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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도 내려와서 본 열대야보다 무서운것은?



장마가 끝나면서 열대야가 시작되었습니다. 열대야는 여름밤 기온이 최저 25가 되면 나타나는 현상인데, 집 안에 에어컨이 없다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열대야가 시작되면 가족과 함께 한강 둔치나 공원을 찾아 더위를 피합니다.

제주도 내려와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는 에어컨도 그 흔한 선풍기도 없습니다. 솔직히 요새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면, 굳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내려오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제주도로 귀촌을 한 제 삶을 통해 지금 여러분의 삶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주도에 내려오니 식당에서 삼겹살을 사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아니 고기를 굳이 밖에서 돈 주고 사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유는 그냥 집에서 숯불을 피워 먹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고기는 직화구이가 좋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 삼겹살 식당은 가스불로 구워서 먹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나 저희 집은 항상 삼겹살이나 고기를 숯불이나 장작에 구워 먹습니다.

사람들이 바캉스라고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렇게 야외에서 고기를 먹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지만, 우리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저 당연한 식사 방법입니다.

요새 금겹살이라고 돼지고기값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제주도는 구제역 파동이 심하지 않아서인지, 단골 정육점에서 만원어치 삼겹살이나 목살을 사면, 아내와 함께 한 끼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깻잎이나 상추도 굳이 마트에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집에 텃밭이 있는데 여기서 그냥 대충 뜯어 고기와 싸 먹으면 향긋한 냄새와 함께 맛도 일품입니다. 농약을 뿌리지 않아 구멍도 있고, 모양도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풋풋한 향기와 제가 키운 것이라 더 맛은 좋습니다.

지인들이 와서 비싼 식당에 데리고 가면 ' 아 잘 먹었다.' 정도이지만, 집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상추와 깻잎을 따 마당에서 그저 대충 먹어도 '진짜 맛있다. 너무 환상적이다.나도 제주도 내려오고 싶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듣습니다.

남들은 바캉스나 휴가를 가야만 느끼는 야외에서의 식사,저희 집은 그냥 매일 먹어서 지겨울 정도입니다. 부러우신가요? ^^


오늘 제주는 장마가 끝나고 무척 더웠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중산간쪽이니 제주 시내는 얼마나 더웠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더군요. 선풍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한 저희 집이지만,그래도 한낮은 너무 더워, 그냥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차를 타고 나갔습니다.

집에서 차로 딱 10분 거리에 1박2일에도 나왔던 김녕해수욕장이 있습니다. 가서 딸아이와 함께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서울에서 여름철 바다를 보기 위해 강릉까지 12시간 동안 차를 끌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서해 바다도 서해안 고속도로가 항상 막혀서 최소 3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저는 딱 10분이면 짠냄새가 나는 시원한 바닷냄새를 맡을 수 있고,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식힐 수 있습니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서 그런지,김녕 해수욕장이 개장했지만,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수욕장에 온 관광객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계획을 짜고 시간을 내고 힘들게 왔던 바다이지만 저는 너무 쉽고 편하고 빠르게 왔습니다.

휴가를 일 년에 한번 가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하루하루가 휴가이고 여행이랍니다.

이렇게 좋은 자연에서 살고 있다고 아내와 둘이서 참 행복하게 웃었지만, 저희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답니다. 그것은 바로..............



벌레와의 전쟁입니다. 현관문은 저녁에 거실에 불만 켜놓으면 온갖 벌레가 모두 달려듭니다.그래서 저녁에는 항상 방충망과 유리문을 모두 꽁꽁 닫아 놓고 삽니다. 잠시 밖에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면 벌레들이 들어와 재빠르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 만약 어영부영 문을 닫으면 순식간에 벌레들이 쳐들어옵니다.


처음에 멋모르고 문을 열었다가 나비 같은 나방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방충망에 달라붙은 나방의 크기가 대략 담배 크기와 비슷합니다. 나방뿐만 아니라 벼룩이나 작은 바퀴벌레,풍뎅이,딱정벌레 등 자연도감에서나 봤던 벌레와 곤충들이 집안에 수시로 출몰합니다.

외부 창틀에 틈이란 틈을 모두 막아도 그 방충망보다 더 작은 벌레들이 튀어나와 천장에 달라 붙어 있습니다. 간혹 책상에 앉아서 한참 포스팅을 쓰다 보면 벌레가 컴퓨터를 기어 다니기도 하고, 다리에 올라타기도 합니다.


벌레들이 오니 당연히 온몸에 물린 자국이 수두룩 합니다. 오른쪽 일자 형태로 물린 자국은 벼룩입니다. 만약 일직선으로 물리고 모기 물린 것 보다 훨씬 가려우면 벼룩이 문 것입니다.

아내도 그렇고,저도 도시에서만 살다가 시골에 내려오니, 벌레에 물리면 금방 가렵고 부어오릅니다. 시골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그리 많이 물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 피가 맛있는가 봅니다.

다행히 생후 7개월 된 딸아이 피는 맛이 없는지 전혀 물리지 않더군요. 걱정되어 매일 아침마다 온몸을 살펴봐도, 지가 자다가 이불에서 굴러 장판에 얼굴 비빈 자국이나 머리가 무거워 얼굴에 베개 눌린 자국밖에는 없습니다.


벌레의 습격에 맞서기 위해서 저도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삽니다. 스프레이 모기약은 기본에, 전자 모기향,일반 모기향은 항시 집 안에 피워져 있고, 벼룩이나 개미용 살충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집 외부와 내부 모두 살포해줍니다.

특히 외부에서의 유입을 막기 위해 온 창틈을 테이프로 물샐틈없이 막았습니다.처음에 이사 와서 보니 창문마다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전자 벌레 퇴치기도 구입해서 사용하는데, 그렇게 문을 닫고 잠을 자도 아침에 일어나보면 새까많게 달라붙어 죽어 있습니다. 전자벌레 퇴치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잠을 자다 보면 벌레들이 달라붙어 따~~악하고 전기에 타죽는 소리가 의외로 아주 큽니다.

어떻게 보면 전자철조망에 달라붙어 죽는 모습처럼 잔인할 수 있는데,가끔은 벌레가 잡혀서 딱 소리가 나면 아주 통쾌한 생각도 듭니다.

저희 집은 중산간지방이라 새벽이면 춥습니다. 그래서 열대야보다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벌레입니다.


아침 해가 마당을 비추면 그 상쾌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특히 아침나절 블로깅을 하다 보면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1박2일 여배우편> 김수미씨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행복합니다.

한 낮에 잠시 낮잠을 자려고 거실에 누우면 푸른 하늘이 거실 창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누워 있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날씨가 덥거나 기분이 꿀꿀하면 나무숲이 우거진 비자림로를 타고 바다에 가서 몸과 마음을 한 번씩 씻고 오는 기분은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 것입니다. 울창한 나무 숲으로 둘러 싸인 저희 집 공기는 그냥 죽음입니다. 저는 요새 제주 시내만 나가도 머리가 아픕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가면 아마 못살 것 같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벌레가 많아지자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습니다.집 앞에도 나무이고,집 뒤편도 나무,대문 앞에도 나무, 집 안에도 온갖 꽃과 작물이 자라고 있는 집이라 벌레는 필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는 공평하게 늘 좋은 면과 나쁜 것이 항상 공존합니다. 남은 힘들게 겨우 와서 즐기는 바다와 산, 그리고 맑은 공기,맛난 야외 식사를 저는 늘 즐기고 살아갑니다.그래서 벌레라는 존재가 제 주변에서 저를 일깨워준다고 느낍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희망을 상상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돈이 많아지면,
예쁜 여자와 결혼만 한다면
명문대학교에만 간다면
연봉이 많은 직장에 간다면
아이만 생긴다면
부모가 유산만 물려주면
평수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면

수없이 많은 희망과 상상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조건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도 늘 나쁜 것과 불편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남에게 부러울 정도로 돈이 많다고 늘 기쁜 것은 아닙니다. 명문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의 고통은 또 존재하고, 아이가 있어도 아프면 마음이 안타깝고 괴롭습니다. 부모가 유산이 많으면 형제끼리 싸움이 날 수 있고, 아무리 예쁜 여자와 살아도 요리 못 하고 매일 싸우며 살 수 있습니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며 살아 막상 시골로 내려와도 항상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불편함도 있고 벌레의 습격처럼 힘든 일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느 날 아내와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몇백만 원 단위부터 시작하더니 집을 새로 지으려면 땅이 필요해,바닷가 근처 땅을 사려면 최소 1억,집을 멋있게 지으려면 3억,그리고 아이들 장래와 우리 노후를 생각하면 또 몇억...기하급수적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인간이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 끝도 없이 늘어나게 되고 불만과 불평이 나오게 됩니다. 저를 정치 블로거라서 사회에 매일 불만을 품고 사는 사람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정치나 시사 이외에는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열대야 때문에 무서운 것이 벌레가 아니라 제 안에 들어 있던 불만과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덥다고 짜증내지 마시고, 옆에 있는 소중한 가족을 한번 안아주시고,쳐다봐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그런 소중한 사람과 싸우고 곁에서 사라지는 일입니다.

무더위나 벌레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활짝 웃는 우리 딸 아이의 미소와 지금 사는 삶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 제일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