 철거한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트위터에 올라온 박원순 시장의 답변에서 그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강제철거와 진압은 중구청이 서울시와 아무런 상의 없이 독단으로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중구청에서 구청장 권한으로 했다고 하는데, 중구청의 수장은 누구일까요?

▲ 중구청장 당선 축하 인사를 히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 © 서울의소리


서울 중구청장은 나경원 전 의원의 최측근인 최창식 씨입니다. 최 구청장은 중구청장에 당선되자마자, 호남 출신 인사들을 정년이 1년이상 남았음에도 18명 전원을 보직 변경 발령했고, 이런 최 구청장의 인사에 반발한 중구청 공무원 2명을 해직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최 구청장의 이런 인사이동은 10.26 재보궐선거과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는데, 예상대로 나경원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했던 중구청에서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 중구의 벽보. 박원순 후보 벽보는 반만 드러나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게 둘둘 말려 게재돼 있다. ⓒ서울고소미


지난 10.26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벽보 중에서 유일하게 박원순 당시 야권연대 후보의 벽보만 번호가 보이지 않게 게재된 사례가 중구청에서는 여러 번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벽보는 자연적 훼손이 아닌 처음 게시 때부터 이런 식으로 게시된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외부인의 훼손이 없었다는 점에 미루어, 이 벽보를 관리하는 관할지역 공무원들의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창식 중구청장은 30년이 넘는 서울시 공무원 생활 동안 각종 인허가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고, '가든파이브'와 '파이시티'등에도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었습니다.

▲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 22명 추모 분향소를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강제철거하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강제연행했다. 강제철거된 분향소 시설물들을 청소직원들이 쓰레기차에 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철거문제는 중구청장의 권한이 맞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철거가 아닌 정치,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집회에 대한 철거와 서울시청 앞쪽에 있는 대한문 분향소는 서울시와 어떤 대책을 협의하고 철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중구청장은 서울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중구청장의 독단으로 분향소를 철거했습니다.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금지하고, 경찰과 함께 분향소를 철거한 최창식 중구청장의 독단적 행동은 차후라도 위법한 공무집행 여부에 대한 감사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타살, 쌍용차 희생자를 기억하자'

경찰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수사과정을 '우수 수사 사례'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수많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한 번 더 죽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 쌍용차 평택 공장으로 진입한 경찰이 쌍용차 노조 조합원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다. 빨간색 원 안이 쇠파이프. 테이프를 감은 손잡이가 보인다. ⓒ민중의소리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공동으로 조사한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 3차 정신건강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93명 중 우울증 항목에 답한 190명의 80%인 150명이 중증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들의 1년간 자살률은 일반인의 3.74배, 심근경색 사망률은 18.3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파업 중이었던 2009년1차,파업 직후 2차 조사보다 더 심각해진 수치였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유병률은 52,3%로 현재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가구당 3천만 원이 넘는 평균 빚의 증가와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거의 방사능에 피폭된 것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이었던 황모씨는 1996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했습니다. 장애인이었기에 자신의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던 황모씨는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적극 가담했지만, 조여오는 생계의 고통에 결국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쌍용자동차에서 나온 후 그는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했지만, 장애인에 쌍용차 출신이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경찰의 폭력적인 조사와 검찰의 기소는 강화되었습니다.

사회적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끝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매는 선택을 했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그의 영안실에는 죽음 뒤에도 법원의 벌금 고지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쌍용차의 정리해고로 무려 22명의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이들의 죽음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못하게 하는 사회가 정당한 사회로 보이십니까?

열심히 살았던 평범한 가장과 단란했던 그들의 가족이 정리해고라는 칼날에 죽었던 사연을 하나하나 읽어 보면서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죽였던 이 사회에 대해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쌍용차 정리해고로 죽은 사례가 22건으로 보이십니까? 아닙니다. 소중한 목숨이 22명이나 이 땅에서 사라진 끔찍한 사건입니다. 오늘은 이들을 기억하며 댓글 대신 추모의 글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쌍용자동차 희생자 온라인 분향소 바로 가기

억울하게 죽었던 저들도 이 땅에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 어머니로 사랑받던 딸과 아들이었고 우리의 이웃이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숨 쉬고 살았던 이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경찰의 폭력과 권력자들의 칼날 아래 억울하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