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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병언법'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이상한 나라



8월 31일 일요일, 정부는 긴급 관계 차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일명 '유병언법'이라 불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사고수습 비용 대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라며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으로 세월호 사고 수습을 해야 한다고 겁을 줍니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모든 언론은 일제히 "유병언법 처리 지연 시 6천억 원 국민 세금 부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수사권,기소권을 둘러싼 세월호특별법으로 여,야가 진통을 겪고 있는데, 빨리 '유병언법'이나 처리하라는 뜻입니다.

정부의 말처럼 유병언법이 모든 중심에 있으며, 그 법만 해결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수 있을까요?

' 유병언이 죽었는데도 유병언법만 밀고 나가다니'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유병언법'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2014년 5월 28일 발의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상속,증여에 의해 범죄수익이 자식 등에게 귀속되어 있더라도 그 재산이 범죄에 의한 재산임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몰수, 추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유병언의 배우자와 자녀 등에 숨겨진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입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유병언법'의 가장 큰 문제는 몰수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유병언이 사망한 상태로 6월 12일 발견됐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328조 공소기각의 결정을 보면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는 공소기각의 결정을 합니다.

즉. 유병언이 사망했음으로 몰수의 재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병언법'만 밀고 나간다고 모든 일이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유병언법'을 통해 재산을 몰수하려면 이와 같은 법률을 먼저 다시 개정하고 밀고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무조건 유병언 사망 이전에 발의된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다른 의도로 '유병언법'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가족, 보상 지원만 부풀리는 정부와 언론'

유병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이 나간다고 난리를 치는 정부와 언론은 6천억 비용 중에서 유독 가족,보상 지원 항목만 강조합니다.


MBC뉴스테스크는 세월호 수습 비용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사고수색,구조 항목은 공란으로 놔두고, '가족보상,지원'이라는 항목에 대해 4천580억 원이라는 금액을 표기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대다수의 시청자는 SNS에서 유언비어로 떠 다니는 세월호 유가족 특혜 등을 떠올리며 '저런 엄청난 지원을 왜 국가의 세금으로 해주나?'라는 의문과 반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부가 유병언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세금으로 지원된다는 가족보상금은 정부의 세금이 아니라 보험회사에서 지급되는 돈입니다.

세월호는 한국해운조합의 4개 공제상품(선주배상,선박,선원 여객공제)에 가입되어 있어 사망자 1인당 3억 5천만원까지 배상이 됩니다. 또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동부화재 여행자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1인당 상해사망 1억 원까지 보상받습니다.

국내 보험회사들은 대형 보험의 경우 해외 재보험사에 재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금은 국내 보험사와 해외 보험사가 함께 지급합니다.[각주:1]

가족보상과 지원으로 4천580억이 소요되고, 이 모든 것이 세금으로만 나간다는 내용은 너무 과대하게 포장되고 있으며, 왜곡과 악용될 소지의 우려가 있습니다.


세월호 선박,인양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는 1천420억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금액이 과연 타당한지도 의문입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침몰 20일 뒤 5월 5일 영국 해양구난 컨설팅업체 'TMC해양'과 인양 자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는 구조작업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에 여전히 남아 있을 때였습니다. 해수부는 TMC해양에 1인당 자문료로 하루에만 280만 원씩 (2명)총 자문료로 10억 원가량을 지급했습니다. [각주:2]

정부는 정확히 선박인양을 어떤 업체와 어떤 방식으로 계약했고,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정확히 알려야할 것입니다. [각주:3]

'유병언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일 '유병언법'이나 '수사.기소권있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왜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병언법을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가 실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각주:4] 이후에 논의됐던 다양한 몰수,추징 법안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최근 5년간 추징금이 얼마나 집행됐는지 조사해봤더니 25조 이상의 추징금(2013년 8월까지)이 집행되지 않았고, 집행률은 겨우 1% 미만이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자 등을 포함하여 추징금은 99% 환수되지 않은 것입니다. 

'유병언법'이 통과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정부와 언론,새누리당은 떠들지만, 과거에도 1% 미만만 추징금을 거둬들인 정부가 과연 유병언 일가 재산을 제대로 몰수할 수 있을까요?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일이 '자력구제'를 금지하고 있는 형사법을 위반하고,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사인소추제도'를 통해 시민이 사인소추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각주:5] 개인이 사인소추를 하는 일이 드물지만, 법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법에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논리대로라면 영국은 미개한 나라이겠죠?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일은 자력구제가 아닙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검증되고 믿을 수 있는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제대로 수사를 해달라는 일입니다.

미진한 법과 시스템을 보완해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하는 요구는 결코 무리하거나 헌법에 위배된 것이 아닙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유병언법'에 대해 '범인에 대한 추징의 재판을 제3자를 상대로 집행하는 것은 몰수와 추징의 일반 법리와 모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검사 출신 의원들이 대거 나서서 '수사권.기소권 부여 세월호특별법'이 형사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건지, 검찰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들은 검사 출신이면서도 오히려 실제 법리에도 맞지 않는 '유병언법'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세금을 운운하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법을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법을 잘 모르는 국민을 상대로 법을 왜곡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주장만이 법리에 맞는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일이 법적으로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학자들의 주장과 정반대 주장을 펼치는 새누리당과 정부를 보면 진실을 끝까지 은폐하겠다는 속내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세월호특별법이 두려운 자들이 권력을 지배하고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세월호특별법을 위해 거리로 나서야 합니다.
  1. 국내 보험사의 최대 손실분은 약 30억~40억 수준 [본문으로]
  2. 6월까지 2억 원의 자문비가 지급된 것은 확인됨, [본문으로]
  3. 해양구난은 정가가 없기 때문에 외국 업체와의 계약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적정한 가격에 계약을 했는지 주목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본문으로]
  4. 전두환 추징금때 적용됐던 법률 [본문으로]
  5. 1995년 십대 흑인 스티븐 로렌스가 살해당하자, 가족이 국가의 미온적인 부작위에 좌절, 살인혐의자에 대해 소추를 제기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