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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박근혜 VS 박원순, 재난을 대하는 차이점


세월호 사고가 아직 수습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아찔한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5월 2일 오후 상왕십리역에서 성수역 방면으로 가던 지하철 2호선 전동차 2대가 추돌했습니다.

이날 사고는 앞서가던 전동차가 상왕십리역에서 차량 이상으로 잠시 정차하고 있었는데 뒤따르던 전동차가 '자동 안전거리 유지 장치'의 고장으로 앞 전동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아 발생했습니다.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 사고로 238여명의 승객이 부상을 당했고, 한양대병원과 건대병원, 고려대병원 등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사고가 나자 많은 시민들은 세월호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을 했습니다. 이 사고로 서울 지하철 일부 구간 운행이 정지됐으며, 일대 교통체증이 극심해지기도 했습니다.

' 조선일보와 보수세력의 박원순 시장을 향한 끝없는 비난'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사고가 나자 조선일보는 5월 3일 신문에서 박원순 시장을 향해 비판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5월 3일 '사고 2시간 지나서야 나타난 박원수 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원순 시장이 사고 현장에 2시간이나 늦은 오후 5시 40분이었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늦은 이유가 교통혼잡 때문이라는 서울시 설명에 조선일보는 2013년 7월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수도관 공사현장에 박원순 시장이 늦어서 구설에 올랐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서울시가 늦게 대처를 한 이유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와 최대한 분리시키려는 해석이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이 해석은 당연히 조선일보 기자의 해석이겠지만...)


조선일보는 2013년 7월 온라인판에서도 이와 흡사한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정미홍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트위터에서 <폭우에 상수도 공사 강행하면서 안전점검 안 해 여러 명의 무고한 분들이 희생됐는데, 만찬을 취소하고 달려가야지, 만찬 일정 다 끝내고 5시 사건 보고받고도 10시 40분에 나타난 박원순 시장. 밥이 잘 넘어가던가요? 무엇을 더 중요시하는지 말 안 해도 알겠군요>라며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시 비서실은 “문 부시장은 시장실에서 상황보고를 하고 시청에서 출발했지만 길이 막혀 9시 반에야 현장에 도착했다”며 “박 시장은 예정된 만찬을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면서 자세한 현장상황 결과보고와 실무대책 논의를 마친 후 8시25분경 현장으로 출발해 10시25분에 도착했다” 고 밝혔습니다.


변희재씨는 트위터에서 <박원순은 또 쾌감에 부르르 떨지 말고 즉각 현장에 가서 서울시민 구조하십시오>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하철 사고에 박원순 시장이 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변희재씨만의 생각이겠지만, 자칭 논객이라는 사람이 170여명이 부상당한 사고에 '쾌감"을 운운한다는 자체가 너무 어이없습니다.

' 박원순 시장의 현장 도착, 과연 문제였을까?'

조선일보가 박원순 시장의 현장 도착이 늦었다고 비난하는데, 사실 이것은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고 현장에 시장이 가봤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세월호 사고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인이나 높은 사람들은 구급대원이나 사고 수습 관련자들이 어느 정도 현장을 정리하고 부상자를 구조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사고 수습을 더 빠르게 합니다.




서울특별시 시장실 홈페이지를 보면 사고가 난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현장의 브리핑을 생중계로 보여줬습니다.

대부분의 현장 생중계가 언론에 국한되어 있는 점과 비교한다면 정확히 시민에게 사고 내용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홈페이지를 보면 지하철 운행에 따른 교통체증과 대체 교통편을 위한 버스 증차 현황을 상세히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페이스북에 사고소식을 접하고 부상자의 신속한 병원이송과 빠른 정상운행을 위한 복구조치, 대체 운송수단을 마련하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장이 해야 할 부분을 하고 현장에 갔다는 그의 말처럼, 무조건 사고가 났다고 서울시장이 현장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구급대원이나 복구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들을 했으니, 박원순 시장의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5월 2일 사고가 난 후에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 이 시기에 지하철 안전사고가 발행하여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라며 부상자와 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라며 서울시장으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알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국토교통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박원순 시장의 책임론을 일단 접어두고, 우리가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지하철 운행을 직접 감독하는 국토교통부가 무엇을 했느냐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는 4월 4일 '전동차 사고 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긴급 안전대책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국토부 주관으로 철도공사,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안전대책회의에서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빈번한 고장이 발행하는 노후차량에 대해서는 '신차 대체'를 하겠다고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진짜 회의대로 했다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왕십리 추돌사고의 원인이 "ATS(자동안전거리유지장치)"의 고장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특별점검을 했다면 분명 ATS 장치 이상을 발견했을 것이고, 25년째 운행 중인 노후차량이었기에 신차로 대체했어야 마땅합니다.


국토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라서 그런지 나름 빠른 대처를 했습니다. 중앙사고 수습 본부를 사고 발생 30분 이내에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초 시민이 119 방재센터에 신고한 시각이 3시 30분이었는데, 국토부의 사고 접수는 3시 44분이었습니다.

14분의 차이가 별거 아닌 듯하지만, 수많은 시민이 암흑 속에 있었던 점을 본다면 119 방재센터 신고 접수와 함께 사고수습 본부 기관인 국토부가 더 빨리 사고 접수를 했어야 마땅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박원순 시장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 공방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결론을 말하면 두 사람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대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고가 났을 때 수습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는 부분인데, 지하철 사고의 경우는 국토부가 사고 수습 기관으로 전면에 나서 컨트롤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는 안행부,해수부,총리 등이 우왕좌왕했습니다.

사과의 경우 박원순 시장은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그날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책임자 처벌'만 운운하다가 14일이 지나서야 국무회의 시간에 '간접 사과'를 했습니다.


서울시와 박근혜 정부, 안전과 재난에 대비한 수장으로서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안으로 들어간다면 두 사람의 차이가 있음이 드러납니다.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던 국토교통부 장관의 상관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그녀 또한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앞으로 박원순 시장도 비난받기 싫으면 사고수습 회의하지 말고, 무조건 빨리 현장에 가서 국토교통부 장관 제쳐버리고 사고수습 대책 본부장으로 일하면 됩니다.

진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느냐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박원순 시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아 하는 말이었습니다. (혹시 박원순 시장 퇴진 운동하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찬성합니다.  두 사람 모두 동반 사퇴하고 선거 다시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