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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박근혜는 무서워?' 국내 로펌 산케이지국장 변호 거절


세월호 참사 당일의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10월 8일 서울중앙지검은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1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한국 우익단체에 고발당한 뒤 여섯 번이나 출국금지가 연장되고 수차례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상황에서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을 기소하자 일본 외무상까지 나서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의 기소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속내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국내 로펌, 가토 다쓰야 변호 의뢰에 거절'

가토 전 지국장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자,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 준비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로펌들이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변호를 거절했습니다.


박영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변호사는 가토 다쓰야 기자가 '국내 로펌 두 곳에 선임 의뢰를 했으나 완곡히 거절당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박영관 변호사는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변호를 맡은 이유에 대해 '법치국가로서의 변호인 조력 권리'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어떤 누구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국내 로펌 두 곳은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변호를 거절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도를 넘은 폭로성 발언이 사회분열을 가져온다'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지시하고 난 뒤에 이루어진 일이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기소입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이고, 더구나 대통령 명예에 관련한 사안인데 흐지부지 넘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국내 로펌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검찰과 싸워봤자 패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결국 국내 로펌들은 아예 의뢰를 받지 않는 편이 살아남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 굳이 기소까지 해야 했나?'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기소가 결정되자, 많은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언론이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성명을 인용하면서 '정부비판자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언론이 언론답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언론의 비판에 대해 물리적으로 족쇄를 채우려는 모습은 국격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과에는 한국에 체류 중인 외신을 지원하면서 논조를 분석하고 오보에 대응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산케이신문 보도가 있었던 시점에 오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에 맞게 대응을 했으면 됐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해결 방식이 아닌 법의 강력한 잣대를 들이댄 것입니다.

산케이신문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그날의 행적을 밝히면 쉽게 끝이 날 일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사항'이며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 - 정윤회,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 의혹 '검찰 조사받아'

일본과 미국 대통령들의 일정은 모두 공개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공개하지 않는 사실은 '유언비어'를 스스로 양산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일이 무엇 때문인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어렵게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국격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독재시대로 돌아가는 셀프 언론 통제'

외신기자들은 항상 해외 언론이라는 보호 속에서 국내 언론이 하지 못하는 취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박정희정권 때 출판물조항에 '국익에 반하는'이라는 항목이 포함되면서 위축받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보도한 외신기자들 다수가 보안사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외신기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은 우리 현대사에 많은 진실된 기록물로 남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민주화운동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통제와 압력은 더 커다란 일에 대해 침묵할 수 있는 셀프통제를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의 기소 사실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가 사실관계를 담담하게 알렸다고 했습니다.

정작 칼럼을 보도한 조선일보는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고 있으며, 칼럼을 인용한 기자는 기소됐다는 점은 앞으로도 조선일보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본질이 공직자에 대한 공익적인 비판이라면 충분히 수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자신에 대한 비판도 가려가면서 채찍과 당근을 주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우익단체들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을 사이비 기자로 비난하며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을 철수하라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아사히 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자, 아사히 신문을 비난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산케이신문은 대표적인 일본 우익신문입니다. [각주:1]한국의 우익이 산케이신문의 우익적인 논조와 보도를 비난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들은 대통령의 명예훼손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권력자들이 언론을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한다면, 세상의 모든 진실은 근처에도 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알고 싶고, 표현하는 자유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입니다.


  1. 아이엠피터는 과거 산케이신문의 논조와 보도 행태를 찬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언론의 자유까지 통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