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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제는 '윤창중' 처벌받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지 40여일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윤창중 전 대변인이 구속됐거나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6월 13일 서울중앙지검은 윤창중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은 했지만,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도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 7일 (현지시각)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이 호텔에서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모든 언론이 연일 윤창중 사건을 다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검찰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범죄 행위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윤창중 사건을 둘러싼 법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처벌에 관해 생각해봤습니다.

' 성범죄 친고죄 폐지, 확 달라지는 성범죄 처벌'

6월 19일부터 성범죄 처벌 조항이 대폭 바뀝니다. 이전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성범죄자의 처벌도 이제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가능해집니다. 특히 예전에는 성범죄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있었지만, 이제는 반의사불벌죄의 조항이 사라집니다.

최근 아들 친구인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현역 육군소령에 대해 군 검찰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기소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예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고발하지 않고 현역 육군소령과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성범죄자를 고발하지 않거나 합의를 하면 처벌할 수 없었던 성범죄자를 이제는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19일부터 시행하는 성범죄 관련 6개 법률,150개 조문 중에서 주요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이번에 개정된 법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입니다. 앞으로는 성범죄 피해자가 고소,고발을 하지 않아도 검찰이 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으며 처벌도 가능해집니다.

예전에는 강간죄의 피해자를 '부녀'로 한정했기 때문에 성인 남성에 대한 성폭행을 처벌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강간죄의 피해자를 '사람'으로 개정, 남성에 대한 성추행도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폭행,협박을 동반한 구강,항문 성교는 강제추행죄보다 무거군 '유사강간죄'로 처벌하게 됐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강간하거나 음란물을 제작한 범죄자는 최대 무기징역을,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장애인을 상대로한 강제추행죄에 공소시효가 사라져, 어릴 적 당한 피해를 성인이 돼서도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번 성범죄 관련 법 개정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고발은 쉽게, 사후 예방을 위한 성범죄자 공개 확대, 형량 강화 등 기존에 불가능하고 어려웠던 성범죄의 불합리한 조항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윤창중, 성범죄 처벌 가능한가?'

여성단체와 통합진보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성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윤창중 사건을 배당했지만, 검찰은 수사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기존의 성범죄 관련 법적 문제 때문입니다.


검찰에 고발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대표적인 친고죄입니다. 즉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 범죄입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현재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인 여성 인턴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여성이 고소,고발을 해야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됐으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처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처벌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소급효금지의 원칙' 때문입니다.

<소급효금지의 원칙>
범죄와 형벌은 범죄가 발생한 시기에 있던 법에 의해서만 처벌 받을 수 있다.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이전의 범죄 행위에 대해 개정된 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용어를 나름대로 풀었지만, 아직 이해되지 않으시는 분을 위해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윤창중 사건은 법이 개정되는 6월 19일 이전인 5월 7일에 발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법에 의해 처벌받지 못합니다.


만약 윤창중 사건이 6월 19일 이후에 발생했다면, 즉각 검찰이 수사할 수 있지만, 5월에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고발을 하지 않으면 (친고최) 처벌할 수 없는 것입니다.

' 그래도 윤창중을 처벌할 수 있다'

법이 바뀌었는데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같은 사람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아이엠피터의 설명에 분노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법이 이럽니다. 전세계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있던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의 생각으로는 충분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윤창중을 처벌할 수 없는 조항은 소급효금지의 원칙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급효금지는 형법에만 적용되며, 독일의 판례에 따르면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개정하는 경우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친고죄가 개정된 이번 성범죄 법개정에는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 범죄까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고소기간이 지나거나 공소시효가 완료되면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추행은 6개월 이내이기 때문에 윤창중 사건은 아직 고소기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성추행과 함께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상황입니다. 이 경우 처벌은 힘들지만, 일단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수가 있습니다.

검찰은 반의사불벌죄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처벌은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우선 수사를 착수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를 만나 처벌이나 용서에 대한 의견을 구한 뒤 결과에 따라 처리하면 됩니다.


다양한 법리 해석과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느냐에 따라 윤창중 사건은 처벌과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취해야할 올바른 방향은 어떻게 법을 적용하느냐에 대한 고민과 함께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를 하려는 의지입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지니는 의미는 큽니다. 국가 권력 최상층인 청와대 대변인이 업무상으로 만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점은 앞으로 이런 유사한 사건을 처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창중 사건을 도배했던 언론들의 기사에는 성범죄를 처벌하거나 여성 인턴의 인권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선정적인 기사와 제목, 그리고 서로 속보 경쟁에만 매달리더니, 이제는 시큰둥해서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언론이 찌라시처럼 반짝하고는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대한민국 범죄자는 그날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테니 조금만 참자는 말을 하고 사는 것입니다.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하고, 수사와 처벌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를 법학 교수가 아닌 '아이엠피터'가 규정짓거나 정답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주장과 논의,개선점을 통해 우리는 성범죄에 대한 문제를 예방하고, 조금 더 현실적이고 국민을 위하는 법을 만드는 토대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전문가들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지식인으로 이 사회에 제대로 그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