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30일 조간신문들을 일제히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1면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6월 29일 오후 5시 50분쯤 벌어진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다음날 조간신문에 보도한 것입니다.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사고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인명 피해 사고 중의 하나였습니다. 사망자만 502명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진 삼풍백화점 사고는 해외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사고 중의 하나입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19년이 흐른 2014년 6월 29일 현대백화점에서도 천장 석고보드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14년 6월 29일 오후 2시 1분쯤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에서 천장 석고보드 등 마감재 일부가 떨어져 안경점 직원 김모씨와 쇼핑객 조모씨와 딸 이모양 등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사고가 났지만,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가림막을 설치한 후 계속 영업을 했습니다.
'현대백화점 VS 삼풍백화점 붕괴, 무엇이 같고 달랐나'
6월 29일이라는 같은 날짜에 벌어진 사고라 많은 사람들이 혹시 삼풍백화점의 데자뷰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삼풍백화점과 비슷하면서 달랐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삼풍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사고날짜와 시각이 똑같다고 하는 말도 나왔는데, 사고 시각은 다릅니다. 삼풍백화점은 오후 5시 50분이었고, 현대백화점은 오후 2시 1분이었습니다.
→ 삼풍백화점이 사고가 난 시각이 저녁 쇼핑객으로 손님이 많이 있던 시간이었고, 현대백화점도 주말 오후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었던 점은 비슷합니다.
삼풍백화점의 건물 붕괴에 비하면 현대백화점의 천장 석고보드가 떨어지는 사고는 엄청난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은 건물 자체가 무너진 것이고, 현대백화점은 단순히 천장 마감재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현대백화점의 사고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문제는 천장 콘크리트에 달려 있던 마감재가 볼트 등의 문제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겨서인지를 정밀 진단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정확한 정밀 진단 없이 빠른 시간 내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삼풍백화점처럼 그대로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삼풍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사고의 가장 비슷한 점은 사고가 났지만, 이 사고에 대한 대피방송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삼풍백화점은 이미 붕괴 조짐이 보였지만, 종업원과 고객을 대피시키지 않았고, 위험 징후가 드러난 5층만 폐쇄, 간부들만 빠져나왔습니다.
→ 현대백화점은 사고가 났지만, 고객을 전원 대피시키지도 않았고, 사고 관련 안내 방송도 20여 분이 지난 뒤에 한 차례 내보낸 것이 전부였습니다. 특히 주말 오후 백화점 고객이 가장 많이 있던 시간에 정확한 안내 방송이나 대피 방송이 없었다는 사실은 고객을 혼란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6월 20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열린 화재대피 훈련에서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주문했지만, 현대백화점 천호점 사고 당시 고객 대피는 없었다.>
' 증축 후에 벌어진 사고들'
아이엠피터는 삼풍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사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을 '증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의 가장 큰 사고 원인이 바로 아파트 상가 4층 건물을 백화점 용도로 변경하면서 5층으로 증축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건물(지하7층ㆍ지상14층, 연면적 7만4000㎡)에 지하5ㆍ지상7층, 연면적 2만5000㎡ 규모로 수평증축을 추진, 5월 30일 착공 승인을 받았습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공사 중이라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 강동구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때까지 증축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대형 건물의 경우 증축은 늘 위험 요소를 간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건물을 지을 때는 현재 건물의 상황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증축하면서 건물의 균열이나 안전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천장 마감재 몇 장 떨어졌다고 무슨 건물 붕괴까지 생각하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년 전 그 누가 멀쩡히 서 있던 건물이 무너지리라 예상했습니까?
수백 명이 탄 대형 여객선이 바다에 침몰해 수백 명의 목숨이 차가운 바다에 빠질 줄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산업재해나 재난 사고 등에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에도 금이 가고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며 건물이 기우는 등의 징후가 있었습니다.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도 이미 사전에 안전대책이나 부실한 점이 계속 발생했었습니다.
단순히 천장 마감재 몇 장 떨어졌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새정치민주연합) 현대백화점에 승인했던 증축 승인을 중지시키고, 철저한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1995년 6월 30일 아침 '언제까지 당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화재 사고로 유치원생 등 23명이 사망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이지는 세상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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