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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조건 야당 탓이라는 새누리당, 진절머리가 난다

 

 

새누리당과 야당이 '추경'을 놓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11조 8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추경) 심사 통과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추경에 편성된 5조 6천억 원을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추경 편성을 아예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반박했습니다.[각주:1]

 

7월 13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야당의 추경 조정 요구에 대해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을 앞에 두고 야당에서 총선용이니 선심성이니 운운하면서 이를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시켜 이전투구하거나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처리를 지연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각주:2]

 

새누리당은 민생을 위한 추경이 야당의 발목잡기로 힘들다고 국민에게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야당만의 문제일까요?

 

 

새누리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던 시기, 당시 천정배 원내대표가 “추경은 대부분이 민생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어떤 조건이나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고 했던 발언을 들먹이며, 야당이 추경을 반대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을 때는 추경을 빨리하라고 해놓고 왜 지금은 반대하느냐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어땠을까요?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추경을 막기 위해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히 필요한 경우'로 되어 있는 법안을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가 있는 경우'로 추경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며, 일회성 예산지원으로는 해결되지 못하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말이나 '돈만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은 야당이 했던 말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이 했던 말입니다.

 

추경을 놓고 서로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울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야당 탓이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불리할 뿐입니다.

 

▲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2008년 9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한 문건 사본을 들어 보이며 "한나라당은 합의사항을 무시한 채 추경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11일 밤, 한나라당 소속 의원만 참석한 국회예산결산 특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추경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추경안 통과는 무효가 됐습니다.

 

추경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전체 의원 중 의결 정족수 26명이 넘어야 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 한 명이 불참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다른 사람이 대신 참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했는데, 추경안 통과 이후에 제출돼 무효가 됐습니다.[각주:3] 정족수 의원은 부족하고, 추경은 통과해야 하니 꼼수를 부리다가 자기 꾀에 넘어간 셈입니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추경안 처리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날치기 통과'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특히 여야가 추경 처리를 위해 사전에 합의했는데도 날치기를 시도했다는 점은 한나라당이 얼마나 독선적인가를 잘 보여줬습니다.

 

 

한나라당의 추경 날치기 통과가 무산 된 이후, 이한구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저는 과거 한 10년 간 당시 여당들이(김대중,노무현 정권) 예산심의 하면서 독주하는 거 아주 진절머리가 난 사람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각주:4]

 

추경이 필요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추경은 되도록 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입이 아닌 경우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빚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경이 과연 필요한지, 금액이 진짜 필요한 곳에 적절한 곳에 사용되는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조목조목 잘 검토하고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추경, 그러나 여야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 매번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야당 탓을 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과거는 벌써 잊고 무조건 야당 탓'으로 돌리는 뻔뻔한 태도입니다.

 

정치인들이 사안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해놓고 자신만 깨끗하고 자신만 민생을 생각한다고 말하는 태도, 아이엠피터도 진절머리가 납니다.

 

 

  1. 새누리당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SOC 추경" 조선비즈 2015년 7월 14일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4/2015071401436.html?main_hot5 [본문으로]
  2.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 2015년 7월 13일. http://www.saenuriparty.kr/web/news/briefing/delegateBriefing/readDelegateBriefingView.do?bbsId=SPB_000000000766481 [본문으로]
  3. ‘날치기 불발탄’에 한나라당 초상집 미디어오늘 2008년 9월 12일. https://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564 [본문으로]
  4. 손석희의 시선집중 2008년 9월12일. http://mini.imbc.com/v2/index.html?page=http://www.imbc.com/broad/radio/fm/look/v2/js/jarvis.pagedata.js&channel=0&service=podcast&program=1000674100000100000&src=http://www.imbc.com/broad/radio/fm/look/&ref=https://www.google.co.kr/#http://www.imbc.com/broad/radio/fm/look/v2/js/jarvis.pagedata.js?pid=258610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