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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항공'을 제주도민이 타지 않는 이유



제주에 살지만 한달에도 몇 번씩 육지를 갑니다. 취재, 인터뷰, 세미나, 강의 등의 일정으로 육지에 가면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경비도 많이 들겠다고.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비행기 경비를 걱정하면서 ' 제주도민이니 제주항공을 타면 더 저렴하겠군요' 하며 제주도민이니 당연히 제주항공을 타고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엠피터는 지난 몇 년간 제주항공을 타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주로 많이 타는 항공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고 나머지는 그냥 티웨이나 이스타나 등 저가항공입니다.

' 제주항공, 절대 싸지 않은 항공권'

아이엠피터가 제주도민이지만 제주항공을 타고 다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입니다. 저가항공 중에서도 제주항공은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7월 22일 화요일 김포-제주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 티웨이로 46,900원입니다.(유류할증료,재세공과금 포함)  비슷한 시간대 제주항공의 항공권은 108,000원입니다.

제주항공이 할인해서 판매하는 가격은 80,000원으로 아시아나 특가 79,200원보다 더 비쌉니다.

육지를 오가면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의 제주 항공권을 먼저 검색하는 이유는 시간대만 잘 맞추면 가격이 저가항공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가항공이라고 해도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는 대한항공,아시아나와 1~2만 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유는 주말 요금은 성수기 요금과 거의 비슷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 제주도민 할인 15% 그러나 혜택은 그다지...'

제주도민이 제주항공을 타면 할인이 15%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상가격에서 할인합니다. 즉 할인된 항공권에서 더 이상의 제주도민 할인은 없다는 뜻입니다.


제주에 살면서 육지와 업무를 진행하는 제주도민들은 월요일 오전에 김포행 비행기를 많이 선호합니다. 이때 항공권의 할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상가격인 93,000원에서 15% 할인된 금액으로 항공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막상 공항에 나가보면 매진되어 탑승하기가 어렵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는 제주도민이 제주항공이 정상가격이면 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일리지 적립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제주도민에게 10% 할인을 해줍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제주도민 할인뿐만 아니라 보통 20~30%할인 항공권에도 마일리지를 적립해줍니다.


제주항공은 할인율이 높으면 아예 마일리지 적립이 안 될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마일리지를 적립했다고 해도 그다지 활용할 곳이 없습니다. 무료 위탁 수하물 정도나 보너스 항공권뿐입니다.


범위가 좁거나 혜택이 별로 없는 제주항공의 마일리지에 비하면 아시아나의 스타얼라이언스나 대한항공 등은 마일리지를 국제선이나 라운지 이용, 비행기 좌석 승급 등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는 제주도민이라면 굳이 비슷한 가격대에 할인폭도 적고, 마일리지 적립과 활용도가 낮으며 좌석도 좁은 제주항공을 꼭 타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 무늬만 제주도민 항공사인 제주항공'

가격이나 마일리지, 좌석 크기 등을 비교해서 제주항공이 떨어져도 제주도민이라면 그래도 제주항공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주항공이 제주도민이 만든 도민 항공사이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제주도민 항공사일까요? 아닙니다. 처음 제주항공이 설립될 때는 애경그룹 75%+제주 25%였지만, 현재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은 4.5%에 불과합니다.

말만 제주항공이지, 거의 제주도민과는 무관한 항공사가 제주항공입니다.


2006년 제주항공이 출범하면서 제주도민 중에는 제주항공이 '도민 항공사'라는 광고에 이끌려 제주항공 주식을 구입하고 줄기차게 제주항공만 타고 다녔습니다.

제주항공에 대한 제주도의 지분이 4.5% 낮아진 이유는 계속된 증자에 제주도가 참여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제주항공의 실태를 보면 제주를 위한 도민 항공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201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9.9%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러자 제주항공은 이들 항공사보다 더 높은 12.8% 요금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법원까지 가서 치열하게 싸웠지만, 법원의 중재로 겨우 항공요금 인상이 유보되기도 했습니다.

제주항공이 제주 도민 항공사라고 하려면 최소한 처음 도민들이 기대했던 제주발 국제선 취항 확대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합니다.

제주항공의 2013년 영업이익은 152억입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제주도에 대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보면 그다지 나타내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2011년 흑자 전환 이후 3년 동안 장학금과 기부 등 4천만 원 지출됐다는 한국경제 보도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황)


제주는 현재 제주도민과 제주 항공 화물의 운송을 위한 '제주 하늘버스협동조합'이라는 협동조합 항공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항공사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그간 제주항공이 처음 제주 도민을 위한 항공사를 표방하며 설립된 취지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주도는 제주항공에 있는 지분 4.5%를 팔아버리고, 제주항공도 제주항공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AK(애경)항공이라고 그냥 말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듯합니다.

오늘 글은 제주항공을 비판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항공을 '제주도민 항공사'로 착각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작성됐습니다.

제주항공은 '제주 도민 항공사'나 공공 항공사가 아닌 애경그룹의 사기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