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북한 댓글요원 200명 VS 1억짜리 국정원 댓글알바



8월 13일 화요일, 조선과 동아일보는 '북한 댓글요원 200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남침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자유민주연구학회의 세미나 관련 기사인데, 북한이 3만명의 사이버 전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에 댓글요원만 200명이라는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자유민주연구학회의 이런 주장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해커 집단을 오래전부터 운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댓글요원 200명은 그저 국정원 댓글요원의 활동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억지 주장에 불과합니다.

여야가 합의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국정원 국정조사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의 실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진짜 전문가들 맞나? 종북 척결을 위한 자유민주연구학회'

이번에 북한 댓글요원 200명설을 주장한 자유민주연구학회의 실체를 보면 북한 전문가들보다는, 흔히 말하는 보수세력의 색깔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단체에 가깝습니다.


자유민주연구학회는 '북한 및 국내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 설립됐다고 합니다. 자유민주연구학회가 그동안 벌인 세미나에서 꼭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는데 '종북','좌파'라는 말입니다.

이들이 북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세미나를 여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들은 공무원 임용시험의 한국사 출제 문제가 좌파세력에 유리하고 더 나아가 종북세력이 공무원으로 침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니 문제입니다.

2010년 지방 9급 임용시험 한국사 시험 문제

일제강점기 농민운동에 대한 서술로 옳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
ㄱ.초기 소작쟁의 요구 사항은 주로 소작권 이동 반대, 소작료 인하 등이었다.
ㄴ.일본인 농장·지주회사를 상대로 한 소작쟁의는 규모도 크고 격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ㄷ.1920년대 농민들은 자위책으로 소작인조합 등의 농민단체를 결성하였다.
ㄹ.소작인조합은 1940년대 이후 자작농까지 포괄하는 농민조합으로 바뀌었다.

자유민주연구학회는 2010년 지방 9급 시험에 나온 문제 중 농민운동 문항을 '일제하 농민운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어야 정답을 알 수 있고, 운동권 및 친운동권 응시자들에게 유리한 문제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중요한 농민운동은 물론이고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를 물어보는 질문 그 자체가 운동권에게 유리하며, 대한민국 건국주도세력 이승만의 독립운동 문제가 없다는 점이 종북 좌파를 등용하기 위한 좌파세력의 교묘한 공작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연구학회는 전교조 등 종북,좌파 세력이 엄청난 세력을 동원해 공무원 시험 출제요원으로 활동하여 북한 간첩에 유리한 문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종북,색깔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전교조를 종북이며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행위 자체가 허위사실에 통한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했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이지만, 그들은 그것은 외면하고 오로지 확인이나 검증도 없이 무조건적인 '색깔론'과 안보론을 통해 멀쩡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고 있는 것입니다.

' 북한에 댓글요원이 있다면 국정원에는 1억짜리 댓글 알바가 있다?'

8월 11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경찰의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기록을 보면 , 국정원 대선 개입 활동에 동원된 민간인 이모씨의 계좌에 국정원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 9200여만원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모씨는 2011년 11월 24일부터 2013년 1월 28일까지 자신의 통장에 현금입출기를 통해 총 4,925만원을 현금으로 입금했습니다. 고시원에 사는 40대 남자가 어떤 일도 하지 않으면서 29번이나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420만원을 입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또한 지난해 5월 21일~6월4일에는 정모씨의 계좌에서 이씨의 우리은행 계좌로 4,309만원이 계좌이체됐는데, 이런 거금의 돈이 무슨 이유로 이모씨에게 입금됐는지 검찰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 전 8개월동안 집중적으로 입금된 이런 돈들은 국정원이 이모씨에게 준 '정보원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정원 김모씨와 연관된 이모씨의 트위터 계정을 보면 이들이 어떤 글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국정원 김모씨는 대선 두달 전에 전교조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이모씨는 트위터를 통해 이글을 전파했습니다. 앞서 말한 자유민주연구학회가 전교조를 종북,좌파로 몰고 있는 것과 동일합니다.

국정원은 처음에 국정원 요원이 쓴 글이 종북세력의 추종실태에 대응하기 위한 글이었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는 개인적으로 쓴 글이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것이 '종북,좌파'를 척결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전교조'가 진짜 종북세력이었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전교조를 종북이라 말하는 것은 허위사실'이라는 판결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결국, 국정원은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세력을 엄청난 금액의 돈을 투입하여 '간첩'이나 '종북'으로 규정하려고 했으며, 이는 대북심리전이 아니라 '색깔론'을 통한 국내 정치 개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원세훈과 김용판의 황당한 증인 불출석 사유'

내일(14일)로 예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청문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은 '몸이 좋지 않아' 청문회에 나가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용판 전 청장은 '공판준비기일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체력하나는 자신 있다면서 국정원 요원들을 닦달했던 국정원장이 갑자기 몸이 아파진 이유는 무엇이며, 보통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는 공판준비기일에 김용판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8월 12일 오후 2시 50분에 '김 전 청장이 당초 출석요구일인 14일은 재판 날짜와 겹쳐 21일에 나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국회 행정실로 불출석 사유서를 보낸 것은 4시 28분입니다.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할 국회의원이 벌써 증인과 사전 교감이 있음을 밝혀주는 증거입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국정원 대선 개입이 자꾸 이런 식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범죄행각이 밝혀질 경우, 박근혜 대통령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은 북한 댓글요원 200명을 파악한 후 수사해서 그 규모와 실체를 명확히 밝힌 적이 없습니다. 자유민주연구학회도 북한 사이버 전사 3만명 (3천명? 언론마다 차이가 있음) 중에 북한 댓글 요원 200명이 있다고만 했지, 그들이 어느 사이트에서 어떤 아이디로 어떤 댓글을 썼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북한 댓글요원이 200명이나 대한민국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그들의 아이디를 추적해서 당연히 계정을 삭제하고, 국민들에게 이런 닉네임이 쓴 글은 북한이 쓴 글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알렸어야 합니다.

국정원은 북한의 댓글요원이 있어 그들을 대응하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투입하고 심리전단과 민간인 알바를 동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적의 실체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허공에 대고 총을 쏘면서 적이 있다고 난리를 치는 일과 똑같습니다. 

[정치] - '프락치'를 동원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권력자를 비판하면 종북,좌파,간첩으로 모는 행위는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해온 정치공작이며, 이는 대한민국 법으로 금지된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을 무너뜨리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것이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것인지 국민은 반드시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색깔론'이 아직도 통하는 이유는 선거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었고, 2012년에도 통했기 때문입니다. 범죄를 방치하고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