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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29재보선 결과, 관악을은 왜 새누리당이 승리했나?

 

 

4.29재보선이 끝났습니다. 새누리당 3석, 무소속 1석으로 새정치연합은 1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봐야 합니다.

 

선거가 끝나고 다양한 분석과 얘기들이 나옵니다. 야권의 심장부라는 '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 승리와 '인천 서구강화을 안상수 후보'의 승리는 예상했던 모습이기에 그다지 논란이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 관악을은 각기 다른 분석들이 나옵니다.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4.29재보선을 살펴보겠습니다.

 

'야권 분열과 상관없는 새누리당의 약진'

 

관악을의 선거가 야권 후보자의 분열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과연 맞는 분석일까요? 일부는 맞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관악을은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 지역입니다. 서울 속의 호남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지난 18대, 19대 총선에서 야권 후보들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으면 야권 후보가 승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철수 후보는 41.55%, 통합민주당의 김희철 후보는 46.50%를 득표했습니다. 불과 4%의 차이로 통합민주당 김희철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3.28%,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가 38.24%, 통합민주당을 탈당한 김희철 후보가 28.47%를 득표했습니다.

 

19대 총선과 7.30재보선의 후보 출마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득표율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43.89%,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34.20 %, 무소속 정동영 후보 20.15%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19대 총선과 비교하면 10% 넘게 득표했습니다.

 

 

단순히 새정치연합 후보와 무소속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이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해 오신환 후보가 10% 넘게 득표했고, 야권 후보 합산 득표율은 오히려 10% 감소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관악구 투표율이 54.3%였고, 7.30재보선이 36.9%라는 차이를 고려해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야권 후보와 상관없이 5% 정도 더 자력으로 득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와 상관없이 새누리당이 야권 강세 지역이었던 관악을에서 지지도를 높였다는 점입니다. 무조건 야권이 분열됐으니 새누리당이 승리했다는 단순한 논리로는 야권이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습니다.

 

' 지역 일꾼론이 보여주는 신기루를 믿은 유권자'

 

야권 후보와 상관없이 새누리당 후보가 득표율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일꾼론'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지역 일꾼론은 말 그대로 중앙 정치와 상관없이 지역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을 뽑아달라고 외치는 전략입니다.

 

▲ 관악구 조원동 강남 아파트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오신환 후보 ⓒ연합뉴스

 

관악구 조원동에는 1974년에 준공된 강남아파트가 있습니다. 876가구라는 엄청난 세대가 입주했던 당시 강남아파트는 시흥대로 옆에 있는 나름 잘 나가는 아파트였습니다. 소형 평수로 서민들이 입주할 수 있었던 강남아파트는 1996년에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습니다.

 

재난위험 시설물로 지정됐으니 재건축을 해야 했지만, 건축할 수 있는 땅보다 세대가 너무 많아 재건축이 매번 무산됐습니다. 지금은 300여 가구만 거주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는 아파트로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곳입니다.

 

4.29재보선 한 달 전인 3월 3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지도부, 오신환 후보가 강남아파트를 방문했습니다.

 

▲ 관악구 강남아파트를 위한 '오신환 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경남일보

 

4.29재보선이 치러지기 불과 일주일 전인 4월 23일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일명 '오신환법'을 발의합니다. 법안을 보면 3월 3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오신환 후보가 방문한 관악구 강남아파트를 위한 법안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악구 강남아파트 주민들은 당연히 환영했고, 오신환 후보가 당선돼야 자신들의 아파트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도 관악구 강남아파트를 방문했지만, 새누리당처럼 뭔가 보여주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물론 새누리당의 공약이나 법안의 실현성은 낮습니다. 예산이나 관계 법령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관악구에 사는 유권자들에게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야권 후보 지지'를 주장해도, 실제 득표는 신기루와 같은 허상을 믿는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내세운 '지역 일꾼론'이 먹힌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유권자가 바보? 매번 똑같은 선거 전략, 똑같은 패배'

 

선거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유권자가 어리석다는 주장입니다. 맞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권자들은 당장 눈앞의 신기루와 같은 헛된 공약을 믿고 계속해서 1번을 찍습니다. 그래서 어떡할까요?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은 선거용 뻥 공약을 내세우고 새정치연합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새누리당은 선거 때 사용됐던 조직을 유지하며 중앙 정치권력이라는 강력한 성을 쌓습니다. 야권은 유권자 탓을 하면서, 그래 다음 선거가 있으니 그때를 기약하자며 그저 돌아섭니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다음 선거라고 별달라질게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뻥 공약을 믿는 유권자가 바보니 너희가 잘못했어라는 권위주의 발상이 오히려 진보와 야권의 발목을 항상 잡습니다.

 

선거 때마다 '새줌마' 등의 이상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새누리당의 가식적인 이미지 정치도 없고, 신기루를 진짜처럼 믿게 하는 화술도 없습니다.

 

오로지 믿는 '정권 심판론'은 30%대의 야권 지지자에게는 통할 수 있지만, 나머지 유권자에게는 통할 수가 없습니다.

 

▲ 관악을 재보선 개표 결과, 투표수 77,571표 중에서 578표 (0.74)표를 득표한 변희재 후보. 10%미만의 득표율이므로 국회의원 기탁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에서 평범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이유는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입니다. 어떤 커다란 민주주의나 정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라도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투표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선거 결과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일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 봤자 다음 선거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새정치연합보다 새누리당을 분석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그들이 가진 전략을 뛰어넘는 전략이나 유권자를 깨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은 4석에 불과하니, 다음 총선은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선거 전략이 없는 한, 다음 선거도 똑같을 것입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똑같은 정권심판론이라는 단검을 가진 보병 정당과 언론이라는 단단한 갑옷과 조직력이라는 날카로운 창검을 지닌 기병 정당의 싸움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범죄자를 체포하려면 범죄자보다 더 많이 뛰어다니고 더 똑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