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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승마선수 제주 전국체전 보이콧, 도대체 누구 때문에?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승마선수들이 제주 대회를 거부했습니다. 전국체전 참가 승마선수들은 10월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승마협회에서 지난 14일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실사한 결과를 보고 말과 선수에게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해 참가 선수 103명 가운데 78명의 이름으로 경기장 변경을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승마선수협회 선수들은 이전에 전국체전 장소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했고, 대한체육회는 10월 20일 전국체전 경기 장소를 제주대 승마장에서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으로 변경했습니다.

 

승마선수들이 안전을 위해 승마장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도대체 전국체전 승마경기장이 갑자기 제주에서 인천으로 바뀐 석연치 않은 사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승마경기장 시설 때문? 전문가들 문제없어'

 

승마협회 선수들은 제주대 승마경기장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주도는 2012년부터 60억2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대학교에 실외 경기장 및 실내 마장, 마방을 신축했습니다. 승마선수협회와 대한승마협회는 시설이 미흡하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실사를 통해 경기장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승마협회와 제주도전국체전기획단은 말의 안전을 위해 말 물통을 고무재질로 감쌌고, 경기장 배수는 실사 전날에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이지 평소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각주:1]이 정도 비라면 인천 승마경기장도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각주:2]

 

대한승마협회 일부 관계자도 제주도 승마경기장이 인천드림파크 경기장보다 시설 면에서 약간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경기를 치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제주도에서 전국체전이 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전국대회의 승마경기는 무조건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경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경기장을 보이콧한 승마협회와 선수들의 모습이 이상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 마필 운송 때문에? 비행기보다 배가 오히려 더 진동이 없어'

 

승마선수협회는 고가의 말을 제주까지 운송하는 데 문제가 많다면서 제주 전국체전을 보이콧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배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육지와 제주를 오가는 2만4천톤급 씨스타크루즈호는 차량만 520대를 선적할 수 있는 대형선박입니다. 마필운송 전용 차량을 이용해 씨스타크루즈호를 타면 목포에서 제주까지 약 4시간 30분이면 옵니다.

 

씨스타크루즈호와 같은 대형 선박을 이용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비행기 이착륙 때의 이착륙 진동을 선박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각 지역에서 마필 전문 운송차량을 이용해 그대로 배에 타서 제주로 오는 여정은 오히려 해외에서 비행기로 말을 운송하는 일보다 쉽고 빠릅니다.

 

 

승마선수협회에서는 경주마들의 마필 운송 경험 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에는 한국마사회의 제주 경주마 목장이 있습니다. 고가의 경주마들은 경매를 통해 육지로 나갑니다.

 

제주에는 고가의 경주마 육성 개인 목장들이 있고, 이들은 경주마를 운송한 경험이 충분합니다. 선수들이 경주마 운송 위험을 운운한다면 해외 경기는 어떻게 참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장시간 마필 운송을 문제 삼는다면 앞으로 육지에서 제주까지 오는 시간과 비슷한 포항이나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 서울,경기 선수들은 참여하는 일 자체도 무리라고 봐야 합니다.

 

 

해외선수들도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늘 해오는 마필 운송을 문제삼아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보이콧한 선수들의 변명이 옹색해 보입니다.[각주:3]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승마선수협회는 자신들 스스로 벌인 전국체전 보이콧이라고 했지만, 그 배경에 대한승마협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한승마협회는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에 인천시에 국제 규격 승마장을 만들어주면 앞으로 대부분의 승마 경기를 거기서 하겠다고 제안해 양측이 이면 합의를 했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각주:4]

 

<전국체육대회 규정>

 

제45조(경기장 배정 및 사용승인) ① 조직위원회는 전국대회 경기종목 경기장을 배정함에 있어 개최시도내 체육시설을 최대한 배정하여야 하며 부득이 개최시도 이외 타 시도시설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대회개최 3개월 전까지 해당 시도 체육시설관리 주체와 협의한 후 시설이용에 관한 사항을 체육회로 제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②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배정안과 함께 경기장의 조명, 안전망, 차광막, 관중수용능력, 바닥재의 상태, 득점판 등의 경기진행시설 및 경기진행에 필요한 각종 통신시설, 비품 등을 명시한 각 경기장별 도면을 당해년도 2월말까지 체육회로 제출하여야 하며 중앙경기단체의 사용확인과 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③ 국제규정상 공인을 필요로 하는 경기장은 중앙경기단체의 공인을 받아야 하며, 적정수준의 수수료는 개최지가 부담한다.(2009. 5. 4)

 

전국체전 규정에는 '경기장 배정에 있어 부득이한 사정으로 타 시도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회개최 3개월 전에 협의하고 승인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한승마협회가 전국체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제주 전국체전을 인천경기장으로 바꾼 이유로 인천시와의 이면 합의 때문이 아니냐는 설이 더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현 대한승마협회장은 한화생명 사장 출신인 차남규 회장입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셋째아들 김동선 씨가 승마선수인 까닭에 직간접적으로 승마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미 미성년자 시절부터 갑부로 유명한 김동선 씨는[각주:5] 승마선수로도 유명합니다. 이번 전국체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 정유연 씨와 김동선 씨도 출전합니다.

 

승마선수협회 선수들이 고가의 말을 아끼고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사전에 아무런 협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과연 전국체전을 보이콧하고 경기장을 바꾸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점 개선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보이콧한다면 이것은 철저한 감사를 통해 밝혀내야 합니다.

 

전국체전은 말 그대로 지역 사회 홍보와 낙후된 지역 체육을 부활하는 목적에 있습니다. 만약 승마선수협회의 논리라면 굳이 전국체전을 각 시도별로 돌아가면서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은 '말은 무조건 인천'으로 보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듯합니다.

 

 

  1. 실사 전날인 8월 24일 제주도는 1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본문으로]
  2. 인천 경기장은 아시안게임 전날 내린 비로 배수가 안 돼 경기가 1시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본문으로]
  3. 물론 마필 운송은 힘이 들지만, 불가능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본문으로]
  4. "말이 배타고 가면 스트레스 받아… 濟州전국체전 승마경기는 뭍에서" 조선일보 [본문으로]
  5. 17살 당시 보유주식 평가액 433억 7500만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