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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와대 '고위층 성접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여성사업가와 건설회사 대표 간의 성폭행 수사가 청와대와 검찰,경찰을 발칵 뒤집고 있습니다. 여성 사업가가 중천건설 윤중천 대표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 돈을 뜯어냈다며 시작된 수사는 윤 대표가 별장에 사회 고위층 인사를 모아놓고 성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천산업개발 윤중천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주택건설과 부동산 개발 등으로 돈을 모은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주춤해지자, 인맥을 동원한 건설 브로커로 활동하며 2010년 초부터 주말이나 휴일이면 고위층 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이들을 자신의 강원도 별장에 데려가 술자리를 겸한 성접대를 수시로 했습니다.

윤 대표는 이런 술자리에 유흥업소 여종업원뿐만 아니라 주부,사업가,예술가 등 10여 명의 여성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래와 술자리가 끝난 뒤 여성들은 윤 대표가 지목한 사회 고위층 인사와 별장에서 성관계를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은 윤 대표가 사전에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빌미로 그의 말에 따라 다른 남성들과도 성관계를 했다고 합니다. 여성 사업가 A씨는 당시 윤 대표가 최음제를 먹인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했고, 동영상을 미끼로 수억원의 돈과 벤츠 승용차를 빌려 간 뒤에 돌려주지 않았고, 이에 윤 대표와 지인 B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에는 녹취록과 진술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회 고위층 인사가 촬영된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별장에 참석한 사회 고위층 인물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성접대 받은 고위층 인사 과연 누구?'

이번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윤 대표의 강원도 별장에서 술과 노래를 즐기는 파티에 참석해서 도박과 성접대를 받은 사람들이 고위층 인사라는 점입니다.

▲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별장, 현재는 소유자가 바뀌어졌다. 출처:연합뉴스


윤중천 대표가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던 강원도 별장은 민가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장으로 2000평의 대지 위에 총 6채의 건물과 수영장 2곳,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모형 풍차가 있는 이국적인 느낌의 별장입니다.

건물 내부에는 대리석 바닥으로 원목가구와 고급 소파,찜질방,당구장,가라오케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말마다 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끊임없이 드나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윤 대표는 주말에 골프를 치고 난 뒤 고위층 인사를 자신의 별장에 초대해 술자리와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 대표가 단순히 즐기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로비성 접대라는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과 리스트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정확히 실명이 거론된 인물은 김학의 법무부 차관입니다. 현재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윤중천 대표와 함께 출국 금지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런 언론 보도가 나오자 김학의 차관은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김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며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차관은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건설회사가 50억원대의 경찰청 교육원 골프장을 낙찰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윤 대표가 경찰 수뇌부에 성접대를 하고 공사를 수주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이에 따라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대부분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트위터에 '만약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할복자살 하겠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억대의 모 대학 병원 인테리어 공사를 윤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맡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단순한 별장 파티가 아니라 이권을 둘러싼 고위 공직자, 지도층 인사,경찰 등을 대상으로 한 성접대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의혹, 청와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시기는 이미 작년 12월이었습니다. 경찰은 여성 사업가와 지인이 윤 대표를 강간혐의로 고소하자, 윤 대표를 체포하고 별장을 압수 수색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자 강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성접대 동영상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법조계는 물론이고 고위관료까지 연루된 정황이 보인다. 출처:동아일보


당시 윤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여성 사업가는 대부업자에게 벤츠 승용차를 찾아 달라고 요청했고, 대부업자 P씨가 벤츠 승용차 트렁크에서 섹스 동영상이 담긴 CD 7개를 발견했고, 해당 동영상이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경찰은 처음 수사 때부터 관련 여성들의 진술이 일관된 점으로 미루어 별장에 고위층 인사들의 난교 파티가 있었음은 인지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관련 고위층을 함부로 수사할 수 없다가, 대부업자와 여성 사업가, 윤 대표 조카 등이 서로 협박하며 얽혀 있는 과정에서 동영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다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성접대 의혹 중심에 있는 여성 사업가의 단독 인터뷰 내용. 출처:SBS

 
성접대의혹에 대해 SBS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여성 사업가는 윤중천 대표가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이 되면 한번 크게 써먹겠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미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임명되기 전에 성접대를 했던 여성들로부터 김 차관과 성접대 의혹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일주일 전에 이미 청와대에 보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차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로, 검찰총장 후보에서 제외되자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습니다.

한 국가의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려면 최소한 그에 대한 검증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해야 했는데, 경찰은 이미 김 차관이 성접대 의혹과 연관성이 매우 밀접하다고 수사를 하고 있는데도 경찰 고위층의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해명과 김 차관 본인의 '전혀 근거 없다'는  주장만 믿고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내부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도 김학의 차관과 성접대 연루설이 나돌았는데, 청와대는 이를 단순히 루머로만 생각하고 사실 관계 검증이 아닌 단순한 의견 청취로 '법무부 차관 임명 문제 없음'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서 열린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 출처:TV조선


김학의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차관 임명 전에 이미 그런 의혹이 있는 것을 청와대가 알고도 강행했다는 점입니다. 관련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을 토대로 차관을 임명해도 충분했는 데 왜 굳이 서둘러 임명했느냐는 점입니다. 

그리고 검찰 기수를 무시할 정도로 검찰개혁을 주장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토록 충격적인 범죄에 연루된 인물에 대해 철저한 검증도 하지 않고 내정했다는 부분입니다.

'고위층 성접대로 사라지는 사건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내용을 청와대가 알고 있으면서, 왜 갑자기 지금에서야 사회에 큰 파문을 줄 '고위층 성접대' 의혹이 나왔느냐는 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비난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새 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의 별장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윤중천 대표. 출처:인터넷 카페


경찰은 현재 모든 수사의 초점을 윤중천 대표로 한정하고, 그를 구속하는 차원에서 끝낼 수 있습니다. 검찰에 넘겨져도 실명이 거론되거나 증거가 있는 관련자에게는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몸통은 밝혀내지 못하고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로 끝낸다면 청와대는 오히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정작 중요한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사라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 나온 국정원 원세훈 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이미 신문 지면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 3월22일자 동아일보 1면


별장에서 술 마시고 여성들에게 성접대를 받았던 사람들의 얘기가 나라를 뒤흔듭니다. 성을 대가로 로비를 했다는 이유가 기가막힐 노름입니다.앞으로 주말까지 이 소식이 나가면 '국정원 정치개입'은 우리 눈에 사라질 것이고, 전산망 마비에 대한 수사 결과도 단순히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이나 범인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식으로 우리의 눈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밝혀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안과 같은 엄청난 사건도 잊으면 안 됩니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것이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모든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국민이 많기에 모든 불법과 은폐된 진실은 나중에라도 꼭 밝혀지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