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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원 직원vs성완종,실종신고부터 시신발견까지

 

 

지난 7월 18일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용인시 처인구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임씨는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20년 경력의 베테랑 요원이었습니다. 경찰은 이미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임씨의 죽음을 보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 증거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실종신고부터 시신 발견까지 그 과정을 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국정원 임씨의 자살을 보면 성완종 리스트로 떠들썩했던 성완종 회장의 자살과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성완종 회장과 임씨의 실종 신고부터 시신발견까지의 과정을 통해 무엇이 이상한지 알아봤습니다.

 

 

성완종 회장과 국정원 임씨의 공통점은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5시로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성완종 회장은 오전 8시 6분에 운전기사가 유서를 발견하면서,국정원 임씨는 오전 10시 4분 부인의 실종 신고로 수색이 시작됐습니다. 성 회장의 경우 유서가 있었기 때문에 실종 신고가 이루어졌고, 임씨는 부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신고해, 휴대폰 위치 추적이 시작됐습니다.[각주:1]

 

두 사람 모두 시신 발견 지역에서 2km 이내에 최종 휴대폰 위치가 파악됐습니다. 성회장의 경우는 정토사에서,[각주:2] 임씨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군 이동면 화산리 부근이었습니다.  성완종 회장을 찾기 위해서 경찰 1300여 명과 산악구조대, 헬기 3대, 경찰 탐지견 9마리 등이 동원돼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습니다.[각주:3] 임씨는 용인시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인근 야산을 수색했습니다.

 

성완종 회장은 경찰 1300여명이 동원됐지만, 실종 신고 7시간 30분만인 오후 3시 32분에, 임씨는 약 1시간 30분 후인 오전 11시 55분, 각각 자신들이 다니던 등산로와 낚시터 주변에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상식적으로 국정원 임씨보다 성완종 회장의 시신 발견이 더 빨랐어야 합니다. 성 회장은 처음부터 유서가 발견됐고, 휴대폰 위치 추적이 평소 다니던 북한산 부근에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완종 회장은 실종 신고부터 최종 발견까지 7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성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형제봉 매표소 등산로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완전히 외진 곳은 아니었습니다.[각주:4] 임씨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야산이었습니다. 경찰 병력 1300여명이 동원된 성완종 회장의 수색보다 119대원 몇십 명이 동원된 임씨의 시신 발견이 더 빨랐습니다.

 

수색에 나선 소방대원은 야산이었지만 차량이 있어 빨리 발견할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각주:5]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사람보다 차량이 있었기에 국정원 임씨의 시신 발견이 빠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더 있습니다.

 

 

도대체 국정원 직원 임씨의 부인은 왜 남편이 실종됐다고 신고를 하고 119를 통해 위치추적까지 요청했을까요? 7월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새벽 5시에 출근했는데 국정원에서 '왜 출근을 하지 않느냐'는 연락이 와서 실종 신고를 했다고 알려졌습니다.[각주:6]

 

국정원 직원 임씨의 부인 김모씨의 실종 신고에 대해 한겨레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통해 “18일 오전 10시부터 국정원에서 조사받기로 돼 있던 임씨가 출석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자 감찰당국이 가족에게 연락했고, 가족도 뒤늦게 임씨에게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자 사고를 의심해 당국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습니다.[각주:7]

 

세계일보는 이상원 경찰청 차장의 말을 인용해 “임씨의 부인이 ‘부부싸움을 하고 남편이 나갔다’고 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각주:8] 남편이 부부싸움을 하고 나가서 5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하면 해줄까요? 대부분 거절당합니다.  

 

임씨의 실종신고가 이루어진 배경이 단순한 출근이나 부부싸움이 아니라 '감찰 당국'의 조사 때문이라면 충분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역대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 사건을 보면 대부분 정치적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입니다. 1998년 '권영해 안기부장'은 '북풍 공작' 사건으로 할복 자살을 시도합니다.[각주:9] 2005년 '공운영 안기부 미림팀 팀장'은 안기부 도청 사건 때문에 복부를 흉기로 찔러 자살을 시도했습니다.[각주:10] 2014년 권세영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은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각주:11]

 

2015년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담당자였던 임모씨까지 네 명 모두 대북 정보 내지는 대테러가 아닌 국내 정치에 연관된 사건으로 모두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했습니다.

 

우리가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네 명 모두가 자살 전에 검찰 소환 조사나 구속영장 심사, 국정원 감찰 등의 법적인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네명 모두 자살로 조사가 흐지부지되거나 연기됐습니다.

 

 

미국 첩보원 드라마 중의 하나인 '니키타'라는 드라마에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일부러 자살하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이라면 국가 안보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지, 매번 선거 개입이나 국내 민간인 사찰 등으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부부싸움 하다가 나가서 연락되지 않는다고 119대원의 휴대폰 위치 추적으로 발견된 국정원 요원,

독극물도 아닌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하는 국정원 요원.

해외에서의 활동이 아닌 국내 활동으로 매번 법정에 서는 국정원 요원,

현재 대한민국 국정원의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들입니다.

 

 

  1. CCTV 속 국정원 직원 '마지막 행적'…사건의 재구성, JTBC. 2015년 7월 20일.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969795 [본문으로]
  2. [성완종 자살] 새벽에 遺書 남기고… 평소 즐겨찾던 북한산에서 극단적 선택 조선닷컴 2015년 4월 10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0/2015041000340.html [본문으로]
  3. 행방불명 성완종 전 회장...정토사 인근 집중 수색 / YTN. 2015년 4월 8일. https://www.youtube.com/watch?v=S3NNtgKiaHI [본문으로]
  4. 성완종 전 회장,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서 목 맨 시신으로 발견 조선닷컴. 2015년 4월 9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09/2015040902639.html?Dep0=twitter&d=2015040902639 [본문으로]
  5. 국정원 직원 숨진 장소 "아는 사람 아니면 찾기 어려운 곳" 노컷뉴스. 2015년 7월 19일. http://m.nocutnews.co.kr/news/4445964 [본문으로]
  6. 車안에서 번개탄 피워… 부모·가족에도 遺書. 조선닷컴, 2015년 7월 20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0/2015072000181.html?brief_news02 [본문으로]
  7. “국정원 직원, 자살 직전까지 수차례 ‘해킹’ 특별감찰 받았다”. 한겨레 2015년 7월 20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01012.html?_fr=mt1 [본문으로]
  8. 국정원 과장, 7월 초 10년된 마티즈 구입 왜? 2015년 7월 20일.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5/07/20/20150720004400.html [본문으로]
  9. 권영해씨 「북풍」조사중 자살기도…21일 새벽. 동아일보 1998년 3월 21일. http://news.donga.com/List/3/00/19980321/7331186/1 [본문으로]
  10. 미림팀장 공운영씨, 딸 통해 자술서 공개한 뒤 자해. 동아일보. 2005년 7월 27일. 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00000000425/3/70000000000425/20050727/8213639/1 [본문으로]
  11. ‘간첩 증거 조작’ 조사받던 국정원 과장 자살 시도. 한겨레 2014년 3월 24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29532.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