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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청와대 폭파 협박범'은 왜 프랑스 주소를 남겼는가?

 

 

지난 1월 17일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글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청와대 폭파 협박범은 '(속보)1월 17일 2시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자택 폭파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1월 25일까지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글을 다시 남기기도 했습니다.

 

1월 25일 새벽에는 청와대 민원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자택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군경이 출동, 폭발물 수색에 나섰지만,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최형두 국회대변인이 '청와대 폭파 협박 용의자는 정의화 국회의장 전 보좌관 강모씨의 아들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각주:1] 아버지 강모씨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아들이 있는 파리로 출국한 상태입니다.

 

강씨의 청와대 폭파 협박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강씨의 청와대 협박 내용이나 수사 과정 등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① 프랑스 주재관과 만났는데도 청와대 폭파 협박 전화를 걸었다?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을 한 강씨는 부모 몰래 1월 13일 프랑스로 출국했습니다. 아버지 강씨는 아들의 소식이 없자,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월 19일 신고를 취하합니다.

 

 

아버지 강씨가 가출신고를 취하한 이유는 1월 17일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글을 올린 사람이 아들 강씨라는 사실을 경찰이 1월 18일에 알아냈고, 경찰과19일에 만났기 때문입니다.

 

1월 21일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프랑스 수사당국에 수사 공조 요청을 합니다. 23일 아버지 강씨는 국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24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출국합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프랑스 주재관이 며칠 전 강씨와 접촉, 귀국의사를 확인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입니다.[각주:2] 확실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재관과 강씨가 만났다면 대략 21일~24일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은 1월 25일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전화를 건 사람도 강씨로 보고 있는데,[각주:3] 그렇다면 프랑스주재관과 만난 상황에서도 강씨는 청와대에 폭파 협박 전화를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현재 프랑스 주재관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전화를 하기 전에 만났는지, 아니면 이후에 만났는지도 중요한 내용이 될 것으로 봅니다.

 

② 강씨는 왜 프랑스 주소를 남겼는가?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글을 올린 강씨가 청와대에 폭파 협박 전화를 건 사람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은 발신 번호가 프랑스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도 강씨는 청와대 폭파 협박 글을 게시하면서 프랑스 파리의 주소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폭파 협박범 강씨는 몇 차례 프랑스 주소를 남겼는데, 한 곳은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이었고 한 곳은 인터넷카페였습니다.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은 일반적인 장난 전화와는 다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강씨는 1월 16일에 두 차례나 프랑스에 있는 인터넷 카페 주소를 올렸습니다.

 

단순히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증거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강씨는 1월 13일에 이미 청와대에 프랑스 파리의 주소를 알립니다.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올리기도 전입니다. 강씨는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파리 주소를 청와대에 보낸 것입니다.

 

트위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강씨는 청와대에 자신의 프랑스 주소를 알려줍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강씨는 자신이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청와대를 겨냥해서 자신이 프랑스 파리에 있다고 알렸을까요?

 

③ 아버지에 대한 반항인가? 아니면 진짜 우울증인가?

 

강씨는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기 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들을 계속 SNS에 올린 바가 있습니다.

 

 

강씨는 '일베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했다는 내용의 글'과 '연제욱,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이 최병렬 현 새누리당 상임고문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했다'는 글을 청와대 폭파 협박 글 이전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강씨의 특징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수십 명의 사람에게 멘션 형태로 글을 보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신이 대통령을 죽이겠다는 글을 백악관 계정으로 보내기도 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6시간 뒤 삼성동 대통령 사저 날리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분명 강씨의 청와대 폭파 협박은 돈을 노리는 일반적인 협박범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즉, 실제적인 폭파 의사가 있기 보다는 자신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폭파 협박범 강씨의 아버지는 정의화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아들 강씨의 청와대 폭파 협박이 알려지면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국회 홈페이지에는 아버지 강씨의 이름이 삭제됐습니다.

 

아버지 강씨는 부산 기타공공단체 관리본부장을 거쳐 정의화 의원실에서 근무하다 의원회관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지역 공공기관 본부장으로도 거론되기도 했던 유능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언론에서는 강씨가 현역에 입대했다가 우울증 등으로 공익요원으로 옮겨 군 복무를 마쳤고, 뚜렷한 직업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각주:4]

 

아버지는 부산에서 어느 정도 출세한 인물로 국회까지 진출해 차기 정계진출까지 노릴 수 있는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아들은 공익요원 이후 직업이 없다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우울증보다는 어떤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엠피터가 청와대 폭파 협박범 강씨의 SNS계정을 추적한 결과,강씨는 자신을 청와대와 프리메이슨에 근무한다고 적었으며, 글 대부분이 1월에 집중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각주:5]

 

강씨의 청와대 폭파 협박 글이나 전화는 분명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강씨의 모습을 정신병으로 단정 짓기 이전에, 22살의 청년이 왜 정치적으로 위험한 글을 SNS에 올렸는지 한 번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정치권의 협박으로 알렸다는 사실을 본다면, 정치권에 있는 아버지와의 갈등이나, 현정부의 무능력 내지는 자신의 힘든 상황을 아버지에게 계속 알리려는 감정의 호소로도 보입니다.

 

강씨의 청와대 폭파 협박 글과 전화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각주:6] 그러나 그 이면에 우리 사회에 있는 분노의 감정이 지금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사상의 차이를 떠나 눈여겨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는 애타는 마음에서 파리의 주소를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 '靑폭파 협박용의자', 정의화의장 前보좌관 아들.연합뉴스 2015년 1월 26일 http://goo.gl/Ovi6Gz [본문으로]
  2. 경찰 "청와대 폭파 협박범父, 프랑스서 아들 귀국설득" 연합뉴스 2015년 1월 25일. http://goo.gl/EGAoCN [본문으로]
  3. 1월 25일 오전 2시 29분부터 5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함. [본문으로]
  4. 청와대·朴대통령 사저 폭파 협박 용의자, 잡히면 어떤 처벌 받나 봤더니.아시아경제 2015년 1월 26일. http://goo.gl/IDrOcp [본문으로]
  5. 현재 삭제된 트위터 계정이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글을 1월부터 올린 것으로 조사됐음. [본문으로]
  6. 폭파 협박범에 대한 형량은 징역 5~10년 이하나 벌금 500~2천만 원 (항공,보안 포함) 대법원은 2012년 한나라당 당사 폭파범에 대해서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본문으로]