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1주년입니다. 저는 한국전쟁이 분단의 역사나 동족상잔의 비극,좌우익의 대립을 떠나 전쟁 그 자체로 고통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어떠한 이유이건, 그 안에서는 비인간적이면서 인간성을 말살하는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승리와 패배, 그리고 휴전을 떠나 전쟁에 담긴 인간 그 자체의 아픔을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하고 아픔을 주는 존재인지 함께 고민해보길 원합니다.
저 발가벗겨진 병사들은 수치심을 느꼈을까요? 사진 속 메마른 갈비뼈에서 나왔듯이 전쟁의 굶주림과 전투의 피곤함,그리고 생명에 대한 두려움은 옷이라는 인간의 외모를 감추는 존재는 필요치가 않습니다. 있다면 지금 당장 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스무 살이 넘어 보이는 청년들이 무릎을 꿇고 울며 매달리고 있습니다. 얼굴 표정에는 너무나 간절하고도 절박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와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었을 것입니다. 낯선 땅에 끌려와 전쟁이라는 괴물에게 잡혀버린 저들을 지금은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땅에 엎드린 후 두 팔을 벌리고 눈동자는 총을 든 미군을 바라보는 저 병사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있을까요? 총을 겨눈 병사의 말 한마디와 표정을 보면서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과 내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당한 병사는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 병사를 바라보는 전우들의 모습 또한 근심이 가득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저런 모습이 내가 될 수 있고, 죽음은 언제든지 전장에서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나약합니다. 그래서 고통이 심해지면 쇼크사로 죽을 수 있습니다. 전쟁은 육체적인 고통 그 자체로 죽음을 몰고 옵니다.
맨발에 상의도 벗겨지고 지프에 호송되는 사진을 보면서,포로들의 얼굴 표정이 너무 눈에 와 닿습니다. 피가 묻은 얼굴과 자포자기한 심정.어쩌면 저들은 지금 살아서 한국 땅에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전쟁의 아픔과 상흔이 더이상 그들 인생을 짓누르고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쟁이 나면 제일 많이 고통 받고 죽는 사람이 바로 민간인입니다. 1950년 9월에 서울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는 아내로 보이는 여인의 품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습니다. 그 곁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로 짐작됩니다. 아내의 애타고 안타까운 표정과 다르게 아버지는 체념한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이들에게 저 남자는 소중한 남편이고,집안을 일으킬 든든한 아들이었을 것입니다. 가족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처를 준 전쟁의 기억은 지금도 대한민국 집안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좌우익 대립이라는 양상도 있었던 전쟁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한국의 좌익은 공산주의가 그저 지주에게 수탈당하고,일본에 침략 받았던 사람들이 선택했던 모습 중의 하나였습니다. 순박하면서 한글조차 몰랐던 그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어떻게 이해했겠습니까? 한국전쟁이 발생하자,남한 정부는 대구와 대전 등 전국 각 지역 교도소 정치범을 모두 사형시켰습니다.
죽은 시체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저 사람의 표정에는 웃음처럼 느껴지는 체념이 담겨 있는지,아니면 자신이 설마 죽겠는냐는 기대감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좌익이라는 혹은 빨갱이라는 단어 하나로 무자비하게 죽었던 영혼들의 넋이 과연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죽은 자, 떠나간 자 뒤에는 늘 삶의 고통이 남아 있습니다. 먹고 자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끈질김이 폐허의 더미에서 솟구쳐야 합니다. 고단한 삶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시절을 버텼는지 몸저리 치도록 아픈 기억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언제나 환한 웃을 짓던 아비를,늘 씩씩했던 혈육을 잃는 고통에서도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모습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인 동시에 미래를 기약하는 몸부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을 두고 죽은 어머니의 시체와 머나먼 이국땅에서 뒤로 묶인 채 죽어 있는 미군 병사의 모습에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울부짖는 저 어린아이를 놓고 죽어야만 했던 어머니와 멀쩡하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미국의 어머니. 누가 더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전쟁은 누가 죽더라도 그 고통과 아픔은 혈육과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잊혀질 수 없는 상처입니다.
눈 속에 파묻혀 코와 묶인 손만 내밀고 숨을 쉬는 이 사진 한장을 보면서 인간이 전쟁 속에서 얼마나 생존을 갈망하는 존재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전쟁은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공포이며 최대의 재앙이며 최고의 악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인간 세상 최고의 악이 전쟁을 지향하는 의지를 가진 인간에 의해 자행되지 않기를
오늘 한국전쟁을 기억하며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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