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장외투쟁이 8월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 대회'를 기회로 한층 뜨거워졌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역조직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오후 6시부터 보고대회를 했고, 이 보고대회가 끝나자마자 오후 7시에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자연스럽게 시민들과 촛불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청계광장에는 휴가철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나와 촛불을 들고 '국정원 개혁'을 외쳤고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결국, 민주당 장외투쟁의 목적이었던 국정조사 기간 연장과 국정원 개혁, 공정한 국정조사 촉구가 시민들과 함께 한 목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무시당한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의'
이날은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국정원 사건 촛불집회가 잘 어울려지는 것 같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답답한 구석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김한길 대표는 8월 3일 국민보고 대회에서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의하고 나섰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당대표는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및 국정원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 인사말에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합니다. 사전 조율도 의전도 필요 없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습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 엄중한 정국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김한길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가 나쁜 제안 (무조건 강경 투쟁은 아니라는 이미지, 부정선거에 대한 대결구도, 그러나 그 결과는 미지수)은 아니지만, 장외투쟁을 하러 나가자마자 첫 번째 열린 집회에서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은 그리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8월 3일 김한길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청와대 반응은 무반응이었고, 오히려 언론은 촛불집회보다 영수회담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를 해버렸습니다.
이런 영수회담 제의는 최소한 민주당과 촛불집회가 처음으로 함께 이루어진 8월 3일이 지나고도 청와대의 반응이 없는 8월 7일쯤 제안했어야 합니다. 8월 7,8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이 없다면 민주당은 오히려 그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이 없는 것은 그녀가 불법 사건에 대한 개혁의지가 없다는 사실과 연루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민주당은 이같은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8월 10일 대규모 강경투쟁을 했어야 합니다.
여야는 4일 오후 국정원 기관보고를 5일 실시하는 것으로 '3+3 회동'(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국조특위 간사)에서 결정했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지만, 증인채택 시한을 고작 24시간 연장하는 것만 합의했지, 증인 채택 불합의와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는 동일합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까지 하면서 결국 얻은 것이 증인채택 시한 연장이고 영수회담 제의라면, 국민은 민주당이 과연 야성이 있는 야당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야성이라는 말은 정해진 정당 정치 구조를 벗어나 원칙과 상식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미입니다. 거창하게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여전히 정당 정치 구조의 틈바구니에 있는 모습은 결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말의 프레임에 자꾸 밀리는 민주당'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자꾸 '대선 불복'이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대선에 패배한 자들의 억지 주장과 난장판으로 격하시키는 아주 교묘한 전략입니다.
이런 새누리당의 전략에 김한길 대표가 자꾸 말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대선 불복'이라는 말 자체를 아예 거론하지 말아야 하는데, 김 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도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김한길 대표가 '대선 불복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대선 불복'이라는 단어가 시청자와 국민의 뇌리에 박힙니다. 이것을 바꾸어 만약 '부정선거이다'라는 말을 하면 18대 대선이 부정선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쉬운 예로 NLL 논란에서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면 이미 '포기'라는 말이 자꾸 반복되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NLL 지켰습니다'라고 말하면 '아 정말 NLL을 지켰지'라는 느낌이 듭니다.
'대선 개입 사건'이라는 말보다 '불법 대선개입'을 강조하면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생겨지게 됩니다.
언론이 새누리당의 입으로 전락한 시점에서는 이처럼 말을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예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도 이왕할 바에는 어떤 단어가 효과적인 전략인지 반드시 생각하고 말해야 하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단어 선택을 지침처럼 내려줘야 합니다.
'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요새 새누리당은 지독히도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고, 그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민주당 공격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민주당의 지원군인 박원순 시장을 잘라 버림으로 민주당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이런 전략은 8월 2일 잘 드러났습니다. 8월 2일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한창이던 서울시청 광장에 갑자기 새누리당 의원들이 등장합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서울시에 발생한 잇단 사고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냥 항의 서한만 전하고 오면 될 것인데, 이들은 굳이 현장에 나간 박원순 시장을 부르는 등의 괜한 트집을 부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청 청원경찰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의 폭행이 있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신들은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는 뻔뻔함을 보였습니다.
▲청원 경찰의 피해 정도 등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은, 마치 다리에서 밀어 놓고 나는 죽이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분명 멱살을 잡고 출입구쪽으로 밀어서 손이 다쳤는데 자신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말하면 도대체 청원경찰은 스스로 출입구에 손을 넣은 것입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그저 부대변인의 논평 하나로 그쳤습니다. 더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누리당의 행위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폭행을 했다면 아마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한 몇일동안은 하이에나처럼 민주당을 잡아 먹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누굽니까?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박원순 시장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인물입니다. 서울시장 간담회가 끝나고 여학생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박원순 시장이 응하자, 그를 마치 성희롱범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런 그의 기준에 보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과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아예 극악무도한 중범죄자입니다.(물론 이미 그렇지만). 성누리당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의 성범죄에는 관대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성희롱 문제는 마치 패륜아처럼 공격합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저격수를 만들어 새누리당의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과 말에 대해 증거 자료를 들이대면서 공격해야 합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데 민주당은 아예 기본적인 방어도 공격적인 방어도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 민주당 의원은 당장 KBS,MBC 보도국으로 뛰어가라'
민주당은 국민보고 대회 마지막에 앵커출신의 신경민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등장시켜 뉴스 앵커의 마지막 멘트를 패러디한 발언을 했습니다. 재밌었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패러디는 시민단체에서 해야 할 퍼포먼스이지, 민주당 차원의 수준은 아닙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철저히 언론의 버림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 기간에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는 것처럼 왜곡된 언론의 유세 현장 화면과 사진으로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이런 언론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고, 오로지 종편에 출연하지 않아 실패했다는 식의 언론 분석은 지금까지도 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조차 없는 무능함을 보여주는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KBS 기자의 촬영을 시민들이 거부했기 때문에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 큰 화면은 주위 빌딩에서 충분히 촬영 가능했다.
똑같은 촛불집회 화면입니다. KBS 9시 뉴스를 보면 그다지 많은 시민이 참석한 집회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국정원 개혁'과 '부정 선거 진상규명'을 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과 방송에 나온 화면과 사진은 왜곡되기 일쑤이고, 그런 사실을 아는 국민은 별로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민주당이 가진 조직력과 인맥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KBS와 MBC에 가서 1인 시위를 하고, 보도국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면 아마 100% 왜곡이 70% 왜곡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8월 2일 대학생과 시민 250여명은 여의도 KBS방송국 앞에서 '국정원 규탄 촛불 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이들이 서울광장이 아닌 KBS에 모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학생과 시민은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는 공영방송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던 것입니다. 이들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언론이 개혁되지 않으면 이 싸움이 힘들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많은 촛불집회 보도가 나올 수 있도록 언론 출신 의원들이 방송국 앞에서 진을 치고 나서야 합니다. 왜 그들이 할 일을 시민들이 해야 합니까?
새누리당은 계속해서'대선 불복'이라는 프레임과 '촛불집회 = 박근혜 정권 흔들기'로 본질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정,불법을 단죄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시민의 입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하야를 외치며 노무현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던 이들이 지금은 '박근혜 하야'라는 말만 나와도 벌벌 떨면서 국가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흔드는 나쁜 짓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민주주의는 그 누구라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박근혜 하야','부정선거'를 외치면 '나쁜 놈'이 됩니까? 내가 생각하는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에 전략가가 있다면 제발 이런 문제들을 앞에서 이끌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야당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정당한 비판조차 전략적으로 할 수 없다면 민주당이 무엇으로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겠습니까?
일개 정치블로거의 어설픈 전략보다 백배 정도는 나은 쌈빡한 전략. 이제 민주당에서 나올 때가 됐다고 봅니다. 힘없다고 투덜대지 말고, 정국을 바꿀 전략으로 경쟁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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