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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배추폭락,만오천원짜리 배추 한 포기가 이젠 백원?



며칠 전 오일장에 가서 배추를 샀습니다. 나이드신 할머니가 배추 세포기에 오천원,그리고 덤으로 작은 배추 하나를 더 주셨습니다. 농협 하나로마트 970원에 비해 시골 오일장치고는 비싼가요?

사실 요새 농촌에서는 배추밭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구입한 배추는 40원이면 중간상인이 구입하지만, 100원이면 거들떠도 안 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작년 만 오천 원 금치 배추가 이제 100원도 받지 못해 트랙터로 갈아엎는 상황을 아는 제가 어떻게 마트보다 비싸다고 투덜댈 수 있을까요?

흙투성이 할머니의 손을 보면서 배추를 사왔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았습니다.



올해 봄배추 가격은 월동 배추 출하와 중국산 배추 수입증가,저장 배추 출하로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아니 속칭 껌값도 안 되는 가격에 나오고 있습니다. 100원도 못 받는 배추가격으로 농부들은 소중하게 키워 온 배추를 모두 갈아엎고 있습니다.

배추는 특히 작업비가 많이 드는 작물에 속하는 편입니다. 여기에 배추를 수확할 때 중간상이 배추가격이 폭락하면 아예 구매를 포기하고 나자빠지는 일이 있어, 후작을 (배추를 수확하고 다른 작물을 심는 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추를 수확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밭을 아예 갈아엎습니다.

우리는 작년 배추파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韓國/정치] - 배추파동으로 돈 번 L마트와 폭락 주범 정부

저는 그당시에 배추값 폭등으로 배추값이 오르지만, 다음에는 가격이 폭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한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그동안 배추는 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해왔습니다.


연도별 배추가격 폭락과 폭등 현황을 표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봄배추와 김장김치의 차이가 있지만 그 해 이슈를 중심으로 도표를 만들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해 걸러 가격이 폭락과 폭등을 반복합니다.

배추가격의 차이가 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해의 생산량입니다. 장마나 폭우 등 자연재해로 고랭지 배추의 수확량이 감소하면 배추값이 오릅니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중국산 수입 배추의 물량과 재배면적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요소도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래 도표를 다시 보시기 바랍니다.


통계청에서 2010년에 내놓은 자료입니다.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가격이 급락하고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가격이 폭등하는 면이 있습니다. 자연 재해라는 위험 요소가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폭락과 폭등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특히 기상 정보가 발달한 지금, 어느 정도 장마나 태풍 등의 위험 요소를 예견할 수 있기에 자연재해의 피해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재배면적도 농민들에게 충분히 출하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면 농민들도 재배 여부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봄배추가 짧은 기간에 출하를 (봄 배추 60일,월동 배추 120일)한다고 해도 가격이 100원도 못 미친다면 심으라고 해도 절대 심지 않습니다. 정부가 어느 정도 주요 농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이런 계획 조정을 반드시 시행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재배면적과 출하 예상 가격을 농민들에게 공지를 미리미리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공시하면 좋겠지만, 온라인을 이용하지 않는 농민을 위해 농협 (대부분 농민도 농협은 꼭 갑니다) 전면에 크게 부착해 놓는 방법입니다.

물론,이 방법이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동시에 파종을 하는 농민이 많아서,재배면적을 정확하게 조사하는 일도 수월치 않고, 정확한 출하 가격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측과 가격을 공시하기 어렵다면 폭락 예상,작년과 동일 수준,급등 예상 등으로 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이처럼 정부가 어느 정도 농산물에 대한 수요 예측과 가격 변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예측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가를 잡겠다고 매번 정부가 말하고 있지만, 실제 물가에서 농산물이 산지와 소비자 가격의 차이가 심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정부 조직을 동원해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현 정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정부조직은 그런 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배추를 갈아엎는 농민 중에는 사람들에게 배추를 그냥 공짜로 캐어가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어디서 오는지 벌떼처럼 달려들어 배추를 트럭을 빌려 와서 실어갑니다. 그렇게 갖고 가면서 그저 말 한마디 하고 가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농민의 마음을 찢어집니다.

그들이 밉거나 섭섭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흙투성이로 일한 대가가 고작 말 한마디로 그저 끝나는 사실이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귀농을 했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귀농이 아니라 귀촌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에는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밭이 있습니다.

그저 식구들 먹겠다고 텃밭 가꾸는 일도 장난이 아닙니다. 밭에 나와 있는 풀을 다 베고, 돌 많은 제주도 땅이라 돌 다 고르고, 고랑 내고, 물 주고, 유기농 퇴비라고 만들어서 파종하고 김매고 솎아주고..

솔직히 그냥 사다 먹는 게 훨씬 저렴합니다. 대파 키우려고 몇 달을 고생해도 대파를 마트에서 사면 300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조그만 텃밭 하나 가꾸려고 해도 땀을 흘리고 손과 발에 흙물이 들 정도로 일해야 하는데 농민들은 어떻겠습니까?

새벽부터 논과 밭에 나가 일을 해서 과연 그들의 소득이 어느 정도일까요?


젊은 농민들의 소득은 조금 나은 편입니다. 도시 근로자 평균보다 많은 4,888만 원 입니다. 그러나 농촌에 젊은 농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일반 농민들의 소득은 3,212만 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농업소득입니다. 순수하게 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은 1,009만 원입니다.

일 년 소득이 천만 원인데 농가부채는 2,700만 원입니다. 3년 동안 농사를 지어야만 부채를 갚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도표의 농가부채는 말 그대로 평균입니다. 실제 농가 부채는 1억 원이 육박하는 가구가 많습니다. 

한 해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농가부채 이자 갚기 빠듯합니다. 이것이 지금 농촌의 현실입니다.

방송에서는 연 매출 몇억 대의 부자 농민을 보도하지만, 실상 그것은 언론이 만들어 낸 일부 성공한 농민입니다. 그런 사람이 농가에 많다면 한마디로 빌게이츠와 같은 인물이 농촌에 수두룩하다는 뜻입니다. 성공한 농민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의 성공 사례를 가지고 농업이 잘되고, 귀농하면 무조건 억대 부자가 된다는 환상은 사람들에게 아픔만 줄 뿐입니다.


제가 귀촌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먹거리입니다. 사람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거리를 화학적으로 재배해서 무조건 생산량을 늘리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인간이 당합니다. 원전 피해를 한국도 입어 먹거리가 동이 난다고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끔찍한 대공황이 옵니다.

농산물 가격이 농민을 위해 무조건 비쌀 필요는 없습니다. 농민이 바라는 것은 그저 자신들이 일한 땀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저 무심코 먹는 밥상에 담긴 쌀 한 톨과 김치 한 조각에 얼마나 농민의 땀이 배어 있는지 가끔은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인간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어 맛을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당신의 입에 들어갈 쌀과 배추가 언제나 존재한다고 맹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배추가 폭락이지만, 내년에는 금치를 아예 먹지도 못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