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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전무죄' 없다더니 순방 중 불거진 '기업인 특별사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업인을 선처하는 특별사면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9월 24일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잘못한 기업인도 부당한 이익을 사회에 충분히 환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드릴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업인 선처'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이 그런 지적을 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발언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기업인 특별사면에 대한 포석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그러나 기업인 특별사면은 박근혜 대통령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태도입니다.

' 유전무죄 반대, 재벌 무관용 원칙을 주장했던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은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대통령의 사면권을 비판하며 개선을 주장해왔던 인물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대선이 시작되어도 바뀌지 않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고,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은 끊어져야 한다'면서 '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더욱 엄격히 제한하겠다'며 강력한 '재벌 무관용 원칙'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 주장은 당선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MB가 임기 말에 설 특별사면을 하려고 하자,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은 '과거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긴급 브리핑을 했습니다.

윤 대변인은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고 밝히면서, 박근혜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하고 발표한 내용이라며, 이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생각임을 내비쳤습니다.[각주:1]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해서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반대해왔으며, 취임 이후에도 그런 논조를 유지하며 재벌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초단기 특별사면으로 온갖 특혜를 받았던 재벌 범죄자들'

재벌들의 특별사면은 항상 국민적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재벌들이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실형 선고가 약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경제사범들은 그나마 받은 형량도 판결문에 잉크가 마르기 전에 특별사면을 받은 사례도 많았습니다.

김운규 전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이내흔 현대건설 대표이사, 김재수 전 현대건설 부사장은 형사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불과 1개월 27일 만인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정몽규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동진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2개월 13일 만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개월 18일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짧은 기간에 대기업 경제사범들이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매번 나오는 '경제 논리'입니다. 

 

모든 정권 때마다 '특별사면'을 하면서 정부는 '경제가 위기 상황이며,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는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사범이라도 데려다가 써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과도한 법의 해석과 경제 논리에만 집중된 명분에 불과합니다.

돈만 벌어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이런 논리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를 국민에게 심어줄 뿐입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 어떻게 풀어야 하나?'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가진 고유의 권한이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도 수차례 특별사면을 했고, 이에 대해 '특별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절제 의지가 강하더라도 정치적 관행과 논리에 근거가 사회적 압력을 쉽게 거역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각주:2]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범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남용되기 때문입니다. 횡령금액이 100억이 넘으나 20억 미만이나 똑같이 특별사면을 받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에는 특별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에는 횡령금액에 따라 무기 또는 5년이나 3년 이상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법의 집행이나 특별사면 사례를 보면 그런 원칙이 전혀 없습니다. 과연 대한민국 법전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2.6%가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제시했던 '일정금액 이상의 횡령과 배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집행유예 방지를 위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외국처럼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공직자 출신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사면을 제한하고, 실형 선고 등의 형 확정을 받은 날로부터 최소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둬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고 주어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발하면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남발하거나 법의 원칙에 어긋나서는 결코 안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이 있게 특별사면 제한을 주장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중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입을 빌리고, 언론의 힘을 얻어 '기업인 특별사면'을 추진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경제민주화'를 외쳤던 그녀의 생뚱맞음이 실현될 수 없음은 알고 있지만, 최소한 자신이 그토록 외쳤던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만큼은 원칙대로 지키는 대통령이 됐으면 합니다.

  1. 2013년 1월 26일 MBN 보도 기사 인용 [본문으로]
  2.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사면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그의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정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