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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 연설까지 조작했던 '아시안게임' 결국 실패?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폐막했습니다. 한국 선수단은 종합 성적 2위로 나름 선전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시안 게임이 폐막하는 시기에 쏟아진 언론의 보도는 '성공적인 아시안게임','퍼펙트 대회' 등의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아시안 게임이 성공적이었다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보도하는 언론과 다르게 '체육단체연대'[각주:1]는 오히려 아시안게임에 대하여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모습,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안상수 시장, 아시안게임 유치 위해 노무현 연설까지 조작'

'아시아경제'는 지난 2012년 1월 22일 '노무현 대통령 연설이 조작됐다니 이럴수가!'라는 제목의 충격적인 기사를 보도합니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동영상을 조작, 도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안상수의 혼이 담긴 인천이야기'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 위한 대통령의 지지 연설을[각주:2] 청와대에 요구했지만, 내려오지 않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원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에서 '평창'이라는 말을 삭제해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적극적이었던 반면에 인천아시안게임은 부정적이었는데, 안상수 전 시장은 어떻게든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 위해 대통령의 연설을 조작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김명곤 문화체육부 장관이 비행기 안에서 경질됐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보여준 셈입니다.

안상수 전 시장의 이런 조작은 참여정부의 정책과[각주:3] 다르게 본인 스스로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됐고, 결국 현직 시장이 대통령의 연설을 조작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인 것입니다.
 

' 빚잔치로 끝난 아시안게임, 운영도 엉망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돈이었습니다. 중앙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지원하는 입장이었기에 아시안게임까지 지원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돈이 없었다면 예산을 줄이는 경기를 해야 했지만, 오히려 인천시는 2천5백억이 소요되는 문학경기장 리모델링이 아닌 4천 9백억짜리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건설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처음에는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건설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민들의[각주:4] 반대로 결국 4천 9백 억의 신축비용을 들여 주경기장을 새로 만든 것입니다.

엄청난 돈을 들였지만, 100만 원짜리 빗물 제거용 롤러도 없어 육상경기장에서는 심판과 경기 운영 요원들이 수건으로 빗물을 제거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 소식보다 경기 운영에 대한 잡음이 더 많이 나왔던 대회였습니다.

대회 중 성화가 꺼지거나 정전으로 대회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경기장과 선수촌 숙소의 시설 부족으로 각국에서 온 선수단과 기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역대 국제대회 중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와 통역요원들의 이탈이 벌어졌고, 인천시와 조직위 간의 불협화음과 소통 부재 등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자국민에게조차 외면받았던 아시안게임을 '퍼펙트 대회'라고 부른다는 것은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아시안게임의 최대 히어로는 오히려 북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는 예상하지 못한 북한 서열 2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등 북한 최고위급 3인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폐막식 참석을 위해 10월 4일 오전 인천을 방문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남북회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자, 모든 언론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보다 이들의 만남을 1면이나 메인 뉴스로 다뤘고, 남북고위급 회담이 앞으로의 남북 대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내놓았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대회를 매개체로 경직된 남북관계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아이엠피터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한 고위급 인사가 오기 전의 모습과 후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는 부분입니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 국방부는 국방일보에서 북한 응원단을 '남북화해협력의 사절이 아닌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의 선봉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고양종합운동장에 북한 인공기를 게양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시장이 종북이라며 SNS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통해 한국은 아시안게임이라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북한 고위급 인사가 오자 한순간에 싹 바뀌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북한 최룡해 당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나 '우리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20명이 (결승에 진출한) 북한측 여자축구팀을 응원했다'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러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그래서 우리(북한팀)가 이겼나 보다'고 답했습니다.[각주:5]

처음에는 북한을 자극하다가 지금은 북한을 응원했다면서 자랑하며 갑자기 남북 대화가 급진전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과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국제대회와 남북문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국제대회를 남북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구와 계기로 삼았던 시기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시도는 경직된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이바지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을 약속하며 "무엇보다 남북문제와 연계해 통합의 상징으로서 대회를 승화시킬 수 있도록 컨셉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그러나 보수와 언론들은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문제를 연계했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대 히어로는 북한입니다. 그다지 관심이 없던 아시안게임이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한으로 갑자기 중요한 분기점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시안게임이 처음부터 남북 통합을 위한 자리로 컨셉을 잡았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상수 인천시장은 돈도 없이 무리하게 자신의 치적을 위해 아시안게임을 대통령의 연설까지 조작하며 유치했고, 결국 북한 때문에 막판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0월 4일 인천을 방문한 북한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을 10.4 남북고위급 회담이라고 부르는 언론도 있지만, 기존에 이미 10.4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바도 있습니다. 똑같은 10.4남북고위급 만남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남북문제의 해결이 될 수도 또다시 경직된 남북 관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남북대화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비난하다가 북한이 오니 갑자기 바뀌는 이런 모습은 그다지 좋은 정책이나 방향이 아닙니다.

18조 원의 경제효과를 자랑했던 아시안게임이 폐막됐습니다. 진짜 18조 원의 '경제효과'가 나왔는지는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경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정치인의 자세와 가치관에 달려있습니다. 자신의 치적 쌓기가 아닌 진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다면 굳이 경제적인 효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 스포츠문화연구소·체육시민연대·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본문으로]
  2. 대부분의 국제대회 유치 PT에서는 유치 국가 대통령의 지지연설이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본문으로]
  3. 참여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동시에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봤다. [본문으로]
  4. 일부 지역 주민들과 안상수 전 시장을 지지했던 조직들 [본문으로]
  5. 인용:2014년 10월 6일 세계일보 4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