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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은 '의원내각제?' 아니면 '박근혜공화국?'

 

 

국정원장 출신의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행보가 전임 김기춘 비서실장과는 다른 '소통 행보'라며 언론이 칭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28일 청와대에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은 뒤 3월 1일 오후에는 성남공항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조윤선 정무수석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환송했습니다.

 

언론은 이병기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환송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와 티타임을 갖는 등 당청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병기 비서실장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환송을 하면서 새누리당 당대표와 만난 것이 무슨 큰 소통이라고 크게 떠드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전임 김기춘 비서실장이 워낙 불통해서 그런 것이지, 특별히 이병기 비서실장이 특출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국가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를 선택한 대통령'

 

이병기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임명은 모두를 큰 충격에 빠지게 했습니다. 아무리 비서실장 후보자 대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 비서실장을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을 갖다 쓴다는 점은 이해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1960~70년대로 돌리면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핵심은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중앙정보부 부장'이라는 이 세 명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정치 공작을 하는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서실장이 정보부장으로 정보부장이 비서실장으로 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권력자가 박정희의 사람이야 아니냐가 중요할 뿐이었습니다.

 

'대선개입-북풍공작' 이병기가 국정원장이라니

 

현재 청와대 경호실만 다를 뿐, 여전히 국정원장은 정치 공작에서 현직 대통령과 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비서실장은 보고서만 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특성상 가장 대통령과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자체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국정쇄신을 위해 교체해야 할 기관장에 속해 있는 인물을 다시 청와대로 불러들이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인물의 평가는 '나에게 충성할 수 있느냐'지, 국가에 대한 충성도나 국가 균형 시스템 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 대한민국은 의원 내각제인가요?'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입니다. 그러나 유독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의원내각제 총리와 유사한 '국무총리'입니다.

 

 

의원내각제에서 총리는 의회에서 결정되지만, 한국은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새누리당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완구 총리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을 보면 이완구 총리를 시작으로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황우여', '여성가족부 장관 김희정' 모두가 현직 의원출신으로 각료에 임명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에  유일호 의원과 유기준 의원을 후보자로 선임했습니다.

 

각료 19명 중 현직 국회의원이 6명으로 30%가 넘습니다. 이는 의원내각제인지 아닌지 참 알 수 없게 만드는 정치 구조입니다.

 

물론 정치인을 내각에 임명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현직 국회의원을 내각에 임명하는 모습은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습니다.

 

'박근혜공화국을 꿈꾸는 그녀'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7일 청와대 정무특보에 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친박계 의원들을 데려다가 (1명은 친이계) 청와대에서 비서로 활용하겠다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단히 큰 문제입니다.

 

 

주호영, 윤상현,김재원 이 세 사람은 현직 국회의원입니다. 국회의원이 내각에 들어가는 일도 문제가 많은데, 아예 대통령의 비서에 해당하는 정무특보로 활동하는 일은 헌법과 삼권분립의 취지를 훼손하고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국회를 헌법기관이라고 합니다. 국민이 법을 만들라고 선출해서 국회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대리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대표로 뽑았더니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의 비서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청와대 정무특보라는 자리에 현역 국회의원이 임명됐던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정부와 국회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가 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사라진 셈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보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국민들과 언론, 정치계는 그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갑니다. 국민들 또한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정치는 한 마디로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창피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된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위기관리형 리더십'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습니다.

 

현재 그녀가 위기를 제대로 잘 대처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훨씬 많은데, 윤상현 의원만큼은 그녀를 강력한 의지와 원칙이 있는 리더십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의지와 원칙이 있습니다. 헌법보다는 나의 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우선이고, 인물론보다는 '충성도'가 인사정책의 가장 큰 원칙입니다.

 

정치 민주화가 아닌 박근혜라는 인물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 민주주의 국가라고 보기보다는 마치 '박근혜공화국'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