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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는 약속을 지킨다?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선출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선출됐습니다. 김성주 회장의 대한적십자사 총재 선출은 57살로 역대 최연소이자 첫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면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는 점입니다.

전형적인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성주 회장의 대한적십자사 총재 선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국무위원과 박근혜 사람이 모여서 총재 선출'

대한적십자사는 흔히 말하는 구호단체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관여하는 준공공기관과도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적십자사의 명예총재가 대통령이며, 운영을 결정하는 중앙위원회에도 국무위원이 8명이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운영위원회에도 안전행정,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적십자사는 말 그대로 정부가 관여하는 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부가 깊숙하게 관여하다 보니 적십자사 총재는 대부분 총리나 장관 출신이나 봉사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이 선출되는 일이 경우가 많았습니다. [각주:1]이번처럼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인물이 적십자사 총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김성주 회장이 성주재단 이사장과 월드비전 이사로 활동했던 경력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중앙위원회의 국무위원 8명과 함께 총재 선출에 참여했던 위원들의 배경을 보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손병두 중앙위원은 KBS이사장과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이고, 이효수 영남대 총장도 '대통령직속 경제자문 위원'으로 활동했었습니다.

홍라희 리움 관장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고,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의장 출신으로 제17대 대통령 당선인 정책자문위원단 자문위원이었습니다.

국무위원 8명는 모두 대통령의 의중에 따르는 사람이고, 적십자사 중앙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면 총재를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으로 임명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중앙위원 28명의 만장일치로 김성주 회장이 대한적십자사 28대 총재로 임명됐습니다.

' 봉사단체? 의전용 차량과 콘도회원권을 보유한 적십자사'

적십자사를 봉사나 구호단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것은 적십자사가 보여주는 행태가 봉사나 구호단체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적십자사는 매년 적십자회비를 모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금 방식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거의 반강제적입니다. 우선 적십자회비 지로용지가 빠짐없이 대한민국 가정에 배달됩니다. 이렇게 집에 적십자회비 지로용지가 올 수 있는 이유는 안전행정부가 20세 이상 70세 미만의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기 때문입니다.[각주:2]

적십자 회비를 모금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적십자사를 단순한 구호 단체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적십자 회비를 모금하는 기간이 되면 공무원이나 통반장들은 반강제적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가뜩이나 준조세처럼 여겨지는 회비납부용 지로 용지가 배달되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반강제적인 적십자회비 납부에 통장들을 동원하는 일은 적십자사가 도대체 구호단체인지 정부조직인지 많은 사람을 헷갈리게 하기도 합니다.



반강제적으로 회비를 모아 불우한 이웃과 구호에 사용했다면 괜찮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감사 때마다 비리에 적발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채용 대가로 금전을 상납받거나 헌혈 관련 사업 납품비리, 헌혈버스 주유비 편취, 헌혈자용 기념품이나 문화상품권 횡령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봉사와 구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의 지부장들이 업무용 차량이라고 고가의 중형차를 구입해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하거나 회비로 수십 개의 콘도회원권을 보유하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일들입니다.

' 낙하산 없다더니, 박피아를 스스로 만드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을 보면 대다수 박근혜의 사람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을 지원했거나 관련 조직에 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유세지원단장이었고, 한국농어촌공사 이상무 사장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농어촌 추진단장이었습니다.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은 당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있었고, 국립공원관리공단 박보환 이사장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유세지원단장으로 활약했습니다.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을 포함하여 공공기관장 반 이상이 박근혜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낙하산 인사','보은 인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2012년 12월 25일,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2013년 1월 인수위 토론회 시간에도 박근혜 당선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낙하산 인사에 비판적이며 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국무회의에서는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 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김성주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박 후보는 약속을 많이 하진 않지만 일단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며 '박근혜 대선 후보가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분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기간 말했던 공약 중에 도대체 지켜진 것이 얼마나 될까요?

[정치] - 조건부 청와대 입학하고도 낙제한 '최악의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했던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도왔던 사람들에 대한 직, 간접 보은 인사만큼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를 도와준다면 너희에게 무엇인가 해줄 것이다.' 라는 그 약속을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위해 뛴 사람에게 약속대로 권력을 주는 일도 보기 이상하지만, 그 자리가 봉사와 희생을 위한 적십자사까지 동원되는 모습을 보면 국제적십자사운동의 '공평', '중립'.'자발적 봉사'라는 단어가 무색해집니다.
  1. 대한적십자사 총재 참여정부: 이윤구 월드비전한국 회장, 한완상 부총리,MB정권: 이세웅 대한적십자 부총재, 유종하 외무부 장관 [본문으로]
  2. 안행부는 2015년부터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