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이야기

만삭의 아내와 풍랑속에서 제주행 배를 탄 사연.


지난주 월요일 인천항에서 1박2일이 제주도 갈 때 탔던 오하마나호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왔습니다.
배를 탔을 당시,아내는 임신 34주였습니다.배를 탄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로 승용차를 갖고 내려가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임신 33주가 넘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고,비행기를 타려면 의사 소견서등
각종 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만 비행기를 태워서 보내려고 했지만,기압때문에 태아에게 안 좋다고 해서 제주도로 배를 이용
하기로 결정하고,지난 월요일 인천항으로 나갔습니다.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아니면 서울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신의 섭리인지 몰라도,그날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특히,그날은 낮에 서해안에서 어선이 침몰하고,배가 떠나기 전에 풍랑주의보가 전 해상에 발효된
상태였습니다.인천항 출발은 저녁 6시30분이지만,승용차를 보내는 사람은 4시30분까지 가서
배를 선적해야했습니다.강풍때문에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의 날씨지만,서울을 떠나는 생각에
참고,겨우 배를 탔습니다.


가족을 비롯한 회사 사람들,친구들은 제가 제주도로 가는 것을 모두 말렸습니다.특히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간다는 사실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하지만 저에게는 예전부터 가진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평화로운 전원 생활입니다.

귀농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제가 농사를 지어 본 사람도 아니고,전원 주택을 지어 놓고
살 경제적인 능력도 없는 사람입니다.제가 바라는 전원 생활은 별장식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박한 곳에서 작은 빈집을 찾아서,스스로 도배하고,장판을 깔고,수리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제 아이가 크면,학원을 몇 개씩 보내야 하고,남들이 다 갖추고 살아야 할 좋은 차와 아파트도 장만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그리고 더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갖고 있는 경쟁 사회나,치열한 삶이 제 인생을 지배할 것입니다.저는 그것이 싫었습니다.


5년 전부터 많은 생각과 꿈을 가졌던 이상을 아이가 태어나면 더 못할 것 같아서,미친 놈처럼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습니다.하지만,제주도로 가는 배부터 현실은 그리 쉽게 제 생각을 도와주지 않고
거친 풍랑과 배 멀미로 힘들게 했습니다.

원래는 13시간 정도 걸리던 배는 14시간 넘게 달리고 달렸지만,요동치는 바다와 찌는듯한 객실은
더욱 만삭의 아내와 저를 괴롭혔습니다.통로를 지나가면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고,바다 바람은
너무나 거세어서,남들은 다 찍었다는 인천대교나 멋진 밤바다의 야경은 셔터도 못 눌렀습니다.


호하마나호는 6.300톤급의 승선인원만 천여명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여객선이기 때문에 풍랑주의보가
내린 바다를 운항 할 수있었습니다.하지만 요동치는 배에서 아내는 제가 걱정할까 봐 웃으면서 나는
배멀미 안 하는 체질인가봐라고 계속 이야길 했습니다.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배멀미를 속으로
많이 참았다고 합니다.그 이야길 듣는 순간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오하마나호는 제주도와 인천을 운행하는 배인데,풍랑만 치지 않는다면 타고 갈만은 했습니다.
2등 침대실과 3등 객실 사이에서 선택하려고 애쓰다가 아내가 침대칸이 불편할 것 같아서 3등 객실로
예약을 했는데,한 객실에 보통 49명이 타지만,저희는 한 20명 안쪽이라서 좁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단체객들이 오는 객실의 경우는 피하셔야 하고,바닥이 딱딱하니 모포를 많이 가져다가 바닥에
깔고 누우시면 좋습니다.4층에는 컵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이 제공되니,도시락과 컵라면을
준비하시면 하룻밤 요기는 충분합니다.


13시간 30분을 훌쩍 넘어 다음날 9시가 되어서야 제주항에 도착했습니다.바람부는 제주항에서
승용차가 나오길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그리고 먹은 제주에서의 첫 식사는 갈치국이었습니다.


제가 머무는 곳은 제주도의 비자빌 펜션입니다.낯선 곳에서 무턱대고 정착하기보다는 평생 살 곳과
지역을 어느 정도 알아본 후에 집을 구하기 위해서 6개월간 장기 계약을 했습니다.침실과 제 사무실
공간으로 방이 두개가  있고,거실과 다용도실,주방이 있는데,모든 가전제품과 집기가 있어서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편리합니다.

특히,저는 인터넷이 중요한데,인터넷과 와이파이 모두가 아주 최고 속도로 잘 나오는 독채 펜션이라
제가 원하는 아주 좋은 공간입니다.

 

많은 사람이 전원생활과 귀농을 꿈꾸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합니다.그러나 저는 예전부터
인터넷으로 일을 했기에,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그렇지만,경제적으로 수입은 반 이상이
줄었습니다.실제로 전업 블로거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프리랜서로 인터넷에서 일을 해주는 수입으로
이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아내와 약속한 사실은 바로 "적게 벌어서 적게 쓰면서 살자"입니다.제 인생을 돌이켜 볼 때
많은 돈을 벌어도 봤고,사업도 실패했지만,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관리하고 쓰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총각때와 수입이 똑같지만 결혼 후에 한정된 수입으로 적금을 붓는 아내들을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수입이 문제가 아니라 절약과 과시적인 돈을 쓰지 않는다면,전혀 못 살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더 좋은 자동차,더 좋은 학원,더 비싼 옷을 입고 사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저는 이런 생활을 포기했기에,제주도에서 살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입니다.아마도 제 인생에서
비싼 옷을 살 수도,좋은 차로 바꿀 수도,근사한 곳에서 외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을 하지 못해도 제가 행복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일주일이 채 안되었습니다.제가 있는 곳은 비자림 근처라서 제주 시내까지
차로 40분,가까운 읍내도 차로 10분 이상 걸립니다
.주위에 펜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흔한 민가도 가게도,편의점도 전혀 없습니다.하지만,그리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침 6시30분이면 눈을 떠서,전날 작성한 블로그 포스팅을 다시 확인하고 아침 10시까지 이웃들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댓글을 답니다.아침 10시쯤 느긋한 아침을 먹고 아내와 산책을 합니다.만삭이라
멀리는 못가지만 그냥 아무도 없는 도로를 걸어도 좋기만 합니다.

오후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회사와 연락하면 업무를 잠시 보고,저녁 무렵이면 나무 테이블에서
부침개를 부쳐서 이웃들과 (펜션에는 저 말고도 장기 거주하는 가족들이 꽤 됩니다)나누어 먹고
옆에 골프 연습장에서 조금씩 운동도 하고 삽니다.

저녁이면 제가 쓰고 싶은 정치 포스팅 관련 자료도 찾고,의뢰받은 블로그 포스팅 기사도 작성하면서
여유롭게 남의 눈치 안 보고 하루 종일 인터넷을 통해서 블로그와 관련된 일을 합니다.



원래 이 포스팅은 옵티머스 체험단 리뷰를 위해 인천에서 제주까지 가는 여정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스마트폰 기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역시 전 리뷰 포스팅은 체질상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오늘 올린 사진들은 거의 LG옵티머스원으로 촬영한 것입니다.그전 핸드폰과 차이가 있다면 줌이
되고,조작법이 간단하며,화질도 좋다고 느꼈습니다.원래 제가 갖고 있는 핸드폰이 별로 안 좋아서
저는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화소는 높아도 플래시가 없어서 야간 촬영시,화질이 3,2메가나
되어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제가 잘 작동법을 몰라서 그럴까요
?

아무튼 스마트폰 초보가 쓰기에는 무난하면서 바로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플래시가
있으면 더 좋을텐데,스마트폰으로 촬영 잘하시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주도로 오면서 참 고민도 많이 했지만,결국은 마음속에 꿈만 갖고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삭의 아내와 함께 내려왔습니다.앞으로 제주도에 사는 블로거분의 도움과 지인의
도움으로 폐가나 빈집을 조금씩 고쳐서 살려고 합니다.

누가 보면 빈곤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아이들에게도 비싼 옷과 치킨이나 피자를 사줄 수 없을 것이고
학원도 보내지 못합니다.그러나 고가의 옷과 편리한 생활 시설보다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놀수 있는
공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은 선물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늘 고민했던 화두를 조금은 열어 놓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라 믿습니다.

제주도는 비행기나 배로 나가기 전에는 나갈 수 없는 고립된 섬입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굴레에서는 고립되어 있는 삶이 되겠지만,
제 마음은 제주도 바다를 넘어서 우주를 넘나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외침보다,이제 나이 40이 넘어서 비로소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소리가 들리시나요?

저를 아시는 블로거분들이 제주도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작은 방 하나에서 주무실 수 있으면서
밤새도록 블로그에 관한 이야길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웃분들이 궁금하셨던 제주도에 왜 내려가는가에 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