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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MB는 '9억 부자' 6살 외손주의 어린이날 선물로 뭘 줄까?

 



일반 직장인들도 주식 몇백만 원 갖고 있기 어려운 세상에서,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만 12살 이하 어린이가 무려 102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작년과 비교하면, 억대 어린이 부자가 처음으로 백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이번에 조사된 어린이 억대 부자들을 보면 GS가(家) 자녀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왔습니다.허용수 GS 전무의 11살짜리 장남은 무려 453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8살 차남도 163억원으로 3위에 올라, 형제의 주식만 합쳐도 616억원이나 됩니다.

특히,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12살 딸도 17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명실상부 1,2,3위를 모두 GS 집안에서 차지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어린이 부자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의 11살짜리 외손주가 아빠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이 물려준 주식 40억3천만어치를 보유하여 5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 외손녀들의 명품논란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 - MB 손녀의 몽클레어패딩과 노무현 손녀의 샌들

그것은 그 아이들이 충분히 명품을 입고도 남을 재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조사된 것을 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외손주들이자,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9살 장녀와 6살 장남도 각각 9억원과 9억1천만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재벌가들과 대통령의 외손주들이 주식부자가 된 것은 나중에 물려줄 재산에 대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 미리 주식을 증여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아이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뒤 나중에 배당금이 나오면 소득원으로 신고, 나중에 부모가 물려준 주식에 대해서는 증여세 부담을 피할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절세이고, 보통 사람이 보면 어이없는 '짬짬이 증여'는 작년에 비해 자꾸자꾸 늘어만 갑니다.

재벌가에서 이런 방법을 통해 3대,4대 경영 세습을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 MB 외손주들의 한국타이어 주식 보유현황, 2년만에 5억이상 늘어났음 ⓒ 안치용


저희 같은 서민들이야 이런 어린이 부자들의 이야기는 어디 아프리카나 중동지역 왕들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대한민국에서 2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5억이상 재산이 늘어나는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려운 세상에 수백억 원의 부자 아이들을 보면, 자괴감 정도는 아니더라도 참 마음이 씁쓸합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아버지에게는 제일 고민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사주고 싶은데 아이들은 늘 비싼 장난감만 고르고, 그렇다고 어린이날인데 안 사줄수도 없고 ..

사실 어린이날이지만 지금 독일에 와서 그런지 마음이 조금 아픔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사람이 많고 복잡해도 아빠와 함께 놀이동산이나 공연, 여행을 가겠지만,우리 아이들은 기껏 마당에서나 놀고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8살 큰 아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로봇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일 년에 딱 한 번만 장난감을 사주는 심술궂은 아빠의 아들이라, 그리 장난감이 많지 않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장난감들도 모두 이모나 큰아버지가 사준 것입니다.


독일에 와 있으면서 화상채팅으로 '독일에는 장난감 없어? 만약 있으면 큰 건담로봇이 있으면 좋겠다. 엄마가 마트에서 사준 건담로봇은 너무 작고 혼자라 서로 싸울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아들의 꼼수는 뻔합니다. 엄마가 어린이날이라고 시골 동네 마트에서 사준 천원짜리 건담은 조잡해서 성에 안 차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장난감 로봇을 사달라고 할 때마다 저에게 많이 혼납니다. 로봇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늘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 요새 나오는 미라클포스 시리즈를 다 갖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는 아빠가 야속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나에 몇만 원씩 하는 장난감을 저로서는 쉽게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가끔 속상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긴 해야될 것 같아 세미나를 끝내고 잠시 쇼핑몰에 가봤습니다. 무슨 장난감 하나가 그리도 비싼지, 작은 것 하나도 30유로가 넘더군요. 그래서 무겁게 발걸음을 돌리고 왔는데, 다행히 장모님이 제가 없어 딸내미가 무서울까 봐 제주도에 오셔서 장난감을 사주셨다고 합니다.

(저희 집이 마을과 떨어져 있어, 가끔 남자인 저도 무섭습니다. 특히 마당 옆쪽으로 무덤이 하나 있어서 ㅠㅠ)


4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외손주를 둔 이상득의원이나 9억이 넘는 외손주를 둔 이명박 대통령에게 손주들 선물 사주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렵겠습니까? 5만원은 물론 50만원짜리 선물도 해줄 수 있겠죠. 그러나 저희 장모님처럼 농촌에 사는 분들은 종일 땡볕에서 나물 캐다 팔아서 한푼 두푼모아야, 겨우 외손주가 사달라고 하는 장난감을 사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힘들게 농사지어봤자 비료값,농약값,자재비 빼면 남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렇지만, 장모님에게 큰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키워주신 정이 남달라 무엇이든 줘도 아깝지 않을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기에, 장모님의 마음이 이해도 됐습니다.


명색이 아빠인데 독일 갔다 오면서 선물하나 안 사가지고 가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몇 시간을 헤맨 끝에 한국돈으로 4만원 정도 하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하나 샀습니다. 전문점이 아닌 독일 동네 슈퍼마켓의 재고 상품으로 세일하는 것을 운이 좋게 발견했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집에 고마운 분이 주신 인라인용 헬멧과 보호대가 있으니 아들에게 딱 맞춤 선물인것 같았습니다. (보통 인라인 사고 보호대 사는데, 저희 집은 거꾸로 됐습니다.)사는 김에 딸내미에게 줄 독일 젤리도 몇 봉지까지 사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비싼 유럽 물가 속에서 무엇하나 선뜻 사기 어려웠는데, 다행히 독일로 초청한 주최 측에서 넉넉하게 식대를 지급해, 그것을 아꼈더니 선물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런 이야길 블로그에 하면, 어떤 이는 그럽니다. '돈 못 버는게 자랑이냐','왜 구질구질하게 사냐'라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돈이 없다는 것이 그리 비참하거나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저희 동네는 케익 하나 제대로 파는 곳이 별로 없는 시골이라,정말 촌스런 케익만 있습니다. 그러나 볼품없는 케익에 촛불 켜고 노래를 불러도,우리 아이들은 마냥 좋아라 합니다. 저 밥상에 아주 비싸고 멋진 프랜차이즈 빵집의 케익이 있어도 행복하겠지만, 저희 집은 비싼 케익이 아니어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늘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물질의 고마움과 행복의 가치를 모르고 함부로 썼기에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대통령의 외손주나 재벌가의 자녀들에게 이런 가르침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어차피 돈은 차고 넘치기에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이 아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교육을 시킬 것입니다.


9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6살짜리 외손주에게 대통령이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는 돈을 번 적이 없어서.그러나 무슨 선물을 해도 제가 마트에서 산 인라인스케이트보다 더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부자만이 가진 특권이자 단점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는 네가 좋아하는 로봇 장난감이 없다는 소리에 아들이 '아빠 선물 없어도 괜찮으니, 아빠만 빨리 와'라고 하더군요. 비록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이 선물을 받고 좋아할 아들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런 행복함이 과연 돈이 있다고 만들어질까요?

빨리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꽉 안아주면서 말해줄 것입니다.
'사랑해, 아빠 아들, 아빠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