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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낡은 학교 화장실 '무상급식' 아닌 대통령 때문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학교에 가는 아이 중에는 학교 화장실 가는 일이 걱정인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교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가 친구들에게 걸리면 '똥싸개'라고 놀림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학교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는 순간 '이지메'(왕따)를 당하는 타겟이 되기 때문에, 대변을 참다가 집으로 도망치는 일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학교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면 왜 아이들은 놀릴까요? 집에서도 몇 번이고 대변을 보는데, 굳이 학교에서 본다고 놀릴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무서워합니다.

 

' 학교시설 중 가장 불편한 곳 화장실'

 

학교 화장실을 놓고 아이들이 서로 놀리는 이유는 학교 화장실이 더럽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눈으로 볼 때 학교 화장실은 너무 더럽고 냄새가 나는 공간입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서울시 초등학교 4.5.6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시설 중 가장 불편한 곳을 물어보니, 무려 64.7%의 아이들이 화장실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이들은 화장실이 불편한 이유로 '냄새가 심하고',' 변기가 더럽다'고 대답했습니다. 한 마디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쾌한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둡고 침침한 화장실에서 학교 폭력도 많이 벌어집니다. 남학생끼리의 싸움도 학교 화장실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흡연도 화장실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입학시즌] 여러분 자녀의 학교는 어떠신가요?

 

'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 화장실을 고치지 못한다고?'

 

학교 화장실이 더럽지만, 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상급식' 때문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왔습니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은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파동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입니다.

 

 

보수언론이나 자칭 보수단체들은 박원순 시장이 무상급식을 계속 추진하기 때문에 학교시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서울시 학교 화장실 개선 예산은 0원이 됐고, 박원순 시장이 정책적으로 무상급식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학교 시설은 점점 낡아져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의 안전과 시설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언론이나 단체는 진실을 일부러 왜곡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무상급식이 확대됐고, 서울시교육청의 예산도 늘어났습니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은 시설사업비를 5,427억 원에서 3,108억 원으로 줄였습니다.

 

이 통계를 가지고 언론과 보수단체는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화장실,냉난방, 바닥개선비 예산이 0원이라며 그 모든 이유가 박원순 시장의 무상급식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뜻 보면 맞는 듯합니다.

 

그러나 2013년 시설사업비가 0원으로 줄어든 이유는 무상급식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누리과정'[각주:1]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누리과정을 주장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공약을 위한 4조원 가량의 예산은[각주:2] 보건복지부가 아닌 교육부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대선공약 때문에 기존의 예산을 삭감해야 됐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2,575억이 늘어난 만큼 학교 시설사업비 약 2,320억이 삭감된 모습을 보면, 학교 화장실 등의 학교 시설 개선이 무상급식이 아닌 대통령의 누리과정 공약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어설픈 대선공약을 내세우기 위해, 박원순 시장의 '무상급식'을 타겟으로 삼고 거짓과 왜곡을 일삼은 것입니다.

 

' 악취가 나고 더러운 화장실, 가장 따뜻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다'

 

학교 화장실이 더럽고 가고 싶지 않은 공간으로 계속 남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예산만으로 부족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화장실 공사에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매년 학교 화장실 개선 예산이 줄어드는 교육청과 다르게 2013년 115억, 2014년 103억을 지원해 학교 화장실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화장실을 단순하게 고치는 사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화장실 개선작업에 참여하는 '쾌적하고 가고 싶은 화장실'로 바꾸는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17억5천9백만 원을 들여 7개 학교 26동[각주:3]의 화장실을 학생들과 함께 설계했고, 일부 화장실들은 이미 준공을 마치고 새 학기부터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을 바꾸면서 키가 달라서, 세면대와 변기, 옷걸이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는 비데를 학교 화장실에도 설치해달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지만, 이미 여학생으로 파우더룸까지 필요하다는 아이들의 요구는 대부분 반영됐고, 요새 어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멋진 공간으로 화장실이 재탄생됐습니다.

 

일부 어른들은 비싼 돈을 들여 화장실을 아주 좋게 꾸몄다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쾌적하고 따뜻해지면서, 학교 폭력 등이 감소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학교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바뀌면서 학교가 좋아졌다는 아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 생각으로는 교실과 도서실 등도 아이들이 원하는 멋진 공간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쾌적한 공간으로 학교 화장실을 바꿔주는 일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까지 매일 10시간씩 무려 12년 동안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공부만 하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정말 공부하고 싶은 따뜻한 공간으로 학교를 만들어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 어른이 많은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3세에서 5세 아이까지의 유치원 통합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제도. [본문으로]
  2. 누리과정 공약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공약을 준비하면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생각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이 문제. [본문으로]
  3. 남녀 화장실을 1개동으로 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